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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과 기초연금에 대해 시민들의 불안감과 함께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정부의 잘못된 연금정책이 혼란과 불신을 키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연금전문가인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김연명 교수의 글을 통해 공적연금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와 함께 올바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김상균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브리핑룸에서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최종 합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기초연금 도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국민행복연금위원회는 기초연금 지급대상을 인구나 소득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70% 또는 80%로 한정하기로 했다.
▲ 기초연금 도입 방안은... 김상균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브리핑룸에서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최종 합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기초연금 도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국민행복연금위원회는 기초연금 지급대상을 인구나 소득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70% 또는 80%로 한정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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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연금위원회'(이하 '행복위')가 지난 17일 기초연금 개선 '합의문'이란 것을 발표하였다. 단순하게 말하면 이 안은 현재의 20대-40대의 연금액을 약 30% 정도 대폭 삭감한 실질적인 연금 삭감안이다. 진보정부인 참여정부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33.3% 대폭 삭감한 것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의 대규모의 연금 삭감에 해당된다. 연금 삭감의 피해는 지금의 20대-40대에게 집중된다. 청장년층의 노후가 극도로 불안해진 것이다.

때문에 '행복위'안은 '국민행복연금'이 아니고 청장년층의 품위있는 노후생활에 대한 꿈을 완전히 거세한 '청장년불행연금'으로 불러야 한다. 이제 국가는 더 이상 국민 개개인의 '최소한'의 품위있는 노후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무슨 방법으로든 국민 각자가 알아서 노후준비를 해야 하는 노후준비의 '약육강식' 사회로 변해버리게 된다. 더불어 민주진보진영의 꿈꿔 온 '복지국가 한국'이라는 전망은 이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합의문'이 아닌 무책임한 '이견문'

국민행복연금위원회 기초연금 개선 '합의문' (7월 17일 발표)
 국민행복연금위원회 기초연금 개선 '합의문' (7월 17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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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위'에서 발표한 내용은 한국 공적연금제도의 미래와 한국 복지국가의 전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핵심 사안에 대해 이견을 드러낸 '이견문'이지 '합의문'이 아니다. 특히 "연금액은 최고 20만원(A값-국민연금 전체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으로 약 200만원-의 10% 수준) 범위 내에서 정액 또는 차등지급한다" 그리고 "차등지급하는 경우 기준은 소득인정액 또는 공적연금액으로 한다"는 네 번째와 다섯 번째 항목에 매우 중요한 이견이 담겨 있다.

노인의 70-80%에게 약 20만원의 정액 연금을 주면 기초연금은 보편주의적 수당이 되어 공적연금의 보편성이 강화된다. 하지만 소득인정액이나 공적연금액(정확히는 국민연금의 '균등부분' 연금액을 말하는데 뒤에서 설명함)과 연동시켜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면 대부분의 국민연금 수급자는 기초연금에서 제외되고 국민연금이 없는 저소득층 노인만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이 경우 기초연금은 가난한 노인만 받는 선별주의적 수당으로 성격이 바뀌어 '빈곤노인수당'이 된다. 

기초연금에서 '정액'지급과 '차등'지급 중 어느 것을 택하는가에 따라 특히 차등지급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따라 한국의 공적연금제도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정권 초기 인수위원회 안은 20만원의 기초연금액 중 14만원은 70%의 노인에게 기본으로 모두 깔아주고 나머지 6만원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시키는 부분연계방안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행복위'안은 기초연금액 20만원 전액을 사실상 가입기간과 완전 연계시키는 방안이다. 이것은 국민연금 수급자와 액수가 늘어날수록 기초연금은 줄어드는 구조로 사실상 기초연금을 무력화시키고 연금을 삭감하는 효과로 나타난다.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각계를 대표하는 위원회에서 결정하지 못하고 "'정액' 또는 '차등'지급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한 것은 "정부 마음대로 하세요"라고 백지수표를 준 것과 같다. 비유하자면 국회에서 여야가 모여 "대한민국의 사회체제는 사회주의 '또는' 자본주의로 한다"는 말도 안되는 내용을 합의문이란 이름으로 발표하고 "정부가 알아서 결정하세요"라고 위임한 것과 똑같다. 제대로 된 위원회라면 '정액' 또는 '차등지급'은 위원회에서 합의가 안된 매우 중요한 미합의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어야 했다. 무책임한 희대의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행복위'의 기초연금개선안은 대통령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해도 될 만큼의 중대한 선거공약 위반이다. 취임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전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이렇게 '용감하게' 헌신짝처럼 져버리는지 참으로 기가 막힐 따름이다. 더 중요한 것은 '행복위'의 개선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우리 나라 공적연금제도는 지금의 20-40대에게 품위있는 노후보장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노후생계보장 기능도 못하게 된다. 더 나아가 한국이 유럽과 같은 복지국가로 나갈 수 있는 싹을 아예 잘라버리게 되는 것이다. 기초연금 개선안이 왜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자. 

기초연금 차등지급의 원리 

이번에 '합의문'이란 그럴 듯한 화장을 하고 발표된 안의 골자는 이렇다. 기초연금 지급 대상은 전체 노인의 70-80%로 하여 소득 상위 20%-30% 노인은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우리 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를 약 600만명으로 잡으면 420만명(70%) 혹은 480만명(80%)에게만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부자노인들이나 공무원, 군인연금 등을 받는 노인분들은 소득이 어느 정도 있으니 이분들을 제외시키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문제는 420만명 혹은 480만명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이 정액인가 혹은 차등인가의 문제이다. 여기서 이번 안이 '청장년불행연금'인 이유가 나타난다.

전체 노인인구의 70%인 420만명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한다고 가정하자. 애초에 박근혜공약에 따르면 420만명 모두에게 정액으로 2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합의문의 내용은 420만명 전원에게 20만원씩 지급할 수도 있고 아니면 소득수준에 따라 어떤 노인에게는 아예 안 주고 누구는 20만원, 누구는 15만원, 누구는 10만원씩 차등지급을 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할지는 정부가 정하라는 것이다. 정부의 입장은 뻔하다. 합의문에 나온 것처럼 ① 공적연금(국민연금의 균등부분 금액)을 받는 액수 혹은 ② 소득인정액 정도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할 것이다.  차등지급이 돈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공적연금 액수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겠다는 것은 국민연금액에 따라 기초연금을 안주거나 혹은 덜 주겠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그동안 그렇게 많은 비난을 들어 온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겠다는 인수위원회의 방안보다 대폭 후퇴한 내용이다. 왜 그런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연금액 산정공식을 이해해야 한다(연금계산 공식에 대해서는 김연명의 연금이야기 3회 '국민연금계산법의 비밀'을 참고하기 바란다).

홍길동씨의 연금액 산정액
 홍길동씨의 연금액 산정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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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액은 국민연금 전체가입자의 지난 3년간 평균소득(A값), 개인의 생애평균소득(B값), 그리고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n값)에 따라 결정된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로 완전히 떨어지는 2028년 이후 가입한 홍길동의 예를 들어 보자. 홍길동이 2028년 이후 25년간 연금보험료를 납부했고(n값) 그 기간 동안 평균 월급이 현재 가치로 200만원이라고 하자(B값). 홍길동의 평균 월급 200만원은 2013년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 2천만명의 지난 3년간의 평균소득(A값)과 거의 동일하다.

즉, 홍길동은 국민연금에 가입한 기간 동안 가장 평균적인 월급을 받는 사람이다. 이 경우 홍길동의 최초 국민연금액은 평균월급 200만원의 25%인 50만원이 된다(위 그림 참조). 홍길동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25년으로 잡은 것은 40년 동안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평균 25년 정도 가입하기 때문이다.

홍길동의 보험료 납부 기간이 변하면 연금액도 변동된다. 만약 15년만 보험료를 납부했다면 B값 200만원의 15%인 30만원을, 35년을 가입했다면 200만원의 35%인 70만원을 평생 국민연금으로 받게 된다. 그런데 홍길동의 연금액을 분해하면 50%는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인 A값에서 계산되어 나온 것이고(이를 '균등부분'이라 함) 나머지 50%는 자기소득의 평균액인 B값에서 계산되어 나온 것이다(이를 '소득비례부분'이라 함). 가령 홍길동의 국민연금액이 30만원이면 15만원은 A값에서 나온 '균등부분'이고, 나머지 15만원은 B값에서 나온 '소득비례부분'에 해당된다.

평균소득자인 홍길동이 만약 20년만 국민연금에 가입했으면 국민연금액은 40만원이 되는데 20만원은 '균등부분'이고 나머지 20만원은 '소득비례부분'에 해당된다. 홍길동은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 중 가장 평균적 소득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연금액은 무조건 균등부분과 소득비례부분의 비중이 50:50이 된다. 그러나 고소득층은 소득비례부분의 비중이 더 커지고 저소득층은 균등부분의 비중이 더 커진다. 가령 최저소득층인 23만원 소득자가 20년을 국민연금에 가입할 경우 연금액은 23만원이 되는데 균등부분이 20만원을 차지하고 3만원만 소득비례부분에 해당된다.

여기서 논란의 핵심인 기초연금액 20만원을 다시 복기해보자. 20만원은 박근혜 후보가 모든 노인에게 주겠다고 한 바로 그 금액이다. 그럼 왜 하필 20만원일까? 기초노령연금이 처음 시작된 2008년에 노인들에게 월 8만 4000원의 기초노령연금이 지급되었다. 이 금액은 2008년 국민연금 전체가입자의 평균소득인 A값 168만원의 5%에 해당되는 금액이었다.

기초노령연급법에는 연금액을 A값의 5%에서 시작하여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10%로 인상하게 되어 있다. 2013년에 A값에 5%에 해당되는 기초노령연금액은 9만 7100원이고 이를 편의상 10만원이라고 부른다. 2013년 기준으로 기초노령연금을 A값의 10%로 인상하면 대략 20만원이 된다. 박근혜후보가 약속한 20만원은 바로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A값)의 10%를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부른 것이다.

국민연금 장기가입자는 기초연금 제외, 과연 맞나

국민연금액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한다는 의미를 다시 정리해 보자. 홍길동이 20년을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연금액은 40만원이고 이중 20만원은 균등부분, 나머지 20만원은 '소득비례부분'이다. 그런데 현재 A값의 5%인 10만원의 기초연금액을 10%로 올리면 20만원이 되므로 기초연금액은 홍길동의 국민연금액 40만원 중 균등부분 액수 20만원과 정확히 일치한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액에 따라 '차등지급'한다는 것은 바로 국민연금액 중 균등부분의 금액이 A값의 10%를 넘어가면 기초연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즉, 홍길동의 국민연금액 중 균등부분에 해당되는 20만원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인 A값의 10%인 20만원과 일치하므로 홍길동은 평생동안 기초연금을 못 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국민연금액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한다는 것은 국민연금에 20년 이상 가입한 장기 가입자에게는 기초연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성실하게 국민연금을 장기간 납부한 국민들을 명백하게 '역차별'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면 기초연금을 더 주는 방안을 마련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행복위'안은 20년 이상 가입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꼴이다.

그렇다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이 안된 사람은 얼마나 기초연금을 받게 될까? 국민연금은 10년 이상을 부어야 연금을 탈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9년 11개월을 납부하면 10년을 채우지 못하므로 나중에 낸 보험료에 이자를 붙여 목돈으로 돌려받는다. 결국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한 노인들은 현재 가치로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가입기간이 10년-20년 사이에 있는 경우는 국민연금 균등부분이 20만원에 모자라는 부분만 차액으로 지급된다. 가령 균등부분 금액이 18만원이면 2만원을 더 주고, 12만원이면 8만원을 더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은 사람은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높고 이들은 균등부분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소액의 기초연금만을 받게될 것이다.즉, 저소득층도 실질적으로 연금액이 삭감되는 것이다.

정리하면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의 균등부분에 따라 차등지급하면 현재 20-40대 인구중 평균적인 월급을 받는 사람조차도 기초연금을 하나도 받지 못하고 가입기간이 10-20년 사이인 저소득층의 경우도 소액의 기초연금만 받게 될 것이다. 아예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20만원을 받게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행복위'안이 국민연금의 장기 가입 유인을 저해하게고, 현재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약 600만명의 장기체납자와 납부예외자는 보험료를 내지 않는 것이 더 이익이 될 수 있어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더 크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즉,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액에 따라 연동하여 지급하면 국민연금의 근간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40대, 실질적인 연금 삭감으로 이어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성탄절인 지난 12월 25일 서울 창신동 쪽방촌에서 직접 만든 도시락을 독거노인에게 전달하기 위해 방안으로 들어 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성탄절인 지난 12월 25일 서울 창신동 쪽방촌에서 직접 만든 도시락을 독거노인에게 전달하기 위해 방안으로 들어 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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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은 기초노령연금액을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여 2028년이 되면 A값의 10%가 되는 금액(현재가치로 20만원)을 지급하게 되어 있다. 박근혜 후보의 공약은 앞으로 15년 뒤인 2028년에 지급되게 되어 있는 A값의 10%를 집권하면 곧 바로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즉, 기초노령연금 인상 시기를 15년 앞당기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기초연금액을 국민연금액에 따라 차등지급하면 왜 연금이 대폭 삭감되는 효과가 나타날까? 앞에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을 초과하면 국민연금의 균등부분 금액이 A값의 10%를 넘게되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만약 '행복위'안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에 의해 2028년이 되면 상당수의 노인들은 현재가치로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즉, 국민연금을 많이 받아 소득 상위 30%에 속한 노인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국민연금 수급자는 기초연금 20만원을 추가적으로 받게 된다. 그런데 기초연금을 균등부분 금액과 연결시켜 차등지급하면 상당수의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못받게 되므로 실질적으로 연금이 삭감되는 셈이다.

현재의 20대-40대 인구층의 대부분은 경제활동을 시작할 때 이미 국민연금이 시행되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대부분 20년을 넘어설 것이며 결국 기초연금의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즉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 10%에 해당되는 만큼의 연금이 삭감되는 것이다.

가령 앞에서 예를 든 가장 평균적인 소득을 벌어들인 홍길동이 25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그의 국민연금액은 50만원이 되는데 '행복위' 안이 시행되지 않으면 국민연금 50만원에 기초연금 20만원을 받아 총 70만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그런데 '행복위'안이 시행되면 홍길동은 기초연금 20만원을 못받고 국민연금 50만원만 받게된다. 연금액이 실질적으로 약 30% 정도 삭감되는 셈이다. 이것이 '행복위'안이 실질적인 연금삭감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마디로 지금의 20-40대 청장년층의 노후보장이 극히 불안해 지는 것이다.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해도 연금 삭감  

'합의문'에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액이 아닌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차등지급하는 경우의 수도 제시하고 있다. 소득인정액은 정부가 노인의 소득을 추정하여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기준이 되는 소득을 의미한다. 2013년에 기초연금 지급 대상 선정 기준액은 소득인정액이 노인단독가구는 월 78만원, 부부노인은 125만원이다. 즉, 부부노인의 경우 소득인정액이 125만원 이하이면 소득하위 70%에 속해 기초노령연금을 지급받고 이를 초과하면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런데 소득인정액은 ① 실제 발생되는 소득 즉, 근로소득, 사업소득, 금융소득 그리고 국민연금소득 등을 합산한 금액과 ② 소득이 발생된다고 가정하는 아파트, 토지 등의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합산한 것이다. 가령 시가 2억원짜리 아파트를 대도시에 소유하고 있으면 1억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1억원을 연리 5%의 소득이 발생된다고 가정하여 월 42만원의 소득으로 환산한다((1억원×0.05)/12개월=약 42만원). 가령 노인부부가구의 실제 발생 소득이 월 40만원이고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소득이 42만원이면 소득인정액이 총 82만원이 되어 기초연금의 지급 대상이 된다. 

소득인정액을 기초연금의 차등지급 기준으로 할 경우에도 국민연금 장기가입자는 기초연금을 못받고 청장년층의 실질적인 연금 삭감이 이루어지는 것일까? 정확한 자료분석이 필요하지만 원리적으로 보면 그럴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첫 번째 이유는 앞으로 노인소득의 대부분은 국민연금소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2012년에 기초노령연금 수급대상자 393만명 중 실제 소득이 있는 노인이 162만명 정도 되는데 이중 102만명이 국민연금 수급자에 해당된다. 시간이 갈수록 국민연금 수급자가 늘어나 소득인정액에서 차지하는 국민연금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국민연금 장기가입자가 기초연금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한다는 것은 직업이 안정되어 있고 보험료를 납부할 소득이 장기간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만큼 재산축적의 기회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국민연금액이 높을수록 재산축적액이 높고 따라서 국민연금 장기가입자가 기초연금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청장년층 노후불안 극심해진다  

참여연대 소속 회원들이 3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국민 기만 복지공약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밝힐것을 촉구하고 있다.
▲ 참여연대,"복지확대 공약걸고 당선되니 오해라네" 참여연대 소속 회원들이 3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국민 기만 복지공약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밝힐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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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내려보자. 정부가 '행복위' 합의문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든 70% 노인에게 '준'보편주의적으로 지급되도록 되어 있는 현행 기초노령연금은 저소득층에게만 지급되는 선별주의 수당으로 점차 바뀌게 된다. 정부는 이전부터 기초연금의 지급대상을 노인의 40%수준까지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공연히 제시해 왔다. 즉 보편주의가 선별주의로 뒤바뀌게 되는 것이다. 보편주의가 선별주의로 바뀌면서 지금의 청장년층은 장기적으로 약 30% 수준의 연금이 삭감되는 것이다. 현재의 중산층조차도 극심한 노후불안의 공포에 더 시달리게 될 수밖에 없다.

현재 그리고 미래의 저소득노인들은 2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덕을 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누구나 권리로서 떳떳하게 받는 보편적 수당이 아니라 못사는 노인들만이 받는 낙인감이 담긴 '빈곤노인수당'이 될 것이다. 확실히 덕을 보는 쪽은 공적연금의 기능이 약화되어 반사이익을 얻게 될 민간보험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정부는 여러분의 품위있는 노후를 절대 보장하지 못합니다. 민간보험을 들건 부동산 투자를 하건 아니면 저축을 하건 알아서 각자 노후준비 하세요!"

'행복위'의 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한국의 공적연금은 '부관참시'를 당하는 꼴이 된다. 그리고 한국이 제대로 된 복지국가로 갈 수 있는 희미한 싹마저 싹둑 잘리는 것이다. 즉, 한국이 유럽과 같은 복지국가로 갈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고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꽃 피웠던 복지국가 담론은 그야말로 일장춘몽이 된다. '행복위'가 한국 복지국가의 희망에 조종을 울렸다고 보아야 한다. 도대체 '행복위'와 복지국가 건설에 앞장 서야할 '보건복지부'는 자신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태그:#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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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입니다. 관심 분야는 복지국가, 공적연금, 동아시아복지 등입니다. 시민단체에서 오랜 동안 복지운동을 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바로세우기 국민행동'(약칭 연금행동) 정책위원장을 맡아 국민연금개혁운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 특히 연금에 대한 오해가 많아 시간되는데로 제 생각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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