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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기)가 대세입니다. '-'(빼기)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모두가 더하기를 해야 살아남는다고 합니다. 지난 대선때도 야권은 일 더하기 일은 2가 될 수 있고, 3도 될 수 있다며 '단일화'를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단일화는 했지만 패배했습니다. 이명박 정권만 봐도 더하기의 힘을 알 수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는 '4대필수과목'(병역비리·세금탈루·위장전입·부동산 투기) 중 하나는 필해야 오를 수 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덧셈

박근혜 정권도 '4대필수과목'에서 자유롭지 못한가 봅니다.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는 아들 병역면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 때문에 낙마했고, 정홍원 총리 후보자 역시 위장전입을 했습니다.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도 편법 증여를 했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모두 '더하기'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자기 배 채우는 일에 모든 힘을 쏟았기에 결국 불법과 편법 그리고 투기를 했습니다.

아직도 대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있는 듯합니다. 사람들은 돈도 채워야 하고, 지식도 채워야 합니다. 우주의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여도 늘 배고픕니다. 하지만 더하기는 우리 배고픔을 채워줄 수가 없습니다.

<오늘,뺄셈>
 <오늘,뺄셈>
ⓒ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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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덧셈만 아니라 뺄셈이 필요한 때 아닐까요. <사랑을 배우다>로 100만 독자에게 가슴 저미는 다양한 사랑을 보여준 에세이 작가 무무는 <오늘, 뺄셈>(도서출판 예담)을 통해 '더하기를 멈추고 빼기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합니다. 블랙홀 같은 욕망만 채우려다 죽어버린 사해가 되지 말고, 받아들이면 흘려보내는 갈릴리 호수를 상기시킵니다.

"갈릴리 호수는 물을 받아들여서 다른 곳으로 흘려보내고, 사해는 받아들이기만 할 뿐 내보내지 않는다는 점이죠.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랍니다. 버릴 줄 알아야 소중한 것을 얻게 되니까요. 끊임없이 받아들여 쌓기만 하면 외려 풍요로운 삶에서 멀어지는 법이죠."(본문 31쪽)

자본주의는 뺄셈이 아니라 덧셈입니다. 자본주의가 몸에 배인 우리에게 더하기 아니라 빼기를 하라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기지 않으면 지는 냉혹한 현실에서 더하기기 아니라 빼기를 하라는 것은 곧 나 자신을 포기하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빼지 않으면 균형잡힌 삶·풍요로운 삶은 우리에게 없습니다. "뺄셈을 통해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있으며, 뺄셈의 지혜를 잘 활용하면 또 다른 길을 여는 특별한 만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더하고 더하면 소중한 것 잃고, 빼면 얻는다

이명박 정권들어 유행한 말이 바로 '월화수목금금금'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나는 가장 열심히 일한 대통령"이라고 자랑했습니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일하라는 뜻입니다. 쉼이 없었습니다. 이는 오만이고, 자만이며 교만 아닐까요. '나도 OO해봤다'는 언사는 더하기의 진수였습니다. 이는 불통으로 이어지고, 아무것도 손에 가질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무무는 "마음 속에 '큰 나'를 빼낼수록, 자세를 낮추수록, 눈에 들어오는 세상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며 "'큰 나'를 빼낼수록 '가능성'은 더 커진다"고 말합니다. 뺄셈이 또 다른 덧셈이라는 말입니다. 채우면 채울수록 오히려 소중한 것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뺄셈 철학이다. 뺄셈 철학이란 소중한 것들을 잃기 전에, 필요치 않은 것들을 자발적으로 버리는 방식이다. 우리는 필요 없는 것들을 자신의 의지로 비움으로써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뺄셈 철학은 세계관이다. 복잡한 것을 단순화해서 바라보며, 많아서 넘치는 것들 틈에서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찾아낸다. 그래서 뺄셈 철학은 우리 삶의 무거운 짐을 덜어내는 출발점이다."(본문 50쪽)

서울 사람들은 지역에 내려오는 것을 꼭 조선시대 때 귀향 가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저는 서울이 복잡해서 싫습니다. 답답합니다. 한 번쯤 서울구경 가는 것은 몰라도, 살라고 하면 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빠르고, 복잡한 것보다는 느리고 단순한 지역이 좋습니다.

고조선 때는 '8조금법'만 이었도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3년 대한민국은 헌법만 아니라 민법·형법 등 수많은 법률이 있습니다. 법 전문가들 조차 다 알 수 없을 만큼 복잡합니다. 전문가는 해당 분야만 전문가일 뿐, 다른 영역은 잘 모릅니다. 앞으로 세상은 더 복잡해질 것입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면 알 것 같지만 아닙니다. 느림과 단순함은 빼기를 통해 가능합니다.

뺄셈은 잃어버리기 전에 먼저 버리는 것

주위를 조금만 둘러봅시다. 이것만은 절대 버릴 수 없다는 것이 있나요. 잡으면 잡을수록 빈손입니다. 빈손이 더 많은 것을 잡을 수 있음을 다 알고 있습니다. <오늘, 뺄셈>은 끊임없이 버리는 과정을 거쳐야 삶이 비로소 아름답고 선명해진다고 말합니다. '버리고 빼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가장 중요한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기 전에 불필요한 것들을 먼저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삶에는 버리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미련 때문에 움켜쥔 것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새로운 것을 얻는 기회를 스스로 봉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녀는 묶어 간직했던 옛사랑의 추억을 과감하게 버리고. 마침내 아픈 사랑의 봉인된 기억에서 자유로워진 스스로를 발견했다. 자판 위를 춤추듯 움직이는 손가락들이 그녀의 자유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본문 91쪽)

영혼이 늘 깨어 있으려면 수시로 '빈 잔'의 상태로 돌아가야 합니다. 가득 찬 잔보다 빈 잔이 더 많은 것을 채울 수 있습니다. '반밖에 안 된다'는 말보다는 '반이 찼다'는 말을 하라고 하지만 이제는 '빈 잔'의 여유로움을 가지는 것이 더 낫다고 할 때가 됐습니다. 우리 시대는 부족함이 아니라 풍족해서 탈입니다.

가득 찬 잔보다, 빈 잔에 더 많은 것을 채울 수 있습니다.
 가득 찬 잔보다, 빈 잔에 더 많은 것을 채울 수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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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고 익숙한 것을 갑자기 버리거나 내려놓은 일은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작가 무무는 "영혼의 건강을 위해서는 아프더라도 잠시 덜어 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덜어두었던 아픔을 나중에 다시 살펴보면 그것이 '결핍'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며 "그것을 인정하면 우리 삶은 또 한걸음 성장을 향해 내딛는다"고 말합니다. '30년 동안 간직한 것' '옛 애인 선물' '밥 굶고 산 책'이라고 이것만은 절대 버릴 수 없다며 고이 모셔든 것이 있습니까. 어떤 때는 과감히 버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한계를 인정하라, 그럼 자부심이 생기리라

자만은 자신만 아니라 다른 이까지 고통으로 이끌지만, 자신을 존중하는 자부심은 다른 이까지 살찌우게 합니다. 자부심은 어떻게 생길까요? 자신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데서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한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럼 메마를 것이고, 결국은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자신이 부족하고,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할 때 자부심은 생기고 행운을 얻게 될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존심이 앞서 한계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한계를 인정하는 것은 사실 죽기보다 어렵다. 하지만 한계를 인정해야 비로소 자부심이 생겨난다. 자부심이란 애초부터 얼마나 큰 일을 해내느냐에 따른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발견했다면 세상에서 가장 큰 행운을 만난 것이다. 함정이 없는 유일한 행운 말이다."(본문 110쪽)

중국의 작가이자 문예비평가인 린위탕 선생도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술회했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대학에 들어간 후에는 뭐든지 다 안다고 착각했으며, 졸업을 한 후에야 배운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또 중년이 되어서는 뭐든 다 안다고 착각을 하다가 만년에 이르러서야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지요."

'나도 안다'와 '나도 OO해봤다'가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켰는지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제대로 경험했습니다. 사람이 불통이 되는 이유는 자기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아닐까요. 네 말을 듣지 않아도 나는 알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자신을 망치는 것이고, 다른 이까지 망칩니다. 특히 지도자가 "나도 해봤다"고 하는 순간, 온 나라가 불행해집니다. 다른 길은 없습니다. 비움입니다. 뺄셈입니다. 그럼 모두가 채워집니다.

"영혼이 늘 깨어 있으려면 수시로 '빈잔'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본문 중에서)

덧붙이는 글 | <오늘, 뺄셈> (무무 씀 | 오수현 옮김 | 예닮 | 2013.01. | 1만3000원)



오늘, 뺄셈 -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생각들

무무 지음, 오수현 옮김, 예담(2013)


태그:#더하기, #빼기, #덧셈, #뺄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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