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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화면에 찾아 온 '찾아가는 음악회'
▲ 통기타 연주 충화면에 찾아 온 '찾아가는 음악회'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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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에도 태풍 볼라벤이 고춧대를 넘어뜨리고, 헛간 지붕을 날려버리고 밤나무 가지는 찢어 놓았다. 해마다 자연 재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살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시골 마을 사람들의 시름은 나누고 희망은 더해주는 '찾아가는 음악회'가 우리 마을에도 찾아왔다.

지난 금요일(14일) 부여군 충화면 면사무소 앞마당에는 작은 무대가 꾸며졌다. 사단 법인 한국 연예 예술인 협회 부여 지회의 '찾아가는 음악회' 공연 팀이 찾아 왔기 때문이었다. 부여 '찾아가는 음악회'는 금요일 저녁이면 공연을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찾아가서 무대를 펼친다. 따로 무대가 없는 충화면사무소 앞마당에도 부여 '찾아가는 음악회'는 찾아왔다. 어느 시골집 들마루를 번쩍 들어와 손수 무대를 만들어서라도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음악을 나눈다고 한다.

한국 연예 예술인 협회 부여 지회 이재진 (부여 군청 근무) 지부장에 의하면 직업도 다양한 아마추어들의 순수한 봉사와 재능 기부를 통해 부여 군민들의 문화 수준을 높이고 문화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찾아가는 음악회'를 기획했다고 한다. 충화면에서의 공연은 외산면과 임천면에 이어 세 번째 공연이다. 이재진 지부장은 사비 섹소폰 앙상블 단원으로 직접 공연에 참여를 하고 있다.

음악에 심취한 충화면민들
▲ 트롯 가수의 흥겨운 노래 음악에 심취한 충화면민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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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임 충화 면장은 태풍 볼라벤이 지나 간 후 충화 면민들과 공무원들의 고단한 심신을 음악을 통해 치유하고 다시 용기백배하자는 의미에서 '찾아가는 음악회'를 유치했다고 한다.

들마루로 만든 무대에 조명이 켜지고 음향 시설이 설치되자 제법 아늑하고 가을이 묻어나는 라이브 카페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드디어 통기타의 선율이 첫 무대를 가르고 대전 다운타운 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은새 가수의 노래가 이어졌다.

그 사이 충화면민들이 면사무소 앞마당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처음에 마련했던 120개의 의자가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40여개의 의자들을 더 내오고 음악은 충화면들의 감성에 촉촉하게 젖어들어 갔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은 아닐지라도 음악은 시골 사람들의 농사일의 고단함과 한을 풀어내기에는 충분했다. 민요 가수의 애절한 진도 아리랑과 흥겨운 뱃노래에는 점잖은 충청도 양반의 체면도 벗어버린 막춤의 향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시골 마을에서는 막춤이 빠진 공연은 재미가 없다.

시골 할머니들의 전유물인 막춤이 끝나자 이어진 최정원 벨리 아카데미의 벨리 댄스 공연이 시작되었다. 할아버지들이 반은 발가벗은 차림으로 현란한 춤사위를 보여주고 있는 밸리 댄서들에게 넋이 빠져있는 사이 객석에서는 '얼라, 배꼽은 다 내놓고 추울틴디... 쯔쯧' 하는 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충화 주민 자치 위원회에서는 '찾아 가는 음악회'를 찾아오는 면민들에 음료수와 뻥과자가 제공했다.
 충화 주민 자치 위원회에서는 '찾아 가는 음악회'를 찾아오는 면민들에 음료수와 뻥과자가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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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 섹소폰 앙상블의 '섬마을 선생님'이 연주되자 객석의 주민들이 따라 부르며 한층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이 팀에는 중학교 1학년 서홍규군이 최연소 섹소폰 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서홍규 군은 충화면 오덕리에 외가집이 있으며 충화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 다니기도 했다. 코스모스 피어 있는 고향역과 백마강 달빛까지 애잔한 섹소폰 연주에 녹아드는 충화의 가을밤이 깊어갔다.


태그:#찾아 가는 음악회, #부여 , #충화면, #통기타 , #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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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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