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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보도 자료가 아니다. 장점이 아니라 단점도 명확히 들어있다는 소리다. 내년 록 페스티벌을 찾을 이들에게 약간의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현장을 가본 이라면 알겠지만, 공연이나 페스티벌은 공신력 있는 프리뷰나 사전 정보를 참고하기가 유독 쉽지 않다. 열정적인 마니아들은 종종 공연 준비 현장으로 사전 답사를 나가기도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썼다. 올해 7월에서 8월 사이에 열린 4개의 대형 록 페스티벌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내용과 다음과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록 커뮤니티 회원들의 후기를 종합해 각 페스티벌의 장단점을 정리했다. 이 리뷰가 올해 다녀온 사람으로서 내년에 가게 될 누군가에게 필히 도움이 될 만한 참고자료가 되기를 바라본다. 물론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내년에 주최측에서 단점으로 꼽은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 주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록페는 라인업이 다가 아니다

 2013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2013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 예스컴 엔터테인먼트


장점: 8년간 페스티벌을 운영해 온 노하우 덕분일까. 준비 단계부터 센스 있는 정보 공지와 일관적인 운영이 돋보였다. 인천 시민 할인 정책도 적절했다. 현장에선 스탠딩 구역 내의 돗자리 족과 흡연 행위에 대한 통제가 확실했고, 동시에 깃발 소지를 허용하는 등 관객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여기에 인천광역시의 경찰병력 지원, 사설 경호 인력과 스태프들의 친절한 서비스가 더해졌다. 운영 서비스 면에선 4개의 페스티벌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편리한 교통편, 송도 신도시와 인접해 편의시설을 최대한 누릴 수 있었다는 점도 훌륭했다. 결정적으로 많은 수의 화장실이 확보됐다. 화장실 바로 앞에 수도 시설을 설치한 것도 적절했다.

다양하고 싼 값을 자랑하는 푸드존의 음식들과 깨알 같은 이벤트는 올해도 여전했다. 치킨 탄두리부터 컵밥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과 사일런트 디스코 파티, 스틸하트(Steel Heart)의 '쉬즈곤' 부르기 경연대회, 뮤지션들과 단체 사진 찍기 서비스와 선착순 펜 사인회 등이 한데 버무려졌다. 음식 값은 대체적으로 6천 원 이상을 넘지 않았고 양도 충분했다. 록 페스티벌은 라인업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축제.     

단점: 행사기간 내내 비 예보가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행사구역 내에 별도로 그늘을 마련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땡볕에 시달렸다. 더위를 식혀줄 '쿨 존'도 작년에 비해 작은 규모로 설치됐다. 일요일 헤드라이너 폴 아웃 보이(Fall Out Boy)의 튜닝 타임이 15분 남짓 지연됐고, 덕분에 마지막에 터뜨려야 할 폭죽이 튜닝 타임에 터졌다.

더불어 새로 완공된 상설 무대는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했지만, 안산 벨리 페스티벌과 비교해 조명을 비롯한 무대설비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이 부족해 보였다. 그 중에서도 각 스테이지의 사운드가 서로 섞이는 음 간섭 문제는 내년에 확실히 개선해야 할 점.

<안산 벨리 록 페스티벌>, 고질적 문제에 대한 개선 의지 부족

 2013 안산 벨리 록 페스티벌

2013 안산 벨리 록 페스티벌 ⓒ CJ E&M


장점: 안산은 공연 콘텐츠에 많은 것을 할애했다. 4개의 페스티벌 중에서 무대에 투입된 물량이 가장 많았다. 적어도 그 점에서만큼은 의도한 만큼의 효과를 봤다. 장장 세 시간에 걸쳐 이뤄진 큐어(Cure)의 공연, 스크릴렉스(Skrillex)의 1.8톤 우주선 퍼포먼스,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압도적인 비디오 월은 관객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헤드라이너들이 명성만큼의 클래스를 보여줬다면, 디 엑스엑스(The XX)와 펀(Fun.) 같은 탄탄한 허리진들은 관객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남김없이 드러냈다. 더불어 탁 트인 경관, 동선의 최소화, 한층 업그레이드된 그린 스테이지 역시 관객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라운드 음향과 출력 면에서도 마니아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단점: 문제는 공연 외적인 부분들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안산 중앙역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을 더 들어가야 할 만큼 접근성이 부족했다. 다행스럽게(?) 관객 수가 줄어 공연장으로 향하는 길목인 시화방조제 도로가 막히지 않아 우려했던 교통지옥은 그나마 면할 수 있었다.

대신 매표소에서 페스티벌 사이트까지의 거리가 지나치게 멀어 공연을 즐기기도 전에 지쳐버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너무 비싼 음식 값은 올해도 문제가 됐다. 음식 반입은 금지인데 손바닥만한 오코노미야키 하나가 8천원이라는 말을 듣고 행사장 밖에 나가 바지락 칼국수를 사 먹었다는 후기가 많았다. 맛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유감이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지자체의 방역이 이뤄지지 않은 탓인지 바다모기가 기승을 부렸다. 너무 작은 사이즈의 샤워장, 지나치게 적은 화장실 숫자는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온 이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 여기에 공연 외에 이벤트 프로그램은 올해에도 여전히 부족했다. 행사장을 이전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다.

특히 지나치게 노골적인 자사 홍보와 콘서트의 연장선상으로 록 페스티벌을 접근하는 방식의 한계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내년에도 위와 같은 문제가 계속 지적된다면, 마니아들로부터 개선 의지 자체를 의심받을 상황에 처할지 모른다.

<지산 월드 록 페스티벌>, 성과보다는 숙제가 더 많아

장점: 이미 검증된 대로 환경면에선 4개의 페스티벌 중 가장 쾌적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뛰어난 자연경관과 선선한 공기, 주변에 흐르는 계곡물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강점이다. 여기에 화장실과 리조트 부대시설 등 공연장 내 뛰어난 편의시설도 함께 마련돼 있다. 덕분에 가족단위 관객들이 타 페스티벌에 비해 많았다. 행사장 내에 팝 아티스트 마리킴과 아트놈의 작품을 전시한 것은 좋은 시도였다.

주최 측에선 안타까운 이야기겠지만, 줄어든 관객 규모 탓에 사람들끼리 부대끼지 않고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는 평가도 많았다. 그만큼 편한 마음으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버려진 쓰레기도 적었고 많은 비가 왔음에도 바닥상태도 비교적 양호했다.

흡연구역 지정도 철저히 지켜졌고 이천터미널에서 지산리조트까지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스태프들의 헌신적인 쓰레기 정리 및 수거가 가장 돋보였다. 무대간 음 간섭도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단점: 안타깝게도 성과보다는 숙제가 더 많은 축제였다. 짧은 준비기간으로 인한 주최 측의 경험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다. 폭우로 인한 공연 지연은 그 중에서도 가장 아픈 부분이다. 기습적인 폭우는 캠핑존의 산사태를 우려해야 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메인스피커를 비롯한 음향 장비의 성능에도 영향을 미친 듯 보였다. 일본밴드 토(Toe)는 공연 시간을 다 채우지도 못한 채 무대를 내려와야 했다.

결국 폭우로 인한 공연 지연으로 나스(Nas)와 위저(Weezer)가 출연시간이 겹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드나이트 섹션 역시 1시간 동안 지연됐다. 음향 장비 정비 후, 재개된 공연에서 크라잉 넛은 헤드라이너를 위해 셋 리스트를 대폭 축소해야만 했다. 결국 위저도 예정된 90분 공연을 다 채우지 못했다.

당시 스케줄 지연에 대해 주최측이 최대한의 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공연시간 변경에 대한 뒤늦은 공지는 분명 아쉬운 대목이었다. 늦은 공지로 인해 특정 스테이지에 관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하루 내내 반복됐다. 물품 반입에 대한 문제로 관객들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가격 대비 최고의 만족도  

 2013 부산 록 페스티벌

2013 부산 록 페스티벌 ⓒ 부산광역시


장점: 모든 페스티벌을 통틀어 가격 대비 최고의 만족도를 자랑한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국내 라인업 위주라고는 하지만 인지도 면에서 찰지고 파괴력 있는 밴드들을 대거 섭외하는 것이 부산 록 페스티벌의 강점. 특히 '부산 발 지옥열차'를 만끽하고자 하는 헤비니스 록 팬들에게는 더 없는 축제였다.

메인 무대를 둘로 갈라놓았던 작년의 문제점이 올해는 개선됐다. 무대 바로 밑에는 언제나 그렇듯, 소방서의 지원으로 응급조치 요원과 소방차가 항시 대기하고 있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여기에 부산광역시 경찰들의 근무 지원으로 무료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은 비교적 질서 정연하다.

이것만이 아니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마찬가지로 다양하고 싼 음식이 많다. 3천 원만 주면 컵이 넘칠 만큼 많은 양의 맥주를 차갑게 즐길 수 있다. 음식 값은 대개 5천 원 이상을 넘지 않았다. 치킨부터 감자튀김, 케밥, 삼겹살, 훈제구이 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그래서 인지 행사장에 들어가지 않고 매표소 바깥의 잔디밭에서만 노는 사람도 많다.

단점: 무료 공연이라 불특정 다수가 공연장을 찾는다. 장점이 더 많지만 때로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인다. 특히 요즘에는 록 페스티벌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페스티벌 현장에서의 놀이문화와 매너를 모르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무료 공연이라 통제 요원들이나 경찰들이 하나하나 통제하기 어려우니 애초에 기분 상하는 일 당하지 않게 본인의 주의가 필요하다.

더불어 행사장 내에 화장실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정 급하면 성인 남자 기준으로 걸어서 10분 거리에 대형마트가 있으니 거기서 볼일을 봐도 무방하긴 하다. 더불어 펜스 앞에서 놀고자 하는 사람은 버려도 좋은 옷을 가져올 것. 열사병 방지를 위해 소방차에서 대량으로 물을 뿌리는데 시간이 지나면 이 근처가 전부 진흙탕이 된다. 흥을 돋우겠다며(?) 흙탕물을 발로 뿌려대는 사람들이 종종 있으니 항상 조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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