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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운동이 막마지에 다다른 가운데 대선 후보와 참모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의 공약과 주장을 쏟아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 사실검증팀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날마다 후보와 핵심 참모들의 발언을 모니터해 신뢰할 만한 각종 데이터를 통해 검증할 것입니다. 사안에 따라 누리꾼이 직접 참여하는 '함께 검증하는 뉴스'도 운영할 것입니다. 대선후보 사실검증 '오마이팩트'에 누리꾼 여러분의 적극적 참여(이메일 politic@ohmynews.com, 트위터 @ohmy_fact)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취재 : 사실검증팀] 구영식 김도균 홍현진 박소희 기자 / 그래픽 고정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자꾸 왜 박근혜 후보가 두둔하나. 그 분(국정원 여직원)은 피의자다."(16일, 대선후보 3차 토론회)

형사소송 용어 하나가 대선후보 진영의 공방을 불러왔다. '피의자'라는 용어가 그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6일 열린 대선후보 3차 토론회에서 '인터넷 댓글 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을 두둔한 것이 발단이 됐다.

새누리당 공세 "문 후보, 인권변호사라는 단어 쓸 자격 없어"

박 후보는 "국정원 여직원은 증거를 내놓으라고 해서 컴퓨터를 내놓았다"며 "댓글 달았다고 해서 차까지 들이받아 주소까지 알아내고 여직원이 나오지 못하게 2박 3일간 감금한 부분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이라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공격했다. 그러자 문재인 후보가 "자꾸 왜 박근혜 후보는 (국정원 여직원을) 두둔하나?"라며 "그 분(국정원 여직원)은 피의자다"라고 반격에 나섰다. 

이날 문 후보가 "국정원 여직원은 피의자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새누리당과 일보 보수언론이 '부적절한 용어 사용'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국정원 여직원이 피고발인임에도 문 후보는 줄곧 피의자라고 말해, 대선후보는 고사하고 변호사로서도 자질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김성회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 후보는 더 이상 '인권변호사'라는 단어를 쓸 자격이 없다"고  말했고, 장덕상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문 후보는 피해자를 피의자로 둔갑시켰다"며 "인권변호사를 자처한다는 문 후보는 피해 여직원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공세를 폈다. 

보수일간지 <문화일보>는 "피의자는 수사기관이 범죄혐의를 두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며 "국정원 여직원은 '피의자'가 아니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고발되면 피의자 신분" vs. "고발된다고 바로 피의자 되는 거 아냐"

네어버 지식백과는 '피의자'를 "죄를 범한 혐의로 수사기관의 수사대상이 되어 있는 자로서 아직 공소(公訴)가 제기되지 않은 자"로 풀이해놓았다. 검사에 의해 공소가 제기(기소)되면 피의자는 '피고인'의 신분으로 바뀐다. 피고발인, 피고소인, 피진정인 등을 포괄해서 '피의자'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변호사는 "수사절차상 국정원 여직원은 민주당에 의해 고발됐기 때문에 피의자 신분이라고 할 수 있다"며 "문 후보가 그 여직원을 '피의자'라고 표현한 것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수사분야에 근무했던 서울의 한 경찰관도 "범죄 혐의의 유무와 상관없이 고발되면 피의자 신분이 된다"며 "피의자를 기소하면 비로소 피고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오피스텔 앞, 경찰관이 벨을 누르며 문을 열어 협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 11일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오피스텔 앞, 경찰관이 벨을 누르며 문을 열어 협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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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식으로 고발장을 제출했으면 국정원 여직원은 법률적으로 피의자 신분이 된다"며 "터무니없는 고발일 경우 조사를 하지 않고 '각하'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도 피고발인은 법률적으로 피의자 신분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과 상반되는 견해가 있다. 현직 판사는 "고발을 당하는 즉시 피의자가 되면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 있다"며 "국정원 여직원의 경우 정식으로 입건되지 않았으면 피의자라고 할 수 없고 피내사자라고 할 수는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발을 당했어도 바로 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법률전문가도 "피의자란 범죄혐의가 있어서 정식으로 수사를 받을 때 사용되는 용어"라고 전제한 뒤, "국정원 여직원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현재 그 직원이 피의자 신분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경찰에서도 그 직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적이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피의자가 되려면 정식으로 사건이 접수되는 '입건단계'가 있어야 하고, 경찰이 통상적으로 어느 정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야 입건된다"며 "입견한 후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하면 검사가 기소-불기소를 결정하는데 이때 기소되면 피의자는 피고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여직원의 불법선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수서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 여직원 김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고 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한편 민주당은 역상동 오피스텔에서 인터넷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아무개(28)씨를 불법선거 혐의로 고발했다. 김씨도 구체적 혐의도 없이 개인 주거지를 무단 침입하고(주거침입죄), 가족과 지인의 출입을 차단하며 출근을 방해했다(감금죄)는 이유로 민주당 관계자들을 고소했다.


각 후보의 '피노키오 지수'를 보시려면 위 이미지를 클릭해주세요.



태그:#문재인, #피의자, #인터넷 댓글 달기,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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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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