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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5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간 지역은 부산경남입니다. [편집자말]
부산 자갈치시장이나 경남지역에 있는 어시장이나 재래시장에 가면 흔히 눈에 띠는 글귀가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다.
▲ 자갈치 시장 부산 자갈치시장이나 경남지역에 있는 어시장이나 재래시장에 가면 흔히 눈에 띠는 글귀가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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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 어여 됐나 됐다 / 인자 들어간다 / 한 아름씩 들어간다 / 먹이고 밟고 먹이고 밟고 / 한 아름씩 들어간다 / 세게 밟아라 / 개다리 힘 올랐어 / 작두는 대작두 / 다리는 꺽다리 / 이번에는 물거지 / 이번에는 바지랭이 / 이번에는 볏단이다 / 밟아라 세게 / 이번에는 쑥대 덤불 / 아가리 딱딱 벌려 / 칡넝쿨이 들어간다 / 밟고 올리고 / 풀 꼬리 밟을라 조심해라 / 풀 꼬리 밟으면 내 손 날아간다 / 잘한다 잘허고 어얼시고 좋다 / 한잠 먹고 다시 하자."

이 노래는 경남 하동에 터를 닦은 마을사람들이 풀베기를 하면서 부르는 '풀 써는 소리'다. 이 노동요에 나오는 '됐나?' '됐다!'처럼 짤막하고도 거친 말을 온몸에 품고 한반도 남동쪽에 둥지를 튼 이들이 부산과 경남사람들이다. 그야말로 억센 말투만 들으면 인정머리가 하나도 없을 것처럼 쌀쌀맞게 여겨지지만 겉보기와는 많이 다르다.

이 지역사람들은 만나면 만날수록 속정이 아주 깊다. '보리 문디'(보리 문둥이)라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번지르르한 껍데기보다 속이 꽉 찬 알맹이 같은 사람들이 많아 겉만 보고 섣불리 설치다간 작은 코 더 납작 눌러지기 십상이라는 그 말이다. 지금은 물론 이 지역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 의식주 때문에 낙동강 물줄기처럼 흘러 들어온 이들이 훨씬 더 많아 "됐나? 됐다!"로 매듭지어지는 것만은 아니지만.

부산 자갈치시장이나 경남지역에 있는 어시장이나 재래시장에 가면 흔히 눈에 띄는 글귀가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다. 이 지역 사람들은 이 세 마디로 모든 흥정을 끝내겠다는 듯이 배짱이 두둑하다. 무슨 일을 하거나 뜬금없이 벌어져도 "하모(하면) 학실히(확실히) 하고! 말라모(하기 싫으면) 치야뿌고(말고)!"로 끝이다.

문학도 엇비슷하다. 서울에서 저만치 '낙동강 오리알'처럼 보이는 부산과 경남 출신 문인들이 밤하늘을 빛내는 미리내처럼 수많은 우리나라 문인들 가운데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까닭도 거칠게 보이는 겉과는 달리 속은 조개속살처럼 부드럽기 때문이다. 이 지역 사람들이 생선토막처럼 탁탁 끊어지는 짧은 말 한 마디에 행동으로 먼저 나서는 것처럼 이 지역 문인들도 말보다는 글로 스스로를 더 잘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부산·경남지역 문학 뿌리는 크게 다섯 갈래로 나뉘어진다. 요산 김정한 선생을 핵으로 모여 있는 부산권(김해, 양산) 문학이 그 한 갈래다. 나머지 네 갈래는 경남과 울산이다. 경남문학을 이끄는 심장은 창원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경남 중부권 문학(창원, 마산, 진해, 김해, 함안, 창녕, 합천, 의령)이라 할 수 있다. 

그 심장 곁에 잔잔한 남해를 철썩이고 있는 남부권 문학(고성, 거제, 통영, 남해)과, 지리산 곁가지에 둥지를 틀고 있는 서부권 문학(진주, 사천, 하동, 산청, 함양, 거창), 동해를 껴안고 있는 동부권 문학(울산, 밀양, 양산)이 에워싸고 있다. 김해는 이 가운데 부산과 경남 중부권 문학에 가깝고, 양산은 부산과 울산권 문학 사이에 끼어 있다.  

울산에도 '봄편지'를 쓴 아동문학가 서덕출(1906~1940)과 '갯마을'을 쓴 작가 오영수(1914∼1979), 시인 백무산, 김태수, 정일근, 정인화 등 여러 뛰어난 문인들이 있다. 이들 또한 부산과 경남 곳곳을 오가며 문학활동을 열심히 펼쳤지만 1997년 7월 15일 경남에서 벗어나 울산광역시란 깃발을 내걸고 아예 딴 살림을 차렸기에 경남과 따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어이~ 요새 고은이, 경림이, 지하 잘 있나?"

부산을 대표하는 문인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가 요산 김정한(1908~1996) 선생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문인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가 요산 김정한(1908~1996) 선생이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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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모두

강원도 태백시 함백산(咸白山, 1,573m)에서 샘솟아 영남을 가로지르며 부산 앞바다로 흘러드는 낙동강. 낙동강은 남한에서 가장 긴 강이며, 한반도에서는 압록강 다음이다. 부산 이야기를 하면서 낙동강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낙동'이란 이름에 '가락의 동쪽'이라는 뜻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까닭에 낙동강은 가야와 신라 역사뿐만 아니라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등 수많은 아픔을 겪으면서도 부산과 경남사람들을 먹여 살린 젖줄이었다.

낙동강은 경남과 김해, 부산 곳곳에 기름진 들판을 낳아 수많은 이 지역사람들을 배불리 먹여 살리다가 간혹 화가 나면 홍수로 농작물 씨를 말리기도 하지만 언제나 농민들을 넉넉하게 품는 강이다. 부산문학도 낙동강을 닮았다. 한국전쟁 때 낙동강물처럼 부산으로 몰려든 시인 김규동, 박인환, 김수영, 조향, 김경린 등 수많은 문인들과 부산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문인들이 서로 어우러져 부산문단을 일궜기 때문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문인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이 요산 김정한(1908~1996) 선생이다. 선생은 <사하촌>(1936), <모래톱 이야기>(1966) 등으로 '낙동강의 파수꾼'으로 불리며 우리나라 민족문학에 불씨를 놓은 탁월한 소설가다. 그 다음으로 본적은 경남 의령이었지만 부산에서 줄곧 활동하면서 '요산의 문학적 아들'이라 불리웠던 소설가 윤정규(1937~2002)다.

시인 강은교 남편으로 평생 민중운동가로 살았던 평양 출신 시인 임정남(1944~2005)과 '나는 사찰계로부터 시인의 명칭을 얻었다'는 부산 출신 시인 임수생(1940~), '우리가 물이 되어'를 쓴 한남 홍원 출신 시인 강은교(1945~) 등 부산과 끈이 닿았거나 부산과 함께 숨쉬고 있는 문인들은 밤하늘을 빛내는 별처럼 숱하다.

나는 지난 1980년대부터 1990년대 끝자락까지 부산에 가면 늘 부산문인들이 안방처럼 들락거리는 음식주점 양산박을 찾았다. 그곳 주인은 소설가 윤진상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부산에서 출판사를 꾸리며 부산문단을 주름잡고 있었던 시인 유명선과 문학평론가 구모룡, 시인 조정래 등 수많은 문인들을 만났다. 그때 부산에서 '어른문인'이었던 분들이 내게 던진 툭툭 던진 말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그분들 이름은 생략한다)

"어이~ 요새 낙청이(백낙청), 고은이, 경림이(시인 신경림), 지하(김지하), 황구라(소설가 황석영), 백구라(시인 백기완) 등등 다 잘 있나?"
"……"
"갸들(그 아이들) 요새 쓴 글들이 쪼매 삐딱한 기도 하지만 문학성도 영 지랄 같대. 글로 쓸라모 똑 뿌러지게 쓰야 안 되것나.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내놓으라 카는 문인들인데, 니는 그래 생각 안 하나?"
"……"

부산으로 문학기행을 간다면 가장 먼저 요산문학관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 요산문학관 부산으로 문학기행을 간다면 가장 먼저 요산문학관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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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을 알고 있다면 그들과 함께 멸치와 다시마로 이름 높은 기장 대변항을 거쳐 송도, 동래 범어사, 낙동강 하구언 철새도래지 을숙도, 해운대와 오륙도, 다대포, 몰운대, 용두산공원, 태종대 등을 골고루 둘러보자.
▲ 범어사 문인을 알고 있다면 그들과 함께 멸치와 다시마로 이름 높은 기장 대변항을 거쳐 송도, 동래 범어사, 낙동강 하구언 철새도래지 을숙도, 해운대와 오륙도, 다대포, 몰운대, 용두산공원, 태종대 등을 골고루 둘러보자.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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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꼼장어회나 꼼장어구이를 안주 삼아 사는 이야기에 소주 한 잔까지 캬~ 걸친다면 더 바랄게 무엇이 있겠는가
▲ 꼼장어 가서 꼼장어회나 꼼장어구이를 안주 삼아 사는 이야기에 소주 한 잔까지 캬~ 걸친다면 더 바랄게 무엇이 있겠는가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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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문학기행을 간다면 가장 먼저 요산문학관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부산 출신 시인이나 부산을 살붙이처럼 아끼는 문인을 알고 있다면 그들과 함께 멸치와 다시마로 이름 높은 기장 대변항을 거쳐 송도, 동래 범어사, 낙동강 하구언 철새도래지 을숙도, 해운대와 오륙도, 다대포, 몰운대, 용두산공원, 태종대 등을 골고루 둘러보자.

그곳에 서린 역사와 문화, 그 그림자를 가만가만 밟다보면 부산문학을 어느 정도 가슴에 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여기에 부산에서 태어나 활동하고 있는 임수생 시인이 쓴 시 한 편을 읊다가 목이 메이면 서둘러 자갈치시장으로 가자. 가서 꼼장어회나 꼼장어구이를 안주 삼아 사는 이야기에 소주 한 잔까지 캬~ 걸친다면 더 바랄게 무엇이 있겠는가.  

물길은 예전 그대로
흐름이 이어져야 한다
강물은 예전 그대로
자연스레 흘러내려야 한다
물길을 돌리고
물길을 막아
강물의 숨통을
단숨에 끊어버리는 일은
이제라도 멈추어야 한다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고
강을 향해 칼부림하는
철학 부재의 한심한 사람아  -임수생, '예전 그대로' 모두

'시비무덤'처럼 보이는 용마산 '시의 거리'

술이 고프다면 어시장과 부림시장에 가서 싱싱한 생선회를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마시는 것도 창원문학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만하다.
▲ 창원 마산 어시장 술이 고프다면 어시장과 부림시장에 가서 싱싱한 생선회를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마시는 것도 창원문학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만하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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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둔탁한 소리가 난다
이따이 이따이*

설익은 과일은
우박처럼 떨어져 내린다
이따이 이따이

새벽잠을 설친 시민들의
눈꺼풀은 아직 열리지 않는다
이따이 이따이

비에 젖은 현수막은
바람을 마시며 춤춘다
이따이 이따이

아아
바다의 유언
이따이 이따이   - 이선관, '독수대·1' 모두

* 일본 삼정(三井)금속 광업소에서 나온 카드늄에 오염된 병명. '아프다 아프다'란 뜻의 병.

시인 이선관이 태어나 자란 창동거리도 꼭 찾아가보자.
 시인 이선관이 태어나 자란 창동거리도 꼭 찾아가보자.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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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문학을 일구는 핵은 창원이다. 어떤 이들은 창원보다 마산이 경남문학을 일구는 텃밭이지 않느냐는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지만 지난 2010년 7월 1일에 마산시·진해시가 창원시로 통합되었다는 점을 기억하자. 여기에 예로부터 마산과 진해는 창원군에 소속되어 있었으므로 이 지역 뿌리는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창원을 둥지로 삼은 경남 중부권을 대표하는 창원 출신 문인으로는 '가고파'를 쓴 시인 이은상(1903~1982)과 카프 시인 권환(1903~1954), '오월이 오면'을 쓴 시인 김용호(1912~1973), '귀천'을 쓴 시인 천상병(1930~1993), 우리나라 최초로 환경시 '독수대'를 쓴 시인 이선관(1942~2005) 등이 있다. 

창원에서 활동했지만 출신이 다른 문인으로는 '산토끼'를 쓴 창녕 출신 시인 이일래(1903~1979), '고향의 봄'을 쓴 양산 출신 시인이자 아동문학가 이원수(1911~1981), '불사의 변'을 쓴 김해 출신 시인이자 연극인 정진업(1916~1983), '간이역'을 쓴 밀양 출신 시인 박재호(1927~1985), '이슬처럼'을 쓴 경북 월성 출신 시인 황선하(1931~2001), 밀양 출신 시인 이재금(1941~1997), 하동 출신 시인 정규화(1949~2007) 등이다.

지금 창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인으로는 시인 이광석, 오하룡, 이우걸, 정목일, 이달균, 강신형, 이월춘, 이한걸, 표성배, 이상호 등이다. 경남 동부권이라 할 수 있는 밀양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인은 소설가 김춘복, 시인 고증식, 이응인 등이다.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인은 워낙 많아 일일이 이름을 다 적기가 힘들다. 나 또한 창원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고 있는 시인이지만, 창원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활동하는 대표 문인은 '저문 강에 삽을 씻고'란 시를 쓴 시인 정희성이다.   

경남을 대표하는 창원이 지닌 문학을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꼭 둘러보아야 할 곳은 수두룩하다.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내가 '시비무덤'이라 부르는 용마산 산호공원에 자리잡은 '시의 거리'다. 이곳에 들어서면 들머리부터 공원 곳곳에 시인 이은상 '가고파'를 비롯한 시인 김수돈, 정진업, 박재호 등 이 지역에서 태어나 문학활동을 하다가 이 세상을 떠난 시인들이 남긴 대표시가 새겨진 시비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시비가 오죽 많았으면 '시비무덤'이라 부를까.

그 다음으로 둘러볼 곳이 마산합포구에 있는 창원시립 마산문학관이다. 마산 앞바다와 마산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 문학관에 들어서면 이 지역 출신 시인들이 남긴 친필원고 등과 시낭송 감상코너까지 있어 이 지역 문학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펜 모양으로 뾰쪽하게 솟은 안내판이 있는 문학관 앞마당에는 최치원이 머무르던 월영대를 찾은 문장가들이 남긴 시비도 있다. 고려시대 정지상, 김극기, 안축 등과 조선시대 서거정, 이황, 정문부 등 문사 13명이 남긴 시가 그것.

천상병 시인이 쓴 시 '새' 시비가 있는 월영동 만날공원과 4.19 도화선이 되었던 3.15탑, 3.15때 최루탄을 맞고 숨진 김주열 열사 시체가 떠오른 마산 앞바다, '창동 허새비'로 불렸던 시인 이선관이 태어나 자란 창동거리 등도 꼭 둘러보자. 여행을 하다 슬슬 밥이 고파진다면 복국거리나 아귀찜거리에 가자. 술이 고프다면 어시장과 부림시장에 가서 싱싱한 생선회를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마시는 것도 창원문학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만하다.         

머리 위 바구니엔
구공탄 일곱 개
손에는 얼간조기 세 마리

붉은 석양 햇빛을 등에 이고
빙글빙글 언덕 위로 올라가는 여인
-시인 <권환 시전집-깜박 잊어버린 그 이름>, '미소' 모두

그 바닷가에 소설이 수평선을 펼쳐놓으면...

통영으로 문학여행을 떠난다면 시인 최정규와 함께 젖빛 안개가 휘도는 노산공원이나 통영 사람들 살가운 삶이 묻어나는 선창가를 거닐며 친일문제로 티격태격하고 있는 청마 유치환, 시인 박재삼 등 이 지역 문인들과 윤이상 선생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좋다.
▲ 통영항 통영으로 문학여행을 떠난다면 시인 최정규와 함께 젖빛 안개가 휘도는 노산공원이나 통영 사람들 살가운 삶이 묻어나는 선창가를 거닐며 친일문제로 티격태격하고 있는 청마 유치환, 시인 박재삼 등 이 지역 문인들과 윤이상 선생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좋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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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뇨     -유치환 '그리움' 모두

그 잔잔한 남녘 바닷가에 소설이 수평선을 펼쳐놓으면 그 수평선에 시가 파도치며 섬을 껴안고 돌고, 음악이 갈매기 날개에 음표를 걸며 춤을 춘다. 나는 통영을 비롯한 경남 남해가 품고 있는 거제나 통영, 사천(삼천포), 남해로 여행을 갈 때마다 수평선이 소설로, 파도와 섬이 시로, 갈매기 날갯짓이 음표로 보인다. 이 지역은 그만큼 탁월한 문인과 윤이상(1917년 9월 17일~1995년 11월 3일)과 같은 뛰어난 음악가를 살갑게 품은 고장이기 때문이다.

통영에 뿌리를 둔 경남 남부권을 대표하는 문인으로는 '깃발'을 쓴 시인 유치환(1908~1967)과 '꽃'의 시인 김춘수(1922~2004), <토지>를 쓴 소설가 박경리(1926~2008),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쓴 박재삼(1933~1997) 등이 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대표문인으로는 시인 최정규가 있다.

통영으로 문학여행을 떠난다면 시인 최정규와 함께 젖빛 안개가 휘도는 노산공원이나 통영 사람들 살가운 삶이 묻어나는 선창가를 거닐며 친일문제로 티격태격하고 있는 청마 유치환, 시인 박재삼 등과 관련 이 지역 문인들과 윤이상 선생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좋다. 시간이 더 있다면 몽돌로 이름 높은 거제도 학동과 해금강, 박경리 선생이 쓴 <토지> 무대가 있는 하동 악양에 있는 최참판댁 등도 골고루 둘러보자.

꽃씨 속에는
파아란 잎이 하늘거린다.

꽃씨 속에는
빠알가이 꽃도 피어서 있고

꽃씨 속에는
노오란 나비 떼가 숨어 있다.
-최계락 '꽃씨'

진주에 뿌리를 둔 경남 서부권 문학을 대표하는 문인으로는 '후반기 동인'으로 활동했던  시인 조향(趙鄕, 1917~1985), 창원 출신으로 진주에서 활동한 시인 설창수(1912∼1998), 부산에서 주로 활동했던 '꽃씨' '꼬까신'을 쓴 진양 출신 시인 최계락(1930∼1970), '낙화'를 쓴 시인 이형기(1933~2005), <우리말 갈래사전>을 쓴 시인 박용수(1934~), 시인 허수경(1964~), 박노정, 박구경, 오인태, 소설가 하아무 등이 있다.

진주에서 문학기행을 떠난다면 (사)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장을 맡았던 시인 오인태나 시인 박구경과 함께 진주성, 촉석루, 남강, 논개사당, 진양호 등을 둘러보며 이 지역 출신 시인들이 쓴 시들을 읊는 것도 이 지역 문학속내를 더듬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 1박을 할 수 있다면 가까운 산청으로 가서 남명 조식(1501~1572) 유적지와 최치원(857~) 선생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함양 상림을 돌아 재첩으로 이름 높은 하동으로 가자.

가서 섬진강 모래밭을 거닐며 이 지역 출신 시인들이 쓴 시를 모래밭에 가만가만 적어보자.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는 길은 따로 있는 것 아니다. 그 지역에서 태어나 자라난 이들이 남긴 흔적과 사는 모습, 그 지역 풍경에 포옥 빠지면 슬슬 곰삭기 시작하는 생각, 그것이 곧 글이다. 섬진강을 건진 그물에 담긴 모래와 자갈을 살살 물로 헹구면 재첩만 남듯이 시와 소설도 재첩 같은 그런 것 아니겠는가. 


태그:#부산경남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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