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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정전협정 탈퇴와 불가침합의 파기를 선언했으며(전쟁의 정당성 확보), 군 통신선을 단절했고(전쟁방지수단 제거), 개성공단을 폐쇄했다(남북한 연결고리 차단). 전쟁으로 가는 수순이다. 그러나 남한정부는 테러나 국지도발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과거에도 반발수단 내지 협상카드로, 이러한 행태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남한과 미국이 전쟁을 염두에 둘 뿐만 아니라, 전쟁을 유도하는 행태까지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남한과 미국은 전쟁까지 감안한다. 북한의 국가목적은 경제파탄 극복이다. 선택한 전략은 6자회담을 통한 핵무기와 경제적 지원의 교환이며,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경협이다. 그런데 6자회담은 '핵 폐기'와 '경제적 지원'의 선후 문제로 답보상태이며, 남북관계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로 진전이 없다. 여기서 북한이 선택한 외교수단은 무력시위라는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이다.

남한과 미국은 북한의 선택을 안보위협으로 보고, 힘을 통한 억지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에, 미국은 안보리결의 2087호와 2094호로 대응했다. 북한의 도발위협에, 최첨단 무기를 한반도에 투입시켰다. 북한의 '불바다' 경고에, 남한은 철저한 응징으로 맞받았다. 북한의 '한반도 3일 점령 시나리오'와 '전투태세 진입'에 한미연합전력으로 대응했다. '벼랑 끝 전술'에서, 상대가 자신의 의도를 간파하고 멈추지 않으면! 둘 다 전쟁이라는 벼랑으로 추락하게 된다.

다음으로 미국과 한국이 전쟁을 유도한다. 미국은 탄도미사일 탐지 레이더 SBX-1, 미사일 구축함 매케인호(USS McCain)와 피츠제럴드호(USS Fitzgerald), 핵잠수함 샤이엔(Cheyenne) 등 해군전력을 한반도 주변으로 이동시켰다. 공군은 전략폭격기 B52, 스텔스폭격기 B2 Spirit, 스텔스 전투기 F22 Raptor를 한미군사훈련에 참가시켰다. 최첨단 무기의 대량 투입은 억지를 넘어서는 행위이다. 전쟁을 기정사실화시킴으로써, 북한을 전쟁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과 같다.

남한은 북한을 비하시켜, 전쟁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북한의 무력시위를 일상적으로 간주한다. 북한의 경제능력을 의심하면서, 전쟁 가능성을 일축한다. 개성공단 차단도 남한을 흔들려는 배수진과 협상력 강화수단으로 전락시켜 버린다. 개성공단 직원에 대한 구출작전까지 언급하면서, 위기의 책임을 북한에게 전가시킨다. 북한의 모든 행동과 발언에 조롱 수준으로 대응함으로써, 북한이 전쟁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까지 북한은 다양한 카드를 사용했다. 미국에게는 핵 실험, 미사일 발사, 본토에 대한 공격 위협. 남한에게는 관계단절, 전쟁위협, 남한파괴 등. 여기서 물러서면 북한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서, 미국과 남한에게 굴복하는 셈이 된다. 게다가 불완전한 김정은 정권에게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하며, 최악의 경우 권력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러므로 사용할 수 있는 여분의 카드에서, 전쟁을 제외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이 도발하면 충돌범위와 강도는 높아진다. 연평도사태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발 지역으로, 휴전선 일부나 동해안을 배제할 수 없다. 서해를 선택한다면, 공격범위는 인천까지 넓어질 것이며 공격강도는 연평도의 몇 배로 예상된다. 그리고 전면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계속되는 강(强) 대 강(强) 대립은 전쟁을 의미한다. 북한의 양보를 기다리거나 북한을 설득할 상황이 안 될 정도로 급박하다. 남한이 외교적 해법을 주도해야 한다. 먼저 협상테이블을 만들고, 남북관계 개선과 경협을 모색해야 한다. 특사파견, 대통령 담화문, 정부 성명서 등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을 설득하여 '강압'에서 '6자회담'으로 방향을 전환시켜야 한다.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전쟁의 선택에는 승리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전후 복구비용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사실을….

덧붙이는 글 | 이재영 기자는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입니다.



태그:#북한, #남북전쟁, #개성공단폐쇄, #북한도발, #남북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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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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