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너머 남촌에는 2>는 공중파 방송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농촌드라마다

<산 너머 남촌에는 2>는 공중파 방송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농촌드라마다 ⓒ KBS 공식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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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복잡할 때면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산과 들, 개울이 흐르는 풍경이 있는 곳으로 말이다.

매주 일요일 9시 10분, 형형색색의 도시 대신 푸른 농촌이 TV화면에 펼쳐진다. KBS에서 방송중인 <산 너머 남촌에는 2>(극본 이금주, 연출 이원익)는 농촌을 무대로 다양한 세대의 희로애락과 공존의 삶을 안방에 전달한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농촌 드라마...현실 반영은 미흡

'농촌 드라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MBC에서 방송했던 <전원일기>다. 1980년 10월 21일 처음 방송된 이후 2002년 12월 29일 막을 내릴 때까지 장장 22년 2개월간 모두 1088회가 나갔다. <전원일기>가 갖고 있는 '우리 방송 사상 최장수 드라마'라는 기록은 여태 깨지지 않고 있다.

<전원일기>를 비롯한 농촌 드라마는 농촌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으나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피폐한 농촌의 실상을 다루려는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지난 1983년 <전원일기>는 당시 농촌 지역에서 큰 문제로 대두됐던 이른바 '양파 파동'을 다룬 2부작 '괜찮아요'를 제작해 첫 편을 방송했다가 2주간 결방이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괜찮아요'의 2부 원본 분량은 폐기돼 끝내 빛을 보지 못했다. 그 대신 '양파는 건강에 좋은 식품이며 대만 등으로 수출도 많이 된다'는 캠페인성 내용으로 수정해 다시 만들어 방송해야 했다.

 <전원일기>는 흑백 방송으로 시작하여 컬러 방송으로 끝을 맺었다. <전원일기>가 간직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전원일기>는 흑백 방송으로 시작하여 컬러 방송으로 끝을 맺었다. <전원일기>가 간직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 MBC 공식 누리집


KBS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는 <전원일기>의 동생 격이라 할 수 있다. 1990년 9월 9일 첫 방송된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는 2007년 10월 10일 852회 '가을 속에 봄' 편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KBS의 농촌 드라마는 <산 너머 남촌에는>, <산 너머 남촌에는 2>를 통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1993년 우루과이 라운드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질 무렵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는 '긴장의 세월' 편을 통해 우리 쌀을 지키자며 농민들이 쌀 개방 반대시위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농촌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공중파 유일의 농촌 드라마 <산 너머 남촌에는>, 농촌의 오늘 담았다

현재 공중파의 유일한 농촌 드라마인 <산 너머 남촌에는 2>는 면 소재지가 있는 송화리라는 작은 마을이 배경이다. 과거 농촌 드라마와 이 작품이 다른 점은 30대 중반의 젊은 부부인 최영희(우희진 분)와 김철수(김찬우 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농촌 드라마가 주로 다뤄온 대가족 중심의 이야기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농촌 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고령화 이미지는 탈피했다. 송화리에서 나고 자란 최영희와 김철수가 진심으로 농촌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농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불식시킨다.

또한 <산 너머 남촌에는 2>는 농촌의 현실적인 문제도 자주 조명한다. '돈벼락' 편에서는 과수원 매매를 둘러싸고 돈을 더 많이 주겠다는 펜션업자와 과수원을 이어가겠다는 최한필(연규진 분)의 갈등을 보여주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편에서는 주인이 땅 값을 올려달라고 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통해 귀농의 이면을 들췄다. 이 밖에도 도시인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이모저모를 다뤄 농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산 너머 남촌에는 2>는 베트남 출신 며느리 이야기를 다루는 등 오늘날 농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산 너머 남촌에는 2>는 베트남 출신 며느리 이야기를 다루는 등 오늘날 농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 KBS 화면 갈무리


아쉬움도 없진 않다. 농촌에 정착한 젊은 세대의 모습을 담고 있으나 비슷한 세대의 시청자를 끌어들이기에는 흡인력이 부족하다. 또 농촌에서 벌어지는 갈등 위주로 이야기를 꾸려 나가다 보니 흥미를 끌 요소가 적다는 문제도 있다. 농촌 본래의 모습을 왜곡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폭넓은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다음 회가 궁금하도록 극적인 긴장감이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이야기 구성이 필요하다.

농촌은 도시인들에게 휴식의 공간 정도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모든 이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생산과 노동, 그리고 생명의 공간이다. 그러나 도시화의 물결과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농촌은 끊임없이 소외돼 왔다. 농촌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농촌 드라마는 도시와 농촌의 사이를 좁혀주는 좋은 고리가 될 수 있다. 일요일 아침, 늦잠은 잠시 미뤄두고 <산 너머 남촌에는 2>를 통해 농촌의 오늘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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