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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 불린 콩을 손으로 으깨질정도로 푹 삶는다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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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번에 된장을 많이 뺄 거니? 간장도 해야하니?"
"응. 간장은 안 해도 되고 된장 때문에..."
"그럼. 작년에 담근 된장이 남았으면 이렇게 해봐. 이번에 산 콩을 물에 불렸다가 푹 삶아. 그리고 소금물을 끓이는데 거기에 멸치 갈아서 넣고 표고버섯, 다시마를 넣고 함께 끓여 식힌 다음에 삶은 콩에 섞어서 빻아. 그리고 그게 식으면 작년에 담근 된장하고 섞어. 그럼 새 된장이 되는 거야. 아 참! 메주가루도 넣고..."
"응. 그래 그거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대화한 것도 며칠이나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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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네 동네에서 산 8Kg의 하얀콩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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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내가 메주를 직접 담가보리라 마음먹고 야심차게 메주콩을 8Kg를 샀다. 그것도 국산콩을 사기 위해 언니에게 부탁했고, 언니는 언니네 동네에서 콩을 터는 것을 지키고 있다가 택배로 보내 온 것이다. 그런데 사다 놓은 콩을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올해는 넘기지 말아야 했기에... 28일, 시장에 있는 고추가게에 들렸다. 그곳에서 메주가루와 엿기름을 사면서 주인 아주머니한테 다시 한 번 물어봤다.

"삶은 콩에 작년 된장을 섞어도 괜찮다면서요?"
"괜찮고 말고요. 오히려 더 맛있어요." 
"그럼 그건 어떻게 하는 것이 맛있어요?"
"새로 삶은 콩을 잘 빻아서 소금으로 간을 한 다음에 작년에 담근 된장을 섞으면 돼요."

와우! 언니가 가르쳐 준 것보다 더 간단했다. 난 다시 물어본다.

"거기에 메주가루를 넣어야 해요?"
"음! 메주가루는 안 넣어도 돼요."

옆에 고추를 빻으러 온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가 아주 중요한 팁을 주었다. 설 안에 해야지 명절이 지나면 변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으니, 빨리 해야지 하곤 집으로 오자마자 불려 놓은 콩을 삶기 시작했다. 멸치나 표고버섯은 된장찌개를 끓일 때 넣어도 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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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담근 묵은 된장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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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콩을 잘 빻아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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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삶아 빻은 콩에 작년에 담든 된장을 골고루 섞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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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작년에 담근 된장도 맛이 괜찮았다. 하여 딸과 올케에게도 조금씩 나누어 주고 나니 얼마 안 남은 것이다. 그리고 된장을 집에서 담가 먹으니, 사는 것은 그리 내키지 않다. 앞으로는 될 수 있으면 간장, 된장, 고추장은 집에서 담가 먹을 생각이다.

딸도 사는 것보다 더 맛있다며 자주 끓여 먹어 우리보다 더 많이 먹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딸아이한테도 가르쳐 줄 생각도 하고 있다. 내가 어렸을 적에 엄마가 그런 것을 직접 담그던 모습을 자주 보아 온 것도 큰 영향을 주었다. 나이가 들어가니, 엄마가 해 주던 음식이 자주 생각나고,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처럼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삶은 콩을 빻고 있는 나를 보더니 남편이 말한다.

"고생을 사서 하네. 작년처럼 메주를 사서 하지!"
"지금 나 메주 만들려고 하는 거 아니야."
"그럼 뭐하러 콩을 빻아?"
"조금만 있어봐, 내가 즉석 된장을 만들테니깐"
"그런 방법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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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은 된장과 삶은 햇콩을 함께 잘 섞어 만든 새된장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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빻은 콩에 소금으로 간을 하고 작년 된장과 섞었다. 어! 맛이 좋다. 남편에게도 맛을 보라고 하니 "야! 지금 당장 끓여 먹어도 되겠네. 완전히 된장 맛이야!"라고 말한다. 고추가게에서 만난 아주머니와 고추가게 주인 아주머니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가끔 시장에 가서 채소나 생선 등을 사면서 조리 방법을 물어보면, 그들만의 노하우를 가르쳐 주곤 하는데 실상에 큰 도움이 된다. 그들은 그런 방면에는 전문이니 말이다. 작년된장과 잘 빻은 햇콩으로 즉석된장을 잔뜩 만들어 놓으니... 부자가 된 것처럼 기분이 좋다.


태그:#된장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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