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일부 공개된, [연극, 노무현] 3 story의 두 번째 작품, ‘육시(戮屍)랄’(송형종 연출)

지난 7일 일부 공개된, [연극, 노무현] 3 story의 두 번째 작품, ‘육시(戮屍)랄’(송형종 연출) ⓒ 김민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가지고 만든 세 개의 연극이 한 무대에 오른다.

바로 고인돌 연극농장이 주최로, 오는 9월 2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美)소'에서 열리는 [연극, 노무현] 3 story로, 공연 후에는 '씨앗뿌리기'라는 이름으로 30분 정도의 관객이 참여하는 토론이 열린다.

 지난 7일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연극, 노무현] 3 story 기자간담회에서, 고인돌 연극농장 창립준비위원장인 박장렬 서울연극협회 회장

지난 7일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연극, 노무현] 3 story 기자간담회에서, 고인돌 연극농장 창립준비위원장인 박장렬 서울연극협회 회장 ⓒ 김민관


이번 프로젝트를 만든 '고인돌 연극농장'은 고인돌 연극농장 창립준비위원장인 박장렬 서울연극협회 회장이 작년 강화도에 들렀을 때 고인돌들을 보고, 어디서부터 끌어서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에서 착상을 얻는 한편, 정치적 소견이나 희망을 연극으로 만들 기회를 열망하던 차에 여러 사람이 합심하게 되어만들어졌다. 그 안에서 희망, 미래, 그리고 우리의 생각들을 심고 가꾸는 장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프로젝트의 가닥을 잡게 되었다.

현재 고인돌 연극농장은 11월 1일자로 협동조합법이 시행됨을 앞두고 진행 중에 있고, 약 백 명 정도의 연극인이 같이 하고 있다. 이들은 어떤 정치적인 세력과도 함께 하지 않기로 했고, 또 철저히 연극인들의 시선만을 가지고 힘을 모아 진행하기로 했다.

공연에 앞서 지난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동준 프로듀서는 예술의 미적 욕구를 충족하는 것 외에, 예술이 사회와 어떻게 소통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 교육, 복지 등 사회적으로 나오는 문제들을 무대에 올려놓고, 관객과 예술가가 함께 생각하도록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또한 [연극, 노무현] 3 story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세 공연을 올리며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하지만, 그 전에 과거에 대한 인식들이 정확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름 없는 여자'(오태영 극작)의 김태수 연출, 기자간담회 당시 잠깐 눈병이 나 안대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름 없는 여자'(오태영 극작)의 김태수 연출, 기자간담회 당시 잠깐 눈병이 나 안대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 김민관


김태수 연출의 '이름 없는 여자'(오태영 극작)는 장군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어깻죽지에 날개가 돋아 장차 세상을 구원할 운명을 타고 났지만, 사람들의 편견에 의해 희생된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생각과 행동이 반대로 가는 우리 모습을 되짚어 하는 의도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기자간담회에서 김태수 연출은 성장의 명암을 화두로 꺼냈다. 고이지 않고 흘러가게 하는 가운데 사회가 성장할 수 있는 한편, 희생당하는 보이지 않는 자들이 늘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 말, 북쪽 오랑캐 침범을 막는다는 명목 아래 백성들을 강제로 징집하고, 농번기에도 부역을 치러야 하는 무자비한 노동 착취에 백성들의 불만은 쌓여 나가는데, 떠돌이 거지 행색을 한 '이름 없는 여자'가 백성들의 고충을 듣고 공사감독관에게 합리적인 의견 제시를 하는 역할을 자처하며 본격적으로 연극이 전개된다.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낮은 곳에서 백성을 위하던 여자는 백성을 무엇보다 권력 아래 두어 통제하기 쉽게 만드는 목적만을 갖는 통치 집단과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주체적 지위를 완전히 믿지 못했던 백성의 공모 아래 비극을 맞게 된다. 지난 13일 세 작품을 모두 볼 수 있는 시연회가 열렸는데, 세 작품 중에서는 시대적 배경이나 주제적 측면에서 직접적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이 가장 적은 작품이었다.

 연극 ‘육시(戮屍)랄’의 양수근 작가

연극 ‘육시(戮屍)랄’의 양수근 작가 ⓒ 김민관


기자간담회에서 양수근 작가는 연극 '육시(戮屍)랄'(송형종 연출)을 통해 대통령에 대해서 욕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욕을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을 무대에 올려놓고 그들의 증오와 미움을 이해해보고자 했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 희망과 들불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싶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일부 공개된, [연극, 노무현] 3 story의 두 번째 작품, ‘육시(戮屍)랄’(송형종 연출)

지난 7일 일부 공개된, [연극, 노무현] 3 story의 두 번째 작품, ‘육시(戮屍)랄’(송형종 연출) ⓒ 김민관


연극에서는 세 명의 부잣집 마나님들의 정신없는 토크가 이어진다. '청계천 일급수'가 도시에 흘러 '부동산 주가 상승'을 동반한 이중의 긍정적 효과를 본다는 '왕고 마나님'(실제 남자 배우가 맡아 웃음을 제공한다)의 말을 비롯하여 이들은 노무현 정권 시절을 비판하고, 보수 지향의 가치를 드러내 놓고 옹호한다.

형광등 100개를 켠 것 같은 아우라를 지닌 후보(박근혜를 가리키는 말)를 언급하거나 절뚝거리는 김대중의 걸음걸이와 말투를 모사하는 등, 연극은 노무현 정권 시절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만, 실은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겹쳐져 있는 양상이다.

 지난 7일 일부 공개된, [연극, 노무현] 3 story의 두 번째 작품, ‘육시(戮屍)랄’(송형종 연출)

지난 7일 일부 공개된, [연극, 노무현] 3 story의 두 번째 작품, ‘육시(戮屍)랄’(송형종 연출) ⓒ 김민관


이 셋은 노무현을 다뤘던 '조(선)·중(앙)·동(아)' 신문의 비판적 기사들을 차례차례 읽어 나간다. 일종의 다큐멘터리 연극과 같이 실제 자료들의 전거를 바탕으로 하지만, 실상 이 실제가 미디어 시선의 필터링을 거친 것으로 나타나고, 여기에 이들의 각자 목소리를 입히는 것으로, 이 미디어의 시선 자체를 패러디하고 있다.

마지막에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추모식에서 유족들의 모습과 갑작스레 오열을 터뜨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 그리고 슬퍼하는 대중을 비추는 영상에 '아침이슬' 노래가 더해졌다.

옆에는 테니스를 치며 그의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철없는 마나님들이 대조를 이뤘는데, 그런 모독적 행위를 일종의 패러디로 드러내는 장면도, 실제 영상이 주는 얼얼하게 가슴 속에서 솟아오르는 무언가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 장엄한 음악에 테니스 치는 동작이 갖는 의미도 무색해지는 것으로 보였다.

 '산책 나갈게요'(최원종 작가)의 차근호 연출가

'산책 나갈게요'(최원종 작가)의 차근호 연출가 ⓒ 김민관


차근호 연출, 최원종 극작의 '산책 나갈게요'는 자살을 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자살을 유예하게 되고, 삼년이 흐른 뒤 다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부엉이바위를 찾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차근호 연출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하나의 '인간 노무현'을 다루고 싶다, 대통령이 죽은 것도 있지만 한 인간이 자살을 했다는 것, 거기에 담긴 많은 인간적 고뇌와 슬픔을 관객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산책 나갈게요'(최원종 작가, 차근호 연출)의 배우 맹봉학

'산책 나갈게요'(최원종 작가, 차근호 연출)의 배우 맹봉학 ⓒ 김민관


실제 작품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기점으로 3년이 흐른 기간 동안 일종의 덤으로서의 삶을 통해, 자살을 미룬 네 사람은 인간 노무현에게 동질감을 형성하게 되고,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직전의 행적을 그대로 체험해 보며, 그의 의식을 추측해 보게 된다. 이러한 체험은 당시 머리끝을 곤두서게 했던 사건을 그대로 떠올리게 하는 한편, 관객 역시도 배우들의 의식에 깊이 동화되게 했다.

'노무현'을 다루는 데 있어 두 가지 관점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정권의 현실 측면에서의 반성을 동반한 정치적인 관점에서의 '대통령'으로서의 희망을 진단해 보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의 평소 소박하고 감성적인 '인간 노무현'의 모습에서 보는 보편적인 희망의 힘을 되새기는 것이다.

전자는 현실·현정권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에 대한 대안의 측면으로 제고되어야 할 것이고, 후자는 어쩌면 애도의 영역으로, 정서적인 측면에서의 슬픔으로 그칠 공산이 크지 않을까. 노무현을 가지고 동시대에 접속한다는 것은 실로 쉽지 않을뿐더러, 또한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결과를 나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들었다.

 지난 13일 열린 [연극, 노무현] 3 story 시연회에서, 공연이 끝난 이후 토론이 이어지는 현장

지난 13일 열린 [연극, 노무현] 3 story 시연회에서, 공연이 끝난 이후 토론이 이어지는 현장 ⓒ 김민관


일단 세 작품은 모두 다른 이야기들로, 권력과 우매한 대중이 몰고 간 한 선인의 비극부터 노 전 대통령 당시의 현실과 세태, 그의 죽음으로부터 본 삶의 의미까지 각기 다른 생각의 지점을 선사한다. 토론의 준거가 될 만한 여지들이 있는 연극들이다.

박장렬 창립준비위원장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같이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일까 생각했고, 연극은 (다른 매체에 비해) 시의성이 늦는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 핫 이슈를 끌어내고자 한다고 전했다. 한편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과 함께, 있었던 과거를 그대로 들어보고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박장렬 창립준비위원장은 무엇보다 이런 식으로 연극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연극을 한 적은 없고, 무엇보다 "2012년 연극 노무현을 가지고 연극을 한다는 것을 바깥(현실)에서 생각하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연극의 내용과 완성도를 떠나 연극인들이 사회에 발언을 할 수 있는 게 고인돌 프로젝트의 중요한 지점이라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아트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노무현 연극 박장렬 고인돌 연극농장 [연극, 노무현] 3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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