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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공공성'을 키워드로 동반성장의 가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 제4차 동반성장포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공공성'을 키워드로 동반성장의 가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 김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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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남북한 동반성장을 주제로 내건 동반성장연구소의 제4차 동반성장포럼에 참가했다. 정운찬 전 총리의 짧은 개회사가 끝난 뒤, 윤 전 장관은 마이크를 잡고 양해를 구했다. 자신의 강연이 남북한 동반성장보다는 사회 변화의 필요성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미리 알렸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의 현 모습이 북한 주민으로 하여금 통일을 선택하게 할까요?"라고 청중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를 '전반적인 공동체 해체'가 유발한 '혼돈기적 혁명 상황'이라고 진단했다고 말했다. 개혁에 대한 열망이 주도세력이 없이 민중의 에너지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급작스러운 안철수 현상을 이런 맥락에서 진단하는 듯 보였다.

이어 윤 장관은 공동체 해체의 원인을 공공성의 파괴에서 찾았다. 그는 공공성이 국가 형성에 필수적인 연대 의식의 기반을 이룬다며 국가란 공공성이 제도로 응결된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므로) 근대국가는 합법적 폭력을 독점하고 국민을 상대로 강제력을 행사합니다. 막대한 국가권력의 근거와 정당성은 공공성에서 나오지요."

그는 민주화 이후 네 번의 정권들이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를 공공성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찾았다. 윤여준 전 장관은 "대통령의 통치 능력을 받쳐주는 첫 번째 요인은 공공성"이라며 권력의 사유의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하면 정실인사로 이어지고 이는 필연적으로 부정부패를 낳습니다"라며 이명박 정부의 '강부자' 내각과 박근혜 정부의 '수첩인사'를 언급했다. 인사의 이권화로 대표되는 공공성의 파괴는 민주주의와 법치를 훼손하고 대통령직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마저도 집권 후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정치에서 타협의 정신이 실종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원래 정체성인 '보수주의'를 의식해서 그런지 양비론을 펴는 모습이었다.

그는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의 가치도 공공성의 측면에서 해석했다. 경제력의 과도한 집중과 양극화는 자유민주주의의 공공성과 법치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공공성이 파괴된다면 국민의 입장에서 국가를 유지하고 형성할 이유가 없어요. 국가는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써야 하는데, 시장권력이 정치권력을 압도해 국가가 일부의 사익을 위해 일한다면 국가의 존재 목적이 사라지는 것이죠. 체제가 위협받는 것입니다."

여기서 윤 전 장관이 진보적 명제처럼 보일 수 있는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공공성이 무너지면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혼돈기적 혁명 상황은 새 정부 출범의 기대로 가라앉았지만, 이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고 언급하며 "하반기에 경제가 본격적으로 어려워진다면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체제가 위협받는 상황을 막기 위해 공공성의 가치에 기반을 둔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윤 전 장관의 기본 입장이다.

또한 그는 "개인의 자유를 하위 개념에 두는 국가주의적 공공성은 전체주의로 흐를 소지가 있다"며 곡해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개인의 권리와 공동체의 이익이 균형을 이룬 상태 위에서만 공공성이 의미를 가진다"며 과거 권위주의 체제 아래에서의 '강제된 공공성'을 비판하기도 했다.


태그:#윤여준, #공공성, #보수주의 , #정실인사, #동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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