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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가을비까지 내리더니 출근길이 막힌다.
딸과 함께 같이 가는 길. 회사와 딸의 학교가 같은 방향이라 가는 길에 내려주고 간다.
서울 집에서 안산까지 약 1시간 거리를 가면서, 딸에게 말을 건다

코스모스가  활짝핀 회사 가는 길
▲ 가을 코스모스 코스모스가 활짝핀 회사 가는 길
ⓒ 이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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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딸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오늘을 먼저 말한다.

"믿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아빠는 세상에서 믿음을 가지고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어서 성공을 거두는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생전에 고 문익환목사님께서는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히11:1)'라는 성경구절을 가장 좋아했대."
"여기서 믿음을 현실화 시키는 것과 세상에서 말하는 믿음을 통한 성공의 차이가 무엇일까?"

부녀간의 대화치고는 매우 무겁다.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 딸은 이렇게 대답한다.

"아빠, 난 하나님 안에서 믿음은 그 바람이 이루어지는 것이 하나님께서 이루시지만, 세상 사람의 믿음은 자기 긍정에 있다고 봐,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선사한 믿음의 선물을 세상 사람들도 알고 적용한다는 것이 놀랍네."

응, 그렇구나. 이미 훌쩍 커버린 딸이 생각도 이렇게 컸다. 살아가는데 어려운 일이나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조금 더 나은 상황을 이기고 믿음을 갖고 사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라디오에서는 연금 이야기,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 뉴스가 나온다. 조금 더 나은 것을 꿈꾸는 자와 그것을 이루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아빠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은 목적으로 같이 만나 일하지만 그 일도 뜻처럼  되지 않는구나. 도움이 필요할 때, 다들 자기 일로 바쁘다고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하니. 일이 힘들다. 그들에게 실망도 되고…. 심지어는 너희 엄마까지도 자기 일로 바빠 내 말에 귀기울지 않는구나."

이제 본격적으로 나의 푸념을 늘어 놓는다.

"아빠 힘내세요, 내가 아빠 위해 기도할게요."

아마도 나에게 작은 위로가 필요했나 보다. 내 말에 귀를 기울여 들어 주는 사람이 필요했나 보다.

"그래, 너 말에 힘이 나는구나, 고맙다."

9월 30일 월요일 아침, 약간의 빗방울이 떨어지고 가을 바람이 계절의 빛깔을 더욱 물들인다.

"딸, 9월 마지막 날 잘보내고, 10월도 너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

맑고 서늘한 가을 바람이 부는 날, 지극히 평범했던 출근 길이 아주 귀중한 날로 바뀌는 날이다. 

파란 가을하늘 붉은 코스모스
▲ 가을빛 코스모스 파란 가을하늘 붉은 코스모스
ⓒ 이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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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가을, #출근길, #딸과의 대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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