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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2012년 서울시교육청 교육환경 개선사업 시민참여 검증단 현장실사를 마쳤습니다. 교육환경 개선사업은 학교신설이나 교실의 증·개축(강당 및 부속시설 포함)을 제외한 기존학교의 노후시설 개선을 말합니다. 과거에는 학교만한 신식 건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쾌적하고 안전한 교육여건 조성과 적절한 시설 개선을 통해 시설물의 수명연장이 필요해졌습니다. 사업대상은 서울시 내 1309개교 중 공립 941개교, 사립 368개교이며 대상사업은 11개 부문입니다.

점차 학교 건물의 노후화가 진행되고 예산은 부족하고 사업요구는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단위 학교에서 노후시설에 대한 개선요구를 하면 단위 지역청은 기준을 마련하여 현장에서 이를 확인하고 반영,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폐쇄적 절차를 거쳤습니다. 낭비성 예산도 적지 않았습니다.

제가 처음 시의원이 됐을 때, 교육환경사업에 대해 질문하자 공무원들은 한권의 초록색 책을 들어 보이며 "우리가 가장 객관적"이며 "누구도 그 우선순위를 바꾸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교육환경 개선사업은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합니다. 노후도 뿐만 아니라 우선순위 사업선정에 지역 유력 정치인의 청탁과 로비도 한몫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수많은 학교 수많은 사업을 십여 명의 인원이 검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서울시교육청 곽노현 교육감은 교육환경의 노후도, 내구연한, 관리점수 도입 등 기준을 세세히 세워 엄격하게 사전 검사를 하기 시작했고, 아예 시민참여형 검사방식을 도입한 것입니다. 2011년부터 민간전문가, 교사, 학부모, 시민단체 관계자, 시의원과 교육의원을 한 팀에 넣어 다양한 시각을 통해 사업의 적정성과 효율성을 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시행 첫 해 시민참여 검증단은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거나 알뜰 사업이 되도록 노력해서 과거에 비해 100억 원 이상의 예산절감 효과를 거뒀습니다.

2010년에는 6066건 1조53억 원을 요구했으나, 실제 반영된 것은 1207억 원이었습니다. 이어 2011년에는 2293건 3575억 원을 요구했지만, 실제 반영된 금액은 1231건에 1594억 원이었습니다. 이렇게 요구액과 반영액이 차이가 나는 것은 우선 한 번 신청해보자는 무분별한 심리가 한몫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기준을 엄격하게 만들어 반영하므로써 허수가 많이 줄고, 예산이 부족해 반영해주지 못하는 이유도 컸습니다.

아르헨티나 로사리오라는 도시에서 학교의 깨진 유리창을 교체했더니 학생들의 인성이 보다 온순해졌다는 보고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학교 환경과 학생의 인성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실제 학교를 다녀보니 겉으로는 비슷한 학교 건물인 것 같은데 세세히 들여다보니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교육환경 격차가 큰 것입니다.

교육환경 격차가 심각하면...

점심시간을 이용해 탁구를 치는 A 고등학교 학생들
 점심시간을 이용해 탁구를 치는 A 고등학교 학생들
ⓒ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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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환경이 열악한 B 중학교
 외부환경이 열악한 B 중학교
ⓒ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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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사를 마치고 나서 느낀 게 있습니다. 첫째는 학교마다 교육환경 격차가 너무 심하다는 것입니다. 잘사는 동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는 시설이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양호하며 그렇지 못한 학교는 시설이 낙후되고 청소 상태도 엉망이었습니다.

다음 사진자료를 보면 한 학교 학생들은 점심시간에 평화로이 탁구를 치고 있고, 다른 학교 학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몸으로 부딪히며 놀거나 방치돼 있었습니다. 부모들이 사는 동네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고 학교 역시 마음대로 갈 수 없는 현실에서 이렇게 학교시설이 차이가 나는 것은 부당한 일입니다. 교실환경도 너무 다릅니다.

둘째, 건물이나 기계의 유지관리 문제입니다. 내구연한이 똑같이 오래된 화장실도 A학교는 깨끗하여 더 오래 쓸 수 있는 경우도 있고 B학교는 당장 개선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냉난방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용방법이 서툴러 아예 제대로 작동을 못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사립학교는 건물 노후도가 덜한데 공립학교는 관리 부실이 심각한 겨우도 많았습니다. 시설관리에 대한 일선학교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마감재에 문제가 생긴 한 고등학교
 마감재에 문제가 생긴 한 고등학교
ⓒ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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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부분공사를 하면 될 것을 전면 공사를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학교건물에 맞는 건자재를 사용해야 하는데 마감 재료를 잘못 선택해 불필요한 보수예산이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강남 지역의 한 고등학교의 다목적강당도 외벽에 적절치 않은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결국 학생들도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고 예산이 낭비되는 것입니다.

남은 과제들

지금도 학교는 공사 중입니다. 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에서 '이것도 고쳐 달라 . 저것도 고쳐 달라'는 요구는 당연한 것입니다. 아직도 학교공사는 교장님과 행정실장차원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를 개선하려면 교육환경개선사업을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받는 것으로 개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실사가 끝나자 학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교육행정이 뭔지 알았어요" "공무원분들이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줄 몰랐어요"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매년 학교교육환경개선을 위해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올해도 평가회에서 여러 가지 건설적이고 귀한 제안들이 나왔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시민참여현장 검증단 위원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제안들을 학교시설정책 수립에 적극 반영하면 좋겠습니다.


태그:#교육격차, #시설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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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ngo에서 일합니다 교육현안에대해 대중적 글쓰기를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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