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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역 3번출구 옆에는 언제부턴가 할머니가 계셨다. 어느새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린 할머니. 이른 아침 7000번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할머니를 계속 보고 싶어한다. 그건 나, 스스로, 이른 아침 일할 곳이 있다는 하나의 방증일 테니까 말이다.
▲ 연탄화로 위 가래떡 사당역 3번출구 옆에는 언제부턴가 할머니가 계셨다. 어느새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린 할머니. 이른 아침 7000번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할머니를 계속 보고 싶어한다. 그건 나, 스스로, 이른 아침 일할 곳이 있다는 하나의 방증일 테니까 말이다.
ⓒ 최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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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금요일. 반복되는, 반가운 일상 5일째 회사 출근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실업자 수가 3.1%라고 한다. 이는 OECD국가의 평균 수치보다 낮다고 말한다. 경기 불황속 체감 경기가 안 좋은 가운데 사실 수치는 무의미하다. 그리고 우리나라 실업자 수 통계조사 기준 자체가 잘 못 됐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사실 통계치는 무의미하다. 체감경기가 중요하다.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내수자체가 불안정하다. 샐러리맨들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도 점점 설 길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퇴근길 조금만 늦게 나와도 지하철은 한산하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저녁시간 지하철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거리도 마찬가지로 부산했다. 길거리에서 자판을 하거나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일터.

아침, 7000번 버스 종점은 사당역이다. 그리고 그 버스를 탄 대부분의 시민들은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오래전부터 익숙한 풍경이 자리한다. 사당역 3번출구, 그 옆에서 구운 가래떡을 파는 할머니가 있다. 이제는 풍경이 되어 버린 듯하다. 새벽같이 나왔다고 생각하지만, 그 할머니만큼 빠르진 못하다. 할머니는 사당역 3번 출구 옆에서 구운 가래떡을 파신다. 그리고 고구마와 감자도 같이 파신다.

이제는 사당역의 풍경이 되어버린 할머니. 역사라고 하면 과할까.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시기에, 마치 익숙함이 앞선다. 출근길 편의점은 가장 바쁜 시간대일 것이다. 아침을 걸러 빵이나, 우유를 사는 사람. 전날 먹은 숙취를 풀기위해 숙취해소음료나 꿀물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커피나 담배를 사는 사람들로 편의점은 북새통을 이룬다.

지난 12일 오전 7시경이었다.

버스에서 내리고 지하철 3번출구 근처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에 날린 파라솔이 할머니를 덮치는 것이었다. 순간 놀라 피던 담배도 못 버린 채 급히 파라솔로 향했다. 아마도 장마철인 요즘 무가지 신문들이 비에 젖지 말라고 세운 파라솔이 바람에 날려 할머니를 향한 것 같았다. 덮친 파라솔을 부여잡고, 할머니의 얼굴을 봤다. 예상과 달리 의연한 표정이었다. 하나도 당황스럽지 않으셨나 보다. 그렇지만, 조그만 호의에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걸, 민망하게도 잊지 않으셨다. 그리고 바람에 널부러진 파라솔을 넙죽 접으셨다. 여리여리한 팔이지만 세월이 할머니를 강하게 만든 것 같았다. 의연하셨고, 겸손하셨다. 그리고 친절하셨다.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어느새 가래떡 두 개를 하얀 비닐봉투에 싸 주신 게 아닌가. 사양했지만,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겠기에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의 마음씨만큼이나 그 가래떡은 따뜻했다. 지하철에서 맛있게 가래떡을 먹었다. 겉은 바삭바삭 고소하고 속은 말랑말랑 부드러웠다. 직장생활을 할때면 어김없이 만났던 할머니. 이 맛있는 가래떡 한번 못 사먹었다니, 속이 화끈거렸다.

또, 올해 3월 초, 아직은 쌀쌀한 봄날이었다. 그날도 담배를 피다가 못된 습관대로 담배꽁초를 아무대나 버렸다. 식당앞이었는데 아주머니께서 바로 나오시더니 주워가라고 했다. 민망함이 몰려와 냉큼 담배꽁초를 주웠다. 그런데 그때, 할머니가 웃는 얼굴로 담배꽁초를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도저히 그럴 수 없어서 감사하단 인사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난 기억이 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할머니는 두 번의 잊지 못할 호의를 베푸셨다. 이게 인연이 아니면 어떤게 인연일까.

올해만 두 번째 회사를 다닌다. 경기불황에 일할 거리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회사를 다닐 때면, 어김없이 마주치는 분이 사당역 3번출구에 있는 그 할머니다. 앞으로도 계속 뱄으면 좋겠다. 꾸준히, 쉼없이 뵀으면 좋겠다. 그건 나한테 일하고 열정을 쏟을 직장이 있다는 것일 테니까. 그리고 그 할머니의 부지런함과 꾸준함을 인생에서 실천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당역 3번 출구 옆에는 언제나 바삭바삭한 구운 가래떡을 파시는 할머니를 만나볼 수 있다. 다음주 월요일도, 또 그 다음주도 계속 뵀으면 좋겠다. 이것은 이른 아침 7000번 버스를 타는 모든 사람의 마음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한편, TV프로그램에서 PPL(간접광고)이 난무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대가가 오고가기 때문일 것이다. 비판을 받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지 말라고 할 수만도 없다고 본다. 하지만, 꼭 돈이 오고가는 그런 광고가 아닌 실제 사람들이 치열하게 사는 삶의 현장을 광고하는 것은 어떨까. 가락시장이나, 동네시장어귀를 광고해주면 어떨까. 이런 간접광고는 얼마든지 시청자들이나 대중의 공감과 지지를 받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다음 뷰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사당역 3번 출구, #할머니, #가래떡, #인생, #7000번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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