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공군시범단 블랙 이글스의 시범비행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블랙 이글스의 시범은 공군의 위용을 민간인들에게 자랑하기 위한 행사다.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 전개상으로는 위험한 금지 기술인 '제로노트'를 시도함으로써 관람객들을 위험에 빠트린 정태훈 대위(정지훈)가 블랙 이글스에서 쫓겨나게 하는 장치가 된다. 블랙 이글스에서 쫓겨난 정태훈 대위는 21전투비행단으로 배속되어 전투기 조종사로 거듭나게 된다.

영화는 재능은 뛰어나지만 성숙한 인격을 갖추지 못한 정태훈의 성장담이다. 그의 성장에 끼어드는 요소는, 사적으로는 정비대대 소속의 유세영 중사(신세경)과의 로맨스와 전투비행단의 에이스 이철희 소령 (유준상)과의 라이벌 의식, 그리고 공적으로는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상황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의의는 <빨간 마후라>(신상옥, 1964)와 <창공에 산다>(이만희, 1968), <멋진 사나이들>(임원직, 1974)과 같은 항공액션영화의 맥을 잇는 영화라는 점이다. 21세기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는 장르의 다양화라는 현상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만들어지지 않았던 항공액션영화가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액션영화라는 장르는 결국 배우 또는 배우가 연루된 기계가 보여주는 움직임이 관건이 된다. 그 관건이 되는 액션을 잘 살리기 위해 배우의 매력, 또는 배우가 맡은 캐릭터의 매력이 잘 살아야 하며, 액션의 긴박감을 조성하기 위해 이야기를 짜게 마련이다. 또한 대중적인 장르영화는 어느 정도 이야기의 전개를 관객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등장하는 배우의 매력이 그런 예측 가능한 이야기의 단조로움을 희석시켜주면 나름 볼 만한 작품이 된다.

그런데 반대로 배우의 매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거나 혹은 클라이맥스에서 액션의 긴박감을 조성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에피소드들이 나오면 영화는 산만해 보이게 된다. <R2B : 리턴 투 베이스>와 비교할 만한 작품으로는 며칠 전에 자살한 토니 스코트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바로 톰 크루즈를 전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탑 건(Top Gun)>(1986)이 있다. <탑 건>은 당시 십대 청춘 스타였던 톰 크루즈가 처음으로 성인 역할을 맡은 영화였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전투기 조종사들끼리 해변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비치 발리볼을 하는 장면이다.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된 이 장면은 톰 크루즈와 다른 조종사들이 웃옷을 벗은 상체를 그대로 보여주는데, 잘 다듬어진 성인 남성의 몸이 지닌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이를 통해 톰 크루즈의 남성미를 발산함으로써 그를 매력적인 남성으로 만들어놓는다. 아울러 전세계적으로 비치 발리볼이라는 스포츠를 소개하는 부대효과를 낳기도 했다.

그에 비해 <R2B : 리턴 투 베이스>는 이야기 구조는 성장담이지만 주인공을 맡은 정지훈이 소년에서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변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조연을 맡은 배우들도 반드시 그 캐릭터에 맞는 캐스팅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몇몇 장면은 영화의 이야기 전개와 동떨어져 있어서 전체 이야기의 흐름의 일관성을 떨어뜨린다. 예를 들어, 공군부대 사병들 간의 실랑이 장면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삽입한 에피소드이지만 그 인물들이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큰 관련이 없다. 영화에서 조종사 조태봉 (정경호)은 끊임없이 자기 비행기가 왼쪽으로 쏠린다고 유세영 중사에게 불평하지만, 그 장면이 정태훈이 유세영 중사와 맺어지게 되는 이야기 전개상의 사연 말고는 왼쪽으로 쏠림 현상이라는 기체의 이상이 이야기 전개상 어떠한 복선도 마련하지 못한다.

또한 블랙 이글스에서 쫓겨난 다음 정태훈이 하늘에 뜬 초경량비행기를 보고 오토바이로 따라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은 <탑 건>에서 톰 크루즈가 새로 배치된 부대에서 이륙하는 제트기를 따라가는 장면을 연상케 하지만 굳이 이야기 전개상 필요하지 않은 장면이었다.

사실 서울시 상공에서 벌어진 북한군 미그기와의 공중전 장면은 그 장면만 놓고 보면 아주 뛰어난 장면이고, 클라이맥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를 공격하고 조난당한 우리 측 조종사를 구출하는 시퀀스는 매우 잘 짜여진 액션 장면이다. 그렇지만 그 장면까지 이끌어가는 이야기 전개가 그렇게 촘촘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화의 묘미가 반감되었다. 

알투비: 리턴 투 베이스 (2012) 탑 건 정지훈 유준상 신세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그냥 영화보고 책보고 글쓰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