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꼭두각시>에서 사랑을 믿지 않는 정신과 의사 지훈 역의 배우 이종수가 1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꼭두각시>에서 사랑을 믿지 않는 정신과 의사 지훈 역의 배우 이종수가 1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30대 중반에 오른 유학길. 누군가는 "생계유지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고, 또 누군가는 "돌아왔을 때, 일이 들어오지 않으면 어쩌느냐"고 물었다. 스스로 "낙천주의를 넘어선 넝마주의자"라고 말하는 배우 이종수는 미국에서 보낸 지난 2년을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20살이었던 1995년, MBC 2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20년 가까이 연기자로 살아온 그는 "일에 대한 강박이 전혀 없는 상태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데, 미국에서의 시간이 딱 그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표면으로 드러나는 결과물은 없어요. 랭귀지 스쿨에 다녔지만 시험 성적과 단계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거든요. 마음 편하게 지냈습니다. 시야가 넓어졌고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긍정의 힘'도 느꼈고요. 다들 '어떻게 갈 수 있느냐'고 묻더라고요. 2년 동안 일을 안 하면 힘들죠. 생활고가 올 수도 있고요. 못 버는 것도 그렇지만 가서 쓰는 것도 있잖아요. 그래도 걱정할 시간에 저의 가치를 높이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훌쩍 떠났던 그는 영화 <꼭두각시>로 돌아왔다. 극 중 욕구를 위해 친구의 연인 현진(구지성 분)에게 후최면을 거는 정신과 의사 지훈 역을 맡았다. 이종수는 "다시 일하게 되니까 일에 대한 열정도 더 커졌다"면서 "촬영장 가는 게 즐겁다"고 전했다. 오랜 시간 끊지 못하던 담배도 끊었다. 담배는 생각도 안 날 정도라고. 그는 "피부 색깔도 많이 밝아지고, 살도 빠졌다. 오히려 예전보다 젊어 보이는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꼭두각시> 속 지훈은 갖출 것을 모두 갖췄음에도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하고, 사랑을 믿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종수는 지훈을 두고 "사회상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공포 영화라고 생각지는 않았다고. "그동안 즐거움을 주는 것이 좋아서 무겁거나 진중한 이미지를 많이 택하지는 않았다"고 밝힌 그는 "기존의 역할에서 많이 벗어났지만, 뭔가를 새롭게 택했을 때 평가를 듣는 것은 좋다"고 털어놨다.

"칭찬을 들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최악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상관없어요. 처음이잖아요. 물론 노력은 하지만, 상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어요. 야구선수가 매번 안타나 홈런을 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다만 가능성이라도 비춘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꼭두각시>에 후회는 없지만, '잘했다'는 느낌까지 주지 못한 것은 아쉬워요. 개인적으로 100% 소화해냈다고 할 수는 없지만, 0점짜리 연기를 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할리우드 진출, 언젠가 기회 꼭 올 거다!" 

이종수에게 물었다. '할리우드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2년 전 미국으로 떠났던 것이 아니냐고. "개인적인 속내 중 하나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할리우드가 한국 배우를 선호하지만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냐"면서 "언젠가, 만약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몸으로 부딪혀서 확실히 알아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감이 생겼다"는 이종수는 "언어의 장벽이 다 무너지는 순간까지 계속 도전하고 공부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들의 언어 수준은 퍼펙트해요. 영화는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켜야 합니다. 유창한 언어는 이를 집중시키는 역할을 하고요. 할리우드 진출은 정말 꿈입니다. 언젠가는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언어는 다를 수 있어도, 감정 표현은 가슴에서 나오는 거잖아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그만 역할이라도 맡는다면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KBS 1TV 사극 <대왕의 꿈>을 마무리하고 영화 <꼭두각시>까지 선보인 이종수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7월 중순께부터 방송되는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의 '배드민턴 미션'에 합류하게 된 그는 "정말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이라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자칫 뻔해 보일 수 있는 '열심히'라는 세 글자에는 어느덧 20년을 바라보는 그의 연기 철학도 담겨 있다.

"사실 인기도 없었지만(웃음) 인기에 연연하고 싶지도 않아요. '여기가 너의 한계일 수 있다'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자극적이고 힘든 말일 수도 있지만, 아직 제게는 주어진 시간이 더 많아요. 열심히 하고, 맨 처음 연기하려고 했던 마음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인정받을 수 있을 겁니다. 죽도록 열심히 하는 게 최고죠."


이종수 꼭두각시 우리동네 예체능 구지성 원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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