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여름, 매년 찾아오는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사람들이 찾는 무언가는 다양하다. 그 중 한가지는 단연 '등골이 오싹하게 무서운 이야기'인데, 그러한 이유로 올 여름도 어김없이 많은 공포영화들이 스크린에 오르고 있다.

올해 개봉한 공포영화들은, 이전까지 소재에 있어 제자리걸음 해온 부분을 다소 만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점에 있어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적극 반영한 듯 하다.

그 중 6월에 개봉한 3편을 추려서 리뷰를 적어보려고 한다. 같은 시기에 개봉한 다른 영화들보다 비교적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영화를 골랐다. 피서를 위해 극장을 찾으려는 관객들에게 조금이나마 좋은 정보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목숨이 걸린 긴박한 한 통의 전화... <더 콜>

 영화 <더 콜>의 한 장면.

영화 <더 콜>의 한 장면. ⓒ NEW


하루에만 26만8000건, 1초에 3번 꼴로 전화벨이 쉴새없이 울리는 곳. 바로 911구조센터의 풍경이다. 다양한 내용의 통화가 오고가지만, 대부분은 절박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구조요청이다.

주인공 조던(할리 베리 분)은 구조센터에서 전화를 받는 일이 업무인 요원인데, 어느날 그녀는 한 소녀의 다급한 신고전화를 접수받는다. 그리고 그녀가 강도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상황과 더불어 범인의 목소리까지 듣게 된다.

그녀는 침착한 요원이지만, 무기력하게 소녀의 죽음을 목격해야만 했던 스스로를 자책하며 교육직으로 재발령받는다. 그리고 자신이 겪은 상황의 충격에서 간신히 벗어난 6개월 후, 비슷한 상황에 빠진 소녀의 구조요청을 받게 된다. 납치범이 과거 자신이 구해내지 못헀던 소녀를 죽인 범인과 동일인물임을 확신하게 되면서 조던은 다시 범죄의 현장 한 가운데 서게 되는데.

영화 <더 콜>은 공포영화로서 지녀야 할 요소를 적절하게 갖추고 있다. 911구조센터의 전화응답원으로서 겪는 상황들은 그 자체로 이미 빠른 상황전개를 보여주며, 그 안에 가미된 '살인사건'이라는 설정은 관객을 긴장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공포에 질린 표정을 잘 살려낸 할리 베리의 연기력도 일품이다.

다만 경찰의 수사력으로 전혀 증거를 잡아내지 못한 범인을 조던이 찾아내는 과정은 다소 내용 연결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더욱이 극 중 범인의 행동은 전혀 치밀하지 못하고 되레 우발적이고 감정에 치우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차별 살인이 더 이상 영화 속의 설정일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빈번해지는 오늘이기에 영화 <더 콜>의 공포는 스크린 바깥의 관객까지 휘어잡을 수 있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요약 : 내용을 신경쓰지 않고 순간순간의 짜릿함을 즐긴다면 충분히 공포스럽다.
별점 : ★★★ (다섯개 만점)

최면술로 얻게 된 그녀의 마음, 그 결말은?... <꼭두각시>

 영화 <꼭두각시>의 한 장면.

영화 <꼭두각시>의 한 장면. ⓒ 인벤트디


최면술로 심리를 치료하는 의사 지훈(이종수 분)은 동료의사 준기(원기준 분)의 애인을 상담해줄 것을 부탁받는다. 평소 불면증에 시달리던 그녀, 현진(구지성)을 알게된 지훈은 최면치료를 통해 그녀가 다중인격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다 현진의 다른 인격이 과거의 애인에게 집착하다 살해한 사실을 알게되고, 그러던 와중에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지훈은 그녀에게 특별한 최면을 걸어놓는다. 매주 일요일 오후 3시에 자신을 찾아와서 사랑을 나누도록 한 것. 섬뜩한 내면을 가진 여자와 관계를 가지면서, 세 사람의 갈등은 깊어지게 된다.

영화는 크게 세가지를 내걸고 있다. 꼭두각시 인형을 제작하는 일을 하는 여주인공 현진이 살인을 저지른 또 다른 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 이것이 제목 <꼭두각시>가 표현하려는 지점일 것이다. 또한, 친구의 애인과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지훈이 걸어놓은 '최면'이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마지막으로 레이싱걸 출신의 구지성이 보여주는 노출연기가 관객의 흥미를 얼마나 자극하는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개별적으로 놓고 보면 상당히 매력적인 세가지 요소들이 전혀 조화롭게 녹아들지 못했다. '꼭두각시'라는 장치는 영화 안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며, 구지성의 노출연기는 관객을 자극시킬만큼 파격적이지는 않다. 최면술이라는 소재와 그로 인해 깨어나는 잔혹한 인격은 영화를 가로지르는 가장 큰 설정인데, 오히려 다른 두가지 때문에 흐릿해진 느낌이다.

요약 : 좋을 뻔 했다. 한가지 요소에만 확실하게 집중했더라면.
별점 : ★★ (다섯개 만점)

'의문의 실종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디아틀로프>

 영화 <디아틀로프>의 한 장면.

영화 <디아틀로프>의 한 장면. ⓒ 팝엔터테인먼트


1959년, 러시아에서 의문의 실종사건이 발생했다. 9명의 베테랑 산악가들이 등반 도중 전원 사망하는데, 언뜻 보면 단순한 사건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많다.

9명이 모두 전문 산악인들이었음에도 외투를 벗은 상태로 야외에서 얼어죽어 있었다는 점, 텐트가 안쪽에서 바깥으로 난도질 되어있었다는 점, 사망자들에게 외상이나 다툼의 흔적은 없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단순한 사고'라고 발표한 러시아 정부가 사건의 모든 정보를 일급기밀로 분류했다는 점.

영화 <디아틀로프>는 이 사건을 조사하러 러시아로 떠난 미국인 대학생 5명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50년 전 사고를 당한 산악대장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디아틀로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주인공들은 사망자들과 똑같은 일정과 진행방향을 밟아나간다.

그러던 중, 이상한 발자국과 괴기한 징후들을 발견한 일행은 겁에 질리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나침반과 GPS가 먹통이 되어버린 상태가 되어 산행은 중지된다. 산 속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청하던 주인공 일행을 덮쳐오는 정체불명의 손길에 마침내 사망자가 발생한다. 과연 그들은 사건에 얽힌 비밀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페이크 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 기법으로 만들어진 <디아틀로프>는 덕분에 가상의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마치 현실인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주인공 손에 들린 카메라가 흔들리며 사건을 비추기에 <블레어 윗치>나 <클로버필드>가 그랬듯 사실감을 더해준다.

하지만 기막힌 촬영기법과 흥미로운 실화를 바탕으로 높아진 초반의 몰입도는 후반부에 이르러 관객을 다소 실망시킨다. 미스터리 스릴러로 시작한 장르는 영화의 결말 즈음에 이르러 SF판타지로 탈바꿈하는데, 다분히 감독의 무리수로 보인다. 애초에 '디아틀로프 사건'이 사람들의 관심을 끈 이유가 '미스터리', 즉 사건의 전모를 다 알 수 없는 신비로움임을 잊었다는 말인가.

요약 : 흡입력 있는 공포스릴러. 진짜 다큐멘터리같이 선명하게 결말을 내야만 했을까.
별점 : ★★★☆ (다섯개 만점)

더 콜 꼭두각시 디아틀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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