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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라이프치히 유학생들이 일을 냈다.

토론은 선거를 위한 시작이었다. 라이프치히에서 미디어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오정택(36)씨는 대한민국 선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옳은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의견이 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의기투합할 친구들이 지난 10월 16일 모였다. 만나면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다. 다른 생각에 대해서는 토론을 통해 조정해 나갔다. 그러면서 선거를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작당(페이스북의 그룹이름, http://www.facebook.com/groups/Jakdang1219/ )'이 시작됐다.

'작당'들의 작은 실천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독일 라이프치히 유학생들의 '작당' 퍼포먼스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독일 라이프치히 유학생들의 '작당' 퍼포먼스
ⓒ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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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인 라이프치히의 유학생들은 대한민국의 선거 문화에 대해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투표시간 연장이 그 시작이었다.

의기투합한 친구들은 사진 영상, 미디어, 음악, 의학, 종교학, 신학, 철학 등 다양한 부분의 전공자들이었다. 이들은 각자의 역량을 맘껏 발휘했다. 그들이 첫 번째 만든 영상은 투표 시간 연장을 위한 영상이었다. 영상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쪼갰다. 실천은 반드시 시간이 담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힘들고 꽤 많은 시간들이 필요했지만 너무 즐겁고 신나는 시간들이었다고 '작당' 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바람은 바람으로 끝났다. 국회에서는 투표시간 연장은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두번째는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주제였다.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 후보 정책에 대한 토론과 이미지, 그리고 앞으로의 대한민국에 대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결론을 좀처럼 낼 수 없었다. 그런데 한 후보가 중도사퇴를 했다. 한 친구는 더 이상 함께 토론을 할 이유가 없다며 모임에서 빠지겠다고 했다. 답답한 시간들이었다. 그렇지만 의사를 표현하겠다는 의지를 꺾지는 않았다.

생각을 모으던 중 몇 안 되는 그들의 의사만을 표현하기보다는 유럽에 있는 그들과 같은 생각의 친구들의 의견을 공유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각 나라의 한인사이트에 자신들의 의사를 담은 편지를 올렸다. 같은 뜻을 담은 영상으로 유럽에 있는 유학생들의 바람을 대한민국에 알려보자는 취지였다.

며칠 후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의 다른 지역, 메일을 통해 사진들이 속속 도착했다. 작당들은 의기투합에 동참을 한 많은 친구들 덕분에 더 힘이 났다. 동영상 제작은 사진 영상을 공부하는 김도형이 맡기로 했다. 빠듯한 시간을 쪼개 영상을 만드는데 힘을 모았다. 음악과 영상에 담길 내용들은 여러 친구들이 함께 만들었다.

영상 제작 후에 큰 숙제가 남았다.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릴까?'이 부분은 각자의 전공을 불문하고 모두가 동참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달하기 시작했다. 파워트위터리언들에게 그들의 의사를 전달했고 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영상을 리트윗 해 주었다. 이 과정에서 "종북좌파"라는 트윗을 받아보지 않은 친구들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영상 업로드 2일째 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영상을 봤고 잘한다는 격려와 칭친의 메시지를 이메일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달 받았다.

투표하러 가는 길은 소풍이다

18대 대선 재외국민투표를 진행한 독일 라이프치히 유학생 가족.
 18대 대선 재외국민투표를 진행한 독일 라이프치히 유학생 가족.
ⓒ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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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재외국민투표에 참여한 독일 라이프치히 유학생.
 18대 대선 재외국민투표에 참여한 독일 라이프치히 유학생.
ⓒ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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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8일 그들은 함께 투표장으로 향했다. 소풍갈 때의 설렘, 그 동안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왔던 것들을 최종 결정 하는 날, '작당'들은 모두가 설렜다. 생각을 함께 나누기 위해 서로 토론하고 실천하는 모습은 스스로에게 즐겁고 신나는 일이었다. 소풍 때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영상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제 재외동포들의 소풍 시간은 끝났다. 12월 19일 대한민국 국민들의 소풍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들 모두는 대한민국 투표에 국민 모두가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우리의 대통령을 뽑고 싶었습니다"

- 여러 친구들과 같이 일하면서 느꼈던 소감은?
오정택(36)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 : "한국을 떠나 살면서 우리의 대통령을 뽑는 일에 동참하고 싶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과 만나 선거를 축제로 즐기는 법을 배웠습니다. 젊은이들은 표현하는 방법을 잘 압니다. 우선은 행복하고 즐거워야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한국을 떠나서 한 투표지만 이렇게 즐겁게 투표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서로가 가진 장점들과 재능들을 긍정적으로 결합했던 즐거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사람들과 행복 바이러스를 나눌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즐거웠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도형(미디어아트, 사진전공 30): "저희가 만든 동영상을 보고 많은 분들에게 격려와 힘을 담은 메일들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지했던 분의 사모님이 영상을 보시고 눈물을 흘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죠. 정말 우리가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투표장에 갔을 때 한 분이 다가와 고맙다고 말하시더라고요. 그때 기분이 얼마나 좋았는지, 내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준다고 생각하니 너무 즐거웠습니다."

- 이번 선거가 처음이었다는데 투표하고 난 소감은?
유지아(의대 재학생 24) : "제 생애 첫 대선 투표를 작당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그동안의 시간이 축제 같아요. 선거가 끝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요. 이런 모임을 갖게 해준 현 정부에게 대단히 감사한 마음입니다."

- 신나는 축제를 즐긴 소감이 어떠세요?
문지선(재즈·팝·성악 전공 29) : "처음에 먹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어요. 즐겁게 만나 수다를 떠는데 그 속에 다양한 학문, 예술, 문화 정치 등의 좋은 콘텐츠를 나눌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게다가 가족과 함께 동참해준 분들과의 따뜻한 시간들이 가장 훈훈하게 남습니다. 무엇보다 저희의 동영상 조회 수가 1만 건이 넘었다는 점이 행복한 추억이 되었어요."


태그:#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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