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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기사가 도로 한가운데에 승용차를 정차한 채 가 버리는 바람에 술을 마신 고객이 교통사고 발생을 피하기 위해 차량을 도로변으로 이동시킨 것에 불과하다면 음주운전을 이유로 운전면허를 취소한 것은 재량권을 남용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K(47)씨는 작년 12월 22일 밤 9시께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술을 마신 후 대리운전기사를 불러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게 해 귀가하던 도중 대리운전기사와 요금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졌다.

이에 대리운전기사는 서울 중랑구 망우동 상봉터미널 부근 도로에서 운전을 멈추고 승용차를 편도 3차로 도로의 2차로 위에 정차시킨 후 내리고 가버렸다.

황당할 수밖에 없었던 K씨는 승용차가 2차로에 있던 터라 불가피하게 약 7~8m 운전해 도로의 3차로로 옮겨 주차시킨 후 내려 다른 대리운전기사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런데 K씨 승용차를 운전했던 대리기사는 위 장소 근처에서 K씨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가 K씨의 음주운전사실을 경찰에 112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승용차 밖에 서 있던 K씨를 검문한 후 음주운전을 이유로 경찰서로 동행한 다음, 음주측정을 했고 측정결과 혈중알콜농도 0.126%로 나타났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1월 K씨의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했다.

하지만 K씨는 "대리운전기사에게 승용차를 운전하게 해 귀가하던 도중 요금문제로 다투게 됐고, 대리기사가 상봉터미널 부근 편도 3차로 중 2차로에 차를 세워둔 채 가버려 교통방해 내지 교통사고 발생을 우려해 불가피하게 3차로 도로변으로 약 7~8m 운전해 승용차를 정차시킨 후 하차해 다른 대리운전기사를 물색하고 있었다"며 "이런 운전행위는 긴급피난행위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K씨는 또 "위와 같은 운전경위와 배송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므로 직업상 운전이 생계수단인 점 등을 고려하면 운전면허취소 처분은 너무나 가혹한 과잉처분으로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정훈 판사는 최근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K씨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며 K씨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의 음주운전 행위가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급박한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긴급피난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는 당초 음주운전을 회피하기 위해 대리운전기사를 불렀으나 대리기사와 다툼이 발생해 대리기사가 편도 3차로의 대로 중 2차로 위에 승용차를 정차한 채 가버리므로 다른 차량들의 교통을 방해하거나 교통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도로변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불과 7~8m를 운전한 것에 불과하므로 원고의 음주운전 동기 및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또한 원고가 승용차를 도로변으로 이동시킨 후 곧바로 음주운전을 중단하고 승용차에서 하차해 다른 대리운전기사를 물색하고 있었던 점, 원고의 직업상 운전면허가 생계수단인 점 등을 감안하면, 비록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등의 폐해를 방지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큰 점을 고려하더라도, 운전면허취소처분으로써 실현하려는 공익목적에 비해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더 커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음주운전, #대리운전기사, #운전면허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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