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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5대 골든벨을 울린 주인공 여남고 진성일 학생이 마지막 철학문제에 답을 적은후 보드판을 번쩍 들어 올리고 있다
 제95대 골든벨을 울린 주인공 여남고 진성일 학생이 마지막 철학문제에 답을 적은후 보드판을 번쩍 들어 올리고 있다
ⓒ 여남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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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에도 종소리는 울린다. 금오도 여남고등학교 파이팅!"

제95대 골든벨을 울린 주인공 진성일 학생이 마지막 문제을 앞두고 외친 소리다. 전교생이 45명밖에 되지 않는 섬마을 작은 학교인 여남고등학교(교장 변태수, 이하 여남고)가 KBS1 TV <도전! 골든벨>에서 황금종을 울려 화제다.

여남고는 비렁길로 유명한 전남 여수에 위치한 시골학교다. 지난 23일 오후 2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학교 운동장에서 골든벨을 촬영했다. 이날 녹화장에는 중학생부터 70대 어른까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이색 골든벨 응시자들이 나타났다. 일명 '추석특집 고향 골든벨'이다.

"모교를 살리고 싶다"

 지난 23일 오후 2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여남고에서 추석특집 고향 골든벨이 촬영되었다. 이날 재학생을 비롯해 중학생부터 70대 어른까지100명이 골든벨에 응시했다
 지난 23일 오후 2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여남고에서 추석특집 고향 골든벨이 촬영되었다. 이날 재학생을 비롯해 중학생부터 70대 어른까지100명이 골든벨에 응시했다
ⓒ 여남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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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여남고의 전교생은 45명이다. 골든벨은 100명의 학생이 도전한다. 여남고는 턱없이 부족한 학생탓에 나머지는 지역 주민들로 채워졌다. 골든벨 사상 학생을 제외한 외부에서 총 65명(중학생 15명. 졸업생 동문 20명. 지역주민 20명)이 응시한 경우는 처음이다. 타학교보다 훨씬 열악한 조건인 셈이다. 이를 아는 지역주민 500여명은 촬영이 끝나는 순간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응원으로 힘을 보탰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금오도의 유일한 택시 기사 강기천씨는 비렁길 자랑을 늘어놓았다. 두모리 최영귀 이장님은 금오도 특산품인 방풍에 대한 자랑으로 마치 '고향은 지금'을 연상케 했다. 또  졸업생인 동문 강정은씨는 "모교를 살리고 싶다"고 말해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골든벨에 도전한 안도 김성수씨는 "아들보다 어린 고향후배 학생들과 골든벨에 참가해 내 인생에 크나큰 추억이었다"며 "자랑스러운 어린 후배가 골들벨을 울렸을 때는 내 아들이 울린 것처럼 감격스럽고 무척 기뻤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문제 풀이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참가해 문제가 쉬웠으나 패자부활전 이후 21번부터는 난이도가 높아졌다. 패자부활전에서는 교사와 동문 그리고 지역민이 한복을 입고 나와 제기를 차서 85명을 부활시켰다. 응원에 나선 교사와 학생들은 시크릿의 'Yoo Hoo'에 맞추어 최후의 1인을 응원했다. 이들의 라인댄스는 프로그램의 재미를 높였다.

위기가 찾아온 것은 41번 문제. 40번까지 6명의 친구들이 남았지만 미술문제에서 5명이 우르르 떨어졌다. 41번 문제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은 여남고. 하지만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성일군은 49번까지 거침없이 답을 써 내려갔다.

 여남고 진성일군이 제95대 골든벨을 울리자 재학생들이 일제히 환호하며 끌어안고 있다
 여남고 진성일군이 제95대 골든벨을 울리자 재학생들이 일제히 환호하며 끌어안고 있다
ⓒ 여남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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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영예의 골든벨 마지막 문제를 남겨두고 성일군은 자작곡 '새벽 큰 선창'을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다. 섬이다 보니 피아노 학원이 없어 학원을 다닌 적이 없지만 그는 독학으로 피아노를 익혔고 작곡도 했다.

"95년생 진성일, 95대 골든벨을 울려라!"

많은 이들의 응원 속에 성일군은 차분히 50번 골든벨 문제에 도전장을 냈다. 서울대 철학과를 꿈꾸고 있는 그는 '철학'을 선택했다. 평소 고등학교 3년 동안 철학, 심리학, 인문학에 대한 책을 즐겨봤던 탓이었다. 이후 10초의 카운트다운까지 시간을 끌며 답을 적은 보드판이 올라갔다. 순간 침묵이 흘렀다. 이어 가슴을 조이는 아나운서의 음성이 또렷이 들렸다.

"50번 문제의 답은 비트겐 슈타인...정답입니다!"

마침내 금오도가 들썩였다. 95대 영광의 골든벨 주인공이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이윽고 황금종소리가 섬마을 금오도에 울려 퍼졌다. 고요한 새벽 밤하늘은 승리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한경호 선생님..."지금은 수능에 매진할 때"

 '추석특집 고향 골든벨'에서 95대 골든벨을 울린 진성일군이 축하 꽃다발 받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추석특집 고향 골든벨'에서 95대 골든벨을 울린 진성일군이 축하 꽃다발 받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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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담임인 한경호 선생님은 골든벨을 울린 성일군에 대해 "사실 이곳이 섬이다 보니 골든벨을 울릴 것이라고 생각을 안 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여수아이들과 비교할 때 여건이 어렵고 문제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면서 "성일이는 가장 독서를 위해 독서를 하는 아이였다, 책이 좋아서 책을 읽는 아이다, 한때 연속 3일 동안 철학, 심리학, 인문학 책을 너무 많이 읽어 우려스러울 때도 있었다"면서 "(성일이가 골든벨을 울릴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독서가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라고 칭찬했다.

담임선생님의 성일군에 대한 배려도 돋보였다. 성일군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하자 "수능이 70일 정도 남았는데 지금은 인터뷰가 어렵다"며 "한참 공부할 때인데 골든벨의 주인공이 되었다고 목표를 이룬 것이 아니다, 지금은 자칫 우쭐대기보다 공부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골든벨을 울린 한 아이의 실력으로 남면 금오도 섬마을은 지금 그 어느때보다 더한층 고무되어 있다.

한편 여남고는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에 따라 2년 전 폐교의 위기에 내몰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해 졸업생 13명 중 3명이 광주교대에 합격한 바 있다. 또 광주교대를 졸업한 졸업생 4명이 전남초등교사임용시험에 합격하는 등 섬마을 학교지만 전라남도 도서지역 고등학교에서 최고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여남고를 졸업한 성일군의 누나와 형님도 교대를 졸업해 현재 선생님으로 근무중이다. 또 올해는 육지에서 절반 이상의 학생이 진학해 와서 28명 신입생 정원을 모두 채우기도 했다. 올해 여남고(3학년 11명)는 성일군을 포함해서 2명의 학생이 서울대학교에 원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이는 독서토론교육, 사제일촌결연맺기 등 도시지역과 차별화된 소규모학교의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운영 덕분으로 풀이된다. <도전 골든벨> '여남고편'은 KBS1 TV를 통해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9월 22일 오후 7시 10분부터 50분간 전국에 방영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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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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