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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내홍이 극에 달하고 있다. 8일 밤늦게 이상돈 등 박근혜 비대위원장 시절의 새누리당의 전 비대위원들이 이한구 원내대표와 비서진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도 자세히 보면, 이한구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직을 유지하는 대신 중앙선대위 의장단에서 물러나는 미봉책을 수습안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사태의 핵심을 모른다. 문제는 박근혜가 70년대 박정희의 마인드로 2010년대의 조직을 인식하고 운영하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문제는 박근혜가 문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롤모델은 부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이 박근혜 후보의 장점으로 부친 박정희가 했던 소위 업적을 당시 유신정권의 퍼스트레이디인 박근혜가 배웠기 때문에 잘 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그런데 박근혜의 위기는 소위 70년대 스타일인 박정희의 업무 역량(속칭 일머리, 조직 구성과 과업 해결 프로세스)을 그대로 따라한 것에서 기인한 면이 매우 크다. 5년 임기의 다른 대통령과 동일하게 비교되는 박정희의 집권기간은 무려 18년. 다른 대통령보다. 3.8배나 더 많은 기간이다.

특히 박정희 통치를 지원하기 위한 군부와 검경 등 폭력적 권력 수단들이 모두 박정희 정부를 지원하고 있었다. 집권 당시 박정희는 조직 관리에서 절대로 2인자를 용인하지 않았다. 윤필용, 이후락, 김형욱, 박종규, 김종필 그리고 마지막 순간의 차지철과 김재규까지. 수하들을 서로 항쟁시키고 그 항쟁의 긴장감에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박정희의 조직관리 기법이었다.

그리고 현재 새누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갈등의 구도는 박정희 시대와 너무나도 닮아있다. 친박 핵심이라고 하는 소수의 측근들이 박근혜 후보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독점하면서, 그 과정에서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생기면 그런 조직을 구성한 후보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말을 전달한 대변인들이 연달아 숙청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70년대 박정희 식의 조직관리기법이 2010년대의 현실과 지금 충돌하고 있다. 조직 리더십의 관점으로 우리는 지금 새누리당의 내홍의 원인을 이해할 수 있다.

김종인과 이한구의 갈등은 의사결정권자의 임무방치가 원인

이 갈등의 원인은 외부인사 김종인 위원장과 내부인사 이한구 원내대표의 항쟁을 박근혜 후보가 유도했기 때문이다. 박근혜표 경제 민주화를 총괄하고 있는 김종인 국민행복위원장과 이한구 원내 대표의 갈등의 핵심은 박근혜가 '조직의 최종 의사결정'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국민행복위원장의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 전략은 이러하다. 김종인 국민행복위원장은 자신이 언론 매체와 인터뷰했듯이 새누리당 내에 경제 민주화의 의지가 거의 없음을 알고 있다. 막말로 집권 이후에 박근혜 후보는 청와대로 들어가 버리고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를 보이콧 해버리면 자신은 경제 민주화의 마스코트로만 이용당하고 이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따라서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의 후보 시절에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어떻게든 억지로라도 하게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후 새누리당 안에서 벌어지는 난맥상을 단순 요약하면 이렇게 된다.

(1) 김종인 위원장이 경제 민주화 안을 정리해 박근혜 후보에게 '이번 정기국회 내에 경제 민주화 입안을 추진해야겠다'고 보고한다.
(2) 박근혜 후보는 '그럼 이한구 원내 대표와 상의하라'고 한다.
(3) 이한구 원내 대표는 경제 민주화 법안의 논의를 거부하면서 후보에게 확실한 허락을 받아오라고 한다.
(4)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 후보를 찾아가서 다시 요청한다.
(5) 박근혜 후보는 이한구 대표에게 이야기 해둘테니 진행하라고 한다.
(6) 이한구 원내 대표는 의총에서 경제민주화를 공격해 무산시킨다.
(7) 김종인 위원장은 다시 박근혜 후보에게 갔다가, 다시 이한구 원내 대표에게 간다. 1)에서 6)을 무한 반복한다.

이것이 지난 몇 달 동안 박근혜 캠프에서 벌어진 실상이다. 물론 지금 이한구 원내대표는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한구 원내대표는 사족을 달았다. '박근혜가 정책으로 만든다면 입법을 지원하겠다'고. 그러니 이한구 원내대표가 상징하는 원내 반 경제 민주화 세력들은 속된 말로 김종인 위원장을 물먹일 완벽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사실 시간이 너무 지났다.

새누리당의 전 비대위원들이 주장하는 대로 중앙선대위 의장단에서 물러나더라도 원내대표를 유지하는 한 이한구 원내대표의 경제 민주화 보이콧 전략은 매우 쉽다. 이미 국회는 사실상 예산국회, 대선 국회로 넘어갔다. 야당인 민주당의 협상력이 더 커지는 것이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어떻게든 내년도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정부를 핑계대고, 국회 운영의 이니셔티브를 쥐게 되는 야당인 민주당을 핑계대면 된다.

정치 역학상 김종인이 설계한 박근혜표 경제민주화 방안을 이 시점에 민주당이 순순히 받을 리가 없다. 대선 전에 박근혜에게 공을 세워주고 싶지 않은 민주당의 심리와 소위 경제 민주화 정책에 반감을 품고 있는 이명박의 청와대를 방패삼으면 이한구는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 민주화 정책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러니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 민주화 정책이 이번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지금 이 시점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박근혜 후보에게 이한구와 나 사이에 선택하라고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10월 중순 중 무조건 경제 민주화 법안이 한나라당의 의총을 통과하지 않으면 경제 민주화 법안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삼자가 알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최종적인 권한을 쥔 의사결정권자가 '결정'을 해주면 깔끔하게 해결된다. 그런데 그동안 박근혜 후보는 전혀 '결정'하지 않았다. 김종인과 이한구를 항쟁시킴으로서, 전통적인 지지 세력과 경제민주화로 유인된 지지세력을 모두 누리겠다는 것이 박근혜 후보의 전략이다. 전형적인 부친 박정희에게 배운 70년대 용인술이다. 그러나 이 70년대 용인술이 이제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박근혜 후보는 아직 김종인 위원장을 붙잡을 방법이 있다. 김종인 위원장의 불안감은 자신은 국회의원도 아니며, 새누리당 안에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국회의원도 없는 것에 기인한다. 4.11 총선 공천 무렵 김종인 위원장이 1차로 발끈했던 이유도 이것이었다. 이대로는 계속 자신을 방해하고 괄시하는 이한구 원내대표를 제어하기 위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을 주저앉히기 위해 최소한 국무총리급의 위상이 있는 관직 카드를 제안할 수 있다. 현 단계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자신의 경제민주화 정책과 예를 들어 국무총리라는 자리를 교환하는 데 동의할지는 미지수지만, 박근혜 후보가 스스로 야기한 김종인-이한구 간의 항쟁을 무마하고 김종인 위원장을 주저앉히는 데 성공한다면 그것은 김종인 위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확실한 '관직 보장'을 받았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한광옥과 안대희의 갈등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 

두 사람 다 외부 인사와 외부 인사의 항쟁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박근혜식 조직 관리의 난맥상을 보여주는데 이는 박근혜가 '조직의 행동을 사전에 공유하지 않고 조직을 마구 세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다.

외연의 확대가 목표인 안대희와 한광옥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따라서 하나를 취하면 하나를 버리는 리더의 선택이 즉각적이고 분명해야 했고, 이 부분은 충분히 조직 내에서 커뮤니케이션 되어야 했다. 하지만 박근혜는 이러한 자신의 행동을 대선캠프의 실질적 좌장인 위원장급들에게 조차 공유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진행했다.

그래서 한광옥 영입발표 이후에 선 영입된 안대희 위원장의 당연한 반발을 산 것이다. 안대희 위원장은 사전에 공유되었다면 충분히 비공개로 의사표시를 했겠지만, 박근혜 후보가 사전 공유도 없이 언론에 공개한 이상,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길 밖에 선택할 수가 없었다. 박근혜의 미숙함으로 내부 커뮤니케이션 갈등이 외부로 끌어 내어진 형국이다.

이 두 인사는 모두 박근혜로써는 놓치기 힘든 표밭을 상징한다. 어쨌든 한광옥은 호남을, 안대희는 사법개혁을 바라는 젊은 수도권 유권자에게 어필하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이 두 카드를 모두 한꺼번에 취할 절호의 방법은 호남 출신의 존경받는 사법개혁의 아이콘을 영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근혜는 호남 인사에게 사법개혁의 임무까지 맡기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낀 것 같다. 이는 부친 박정희가 신직수 등 직할 참모를 통해 사법 권력을 지배하는 것을 배웠듯이 자신도 같은 수준의 영향력을 확보해야겠다고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예상하자면 한광옥, 안대희 간의 항쟁은 아마도 안대희 위원장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후보에게 호남표 보다는 수도권 표가 승부처이며, 집권 이후 법조 사법계에 사법 개혁을 암시하는 인사가 주변에 포진해있음을 암시하여 검찰에 대한 영향력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안대희 위원장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설령 비리인사라도 포용했다가 내치는 꼴로 호남과 이후 영입 인사들에게 심각한 시그널을 주게 되며, 국민통합이라는 타이틀 또한 스스로 깨는 꼴이 되는 것은 큰 상처가 될 것이다. 조직 내부의 소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국가 경영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비난도 감수해야 할 터고.

세 번째 항쟁은 친박과 비박 간의 '비전' 갈등

이 항쟁은 박근혜가 자신의 오랜 동료인 새누리당의 비 충성조직에게 '조직의 공통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 이 부분은 보수 정당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정치 입무 초기 박근혜는 당시의 보수 주류 세력들에게 심한 견제를 받았다. 박근혜를 구보수라고 하면다면 이회창이나 이재오 김문수 처럼 민주화 운동하다 보수적 정체성을 깨닫고 신한국당에 들어간 신보수에게 박근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극복의 대상이었다. 유신과 인혁당 사법살인과 같은 그런 방식으로 정치하지 않아도 집권할 수 있다는 것을 두고 보수 안에서 경쟁이 이루어졌다.

특히 최병렬 이회창 등은 유신시절 청와대가 법관과 언론에 어떻게 간섭하는지를 목도했던 이들이 보수 우파 안에서 반 박근혜 카르텔을 짰고 그래서 박근혜의 탈당도 있었다. 신 보수들은 구 보수인 박근혜가 보수 우파 안에서 지분을 가지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들이 큰 실수를 했다.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노무현을 탄핵해 버렸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수 우파 안에 박근혜를 호출하고 그들이 결코 바라지 않았던 박근혜의 지분이 생겼다.

이후에 이명박이라는 새로운 보수의 아이콘으로 박근혜 이외의 다른 보수적 대안이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고 집권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구 보수 박근혜와 신 보수는 친박 학살이라는 씻을 수 없는 정치적 상처를 주고받았다. 이명박 보수의 몰락 이후 다시 4.11 총선으로 당을 재구성하는 과정은 구 보수 박근혜의 복수혈전이었고.

새누리당 안의 비박 세력을 모두 신보수라고 칭한다면, 이들은 박근혜의 존재가 자신들의 지금까지의 보수 진영에서의 경력과 미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선뜻 융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박근혜는 지금의 지도부 사퇴론과 '후보 주변 인적쇄신론'을 "당내 계파 갈등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계파 갈등'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박근혜는 보수 진영의 현 단계 최종 리더로써 보수 세력의 비전을 제시해야 했다. 이 보수의 비전을 명쾌하게 보여주기 전 비박 세력이 진심으로 박근혜와 융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새누리당의 신보수들은 이제 서서히 박근혜가 패배하기를 바라는 심리적 제로 지점으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가 당선되고 나면, 이명박-박근혜의 보수 정권이 10년간 지속된다. 5년 후 2017년 정몽준 66세, 이재오 71세, 김문수 66세 등 차차기를 바라는 신보수의 리더들이 대통령을 꿈꾼다면, 3기 연속으로 보수정권이 수립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은 고려하고 있다.

더구나 박근혜 계는 지속 가능한 정치 세력으로써도 보복에 매우 취약한데 이 시점 박근혜 이후의 후계 구도가 없다는 것. 부친 박정희의 본을 받아 후계자를 육성하지 않는 박근혜 계는 박근혜가 낙마하게 되면 그 뒤를 이어 응징 보복할 자가 없다. 자신 이외에 어떠한 대안을 만들지 않은 박정희 즉 박근혜 스타일이 빚어낸 리스크가 지금 친박과 비박 사이에 흐르고 있다.

이제 6일 정몽준 박근혜의 회동의 성과 없이 끝난 것에서 보이듯 그들은 자신들의 신보수가 다시 보수의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고 보수 내의 경쟁자이며 현재 후계자가 없는 박근혜 세력을 한 순간에 해체하고 보수를 재구성하자면 차라리 이번 대선에서 참패하자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박근혜 캠프에 흔쾌히 참여할 이유가 없다.

조직의 빠른 최종 의사결정, 조직 내 사전 커뮤니케이션, 조직의 공통 비전 제시 등은 이 시대의 조직의 리더가 반드시 보여주어야 당연한 역량이다. 부친 박정희의 시대에는 이런 역량 없이도 통치가 가능했다. 70년대엔 때조잡- 때리고, 조지고 잡으면 조직은 돌아가고 성과는 나왔으며, 뭐가 잘 안되면 지금 대변인을 자르듯 희생양을 만들고 부하들을 항쟁시키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2012년이다. 박근혜가 이제 책임져야 할 대한민국은 부친처럼 때조잡하거나 입을 닫고 산다고 해결되는 규모의 나라가 아니다.

박근혜는 누가 뭐래도 다자구도 1위의 대선 후보다. 이대로 내일 대선을 치르면 박근혜가 대통령이다. 하지만 과거의 편했던 진영에서 벗어나 국민통합이라는 거대한 임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목격되는 박근혜의 리더 역량은 서서히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이것이 박근혜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진정한 이유다.

지금 유권자들이 박근혜가 짜고 운영하는 조직을 보면서 박근혜의 무능을 깨달아가고 있으니.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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