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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행궁에서 날마다 시연하는 무예24기의 홍일점 차녀무사 박인숙
▲ 박인숙 화성 행궁에서 날마다 시연하는 무예24기의 홍일점 차녀무사 박인숙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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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6세. 남들 같으면 한창 치장을 하고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나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예 염두에도 없다. 남자와 똑 같이 따가운 햇볕 아래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다. 벌써 검을 손에 쥔 지 7년째. 그 7년이란 세월동안 쉴 틈 없이 검을 휘둘러댔다. 화성 행궁 앞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무예24기 시범단의 홍일점 박인숙이 바로 그녀다.

박인숙이 처음 검을 손에 진 것은 2007년이다. 무예24기를 선보일 무사들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전해 듣고 오디션에 참가했단다. 평소 태권도를 하던 그녀는 태권도 시범을 보이기 위해 화성행궁을 찾아갔다가, 시범을 보이고 있는 무예24기의 모습에 정신을 빼앗겼다고 한다.

오디션을 통과해 무사수업 받아

신풍루 앞 무대에서 무예24기 중 제독검을 선보이는 박인숙(우편)
▲ 무예24기 시범 신풍루 앞 무대에서 무예24기 중 제독검을 선보이는 박인숙(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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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화성 행궁 무예24기 시범을 보았는데, 마침 친구 하나가 그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무예24기 시범단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오디션을 통과해 3개월 정도 검술을 익혔어요."

그녀는 1년 365일 하루도 검을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비나 눈이 오지 않는 한 화성 행공 정문 신풍루 앞에서 매일 무예24기 시범이 있기 때문이다.

"1년이면 320일 정도 시범을 보여요. 월요일만 쉬고 일주일 내내 검을 손에 쥐어야죠. 10대 때 시작한 것이 벌써 7년이 됐네요."

얼핏 보면 여자라는 것이 구별이 되지 않는다. 무예24기 시범단의 남자들 틈에 끼어서 검을 휘두르고 큰 소리로 함께 기합을 넣기 때문이다.

결혼이 하고 싶은 꽃다운 여성 무사

제독검은 중국의 검술을 우리에게 맞게 만든 검술이다. 제독검을 선보이는 박인숙(좌측)
▲ 제독검 제독검은 중국의 검술을 우리에게 맞게 만든 검술이다. 제독검을 선보이는 박인숙(좌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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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결혼을 해야죠. 나이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예전에는 무예24기 시범단에 여자가 세 명이 있었어요. 지금은 저 혼자뿐이지만…."

두 사람이 그만둔 이유를 묻자, 순간 박인숙의 얼굴에 그늘이 진다. 한 마디로 일당을 받고 하는 무예24기 시범단의 미래가 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모두들 생활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죠. 저는 화서동에서 부모님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으니 그나마 나은 편이죠. 하지만 결혼하고 자녀를 둔 선생님들은,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지금 무예24기 시범단이 받는 일급 갖고는 생활이 어렵죠. 보험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요. 올해부터 시범 중에 부상을 입으면 그것만 보험 처리가 되기 시작했어요.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무예24기 시범 중 제독검을 선보이는 박인숙
▲ 박인숙 무예24기 시범 중 제독검을 선보이는 박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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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도 동료가 연습을 하고 있을 때 곁에 있다가 다치는 바람에, 두 달 가까이 입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보험 적용이 안 돼, 부상을 입힌 사람이 보험으로 입원비를 댔다는 것. 한 마디로 수원을 상징하는 화성과 정조대왕 그리고 그 정조대왕의 명으로 편찬된 <무예도보통지> 그러나 그것을 실연으로 보여주는 무예24기 시범단은 대우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달거리' 중에도 시범 보여야 해"

"저도 생각 중에 있어요. 일급을 받고 시범을 보인다는 게 미래가 보장이 되지 않아서요. 앞날이 보장만 된다고 하면 저도 오래 무예24기 시범을 보이고 싶죠. 수원을 상징하는 무예24기라고 하지만, 조건이 열악하다 보니 그런 것들이 걱정이죠."

그녀는 여성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고통이 두 배나 더 따른다고 한다. '달거리'(월경) 때도 시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스트레스가 남들보다 심하다고.

화성행궁 신풍루 앞 무대에서 제독검을 실연하고 있는 박인숙
▲ 박인숙 화성행궁 신풍루 앞 무대에서 제독검을 실연하고 있는 박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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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그때'가 되면 몸이 안 좋잖아요. 그래도 시범을 빠질 수가 없으니 시범 공연에 나가야죠. 그런 날은 정말 힘들어요. 저희도 남들처럼 달거리 때는 유급 휴가를 받았으면 하지만, 그런 것은 제 희망사항일 뿐이죠. 심지어는 동료들도 제가 여성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듯해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역시 그녀도 여성이다. 결혼을 하고 싶다는 박인숙. 그녀의 얼굴에 그늘이 지는 것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가운데, 날마다 검을 잡아야 하기 때문인가 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마음 편하게 무예24기를 관객 앞에서 신바람 나게 선을 보여줬으면 하는 것. 수원을 상징하는 문화콘텐츠인 무예24기를 계승하는 시범단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길 고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e수원뉴스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박인숙, #무예24기, #화성행궁, #시범단, #제독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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