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오종철이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개그맨 오종철이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세 가지와 소통을 하면 행복합니다. 자기 자신과의 소통, 자기가 하는 일과 소통, 세 번째는 남들과의 소통. 그런데 우리는 소통이라고 하면, 남들과 하는 소통만 생각해요. 그런데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고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남과 소통을 하겠습니까. 내 자신과의 소통과 내 일과 소통을 하면 나머지 세 번째 소통은 저절로 됩니다."

3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1996년 SBS 5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오종철(41). 대중들은 '개그맨 오종철'로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의 개그에 대한 추억이 별로 강렬하지 않은 터이다. 오종철 스스로도 말한 것처럼 그는 "1천여 명 중에 인기 없는 1명의 개그맨"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소통테이너'다. '소통테이너'라는 개인브랜드를 특허청에 등록했고, 그 브랜드를 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오종철 뿐이다.

"보통은 <개그콘서트>에 나와서 개그를 해야지만 개그맨으로 성공한 것으로 알지만 저는 '오종철의 개그', 제가 할 수 있는 개그를 만들고 거기에 '소통테이너'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개그맨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영역을 개척하고 싶었습니다."

자기계발 강사로 방향 전환, 토크콘서트로 입소문

현재 그는 연예인 출신 자기계발 강사로 인기를 얻어 연 100회가 넘는 전국 강연을 다니고 있다. 토크콘서트 진행, 기업과 방송 등에서의 강의뿐만 아니라 현재 강연 및 공연 전문 기획 그룹인 에이트스프링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최근에는 자기계발서적 <온리원>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의 이런 성공적인 강연자로서의 행보가 처음부터 수월하게 열렸던 것이 아니었다. 2011년 3월부터 EBS 라디오에서 유명한 저자, 작가, 성공한 기업가들이 출연하는 '직장인 자기 계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3년만에 하차 통보를 받았고, 이후 수입의 4분의 3이 날아가게 됐다. 그는 당장 한 집안의 가장으로 세 명의 자녀를 키우기가 막막했다고 한다.

 개그맨 오종철이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개그맨을 넘어서 국내 유일의 '소통테이너'가 된 오종철을 만나다. ⓒ 이정민


앞으로 무엇을 해서 먹고 살수있을까. 막막하던 차에, 자신이 EBS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유명 인사들을 많이 알고 있던 사실을 깨닫게 됐다. 또한 일찍부터 세계적인 강연 행사인 '테드(TED)'를 관심 있게 봤던 것을 떠올리며 강연 프로그램의 진행과 기획에 도전하기로 했다. 통장에 쌓아둔 돈도 없었던 그는 개그맨 15년차에 1900만 원의 대출을 받아서 강연 행사를 잡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단다.

"절박한 시점에서 광화문 드림스테이지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KT를 4개월 동안 찾아갔어요. 그 무대에 서고 싶다고. 그래서 두 번의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현재까지 2년 반 동안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주 목요일에 공연을 올리고 있습니다."

광화문 드림스테이지에서 열리는 강연과 공연이 함께 어우러진 오종철의 토크콘서트는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고 입소문이 나게 됐다. 이후 잡코리아로부터 연락을 받은 그는 '나꿈소(나의 꿈을 소리치다)'라는 콘서트를 기획해 12회 째 진행하고 있다. 또한 나눔콘서트인 '모나콘(모발나눔콘서트)', 팟캐스트 방송인 '꼴통쇼(꼴찌들의 통쾌한 승리)' 등의 기획과 진행을 맡고 있다.

 개그맨 오종철이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개그맨 오종철이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모발 나눔 콘서트 '모나콘'?..."평생 가발 만들 거예요"

인기 강사가 된 오종철은 대출 받은 1900만원을 갚은 것은 물론 고액연봉을 받는 강사이자 기업인이 되었다. 그는 나눔콘서트 '모나콘'도 열정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콘서트를 열고 그 수익금을 모아 소아암 환자를 위해 가발을 사서 기부하는 것이다.

"제가 처음부터 소아암 환자를 위한 가발을 기부하는 콘서트를 기획했던 것은 아니에요. 인디 뮤지션 요술당나귀 라마라는 친구가 환경에코가수인데 그 친구와 꿈 이야기를 하다가 가발 100개 만드는 게 꿈이라고 해서 들어보니 소아암 아이들을 위한 가발이었어요.

소아암 환자 중에 항암치료를 다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도 머리카락이 평생 나지 않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모든 치료가 끝나고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데 머리카락이 없어서 집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여자아이들의 경우는 더 정서적 쇼크가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의 일상을 찾아주기 위해서 가발이 의미가 있겠구나 싶어서 라마와 함께 '모나콘'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가발 하나를 사는데 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오종철과 라마는 토크콘서트를 기획하며, 오종철은 유명 강연자들을 섭외하고 라마는 실력 있는 뮤지션들을 섭외해 그렇게 '모나콘' 나눔 콘서트가 기획됐다. 1만 원을 내는 유료 콘서트이고 200석 전석이 꽉 찰 경우 200만 원이 모여 가발 한 개를 살 수 있다. 이후 그 가발이 누구에게 기부가 되었는지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오종철은 '모나콘'에 많은 도움을 주는 분들을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매달 100만 원씩 기부하는 삼성생명의 배양숙 상무, 대관료를 무료로 해주는 홍대 블루라이트홀, 여고생 자원봉사팀, 삼성디스플레이 봉사단, '우아한 형제들', 하이모 등이다.

"저는 평생 가발 만들 겁니다. 제가 하는 무대를 통해서 시스템을 만들어 두었다고 생각해요. 그 시스템이 시작됐으니 '모나콘'의 가발만들기는 계속 안정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면 될 것 같아요. 또 제가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는 것이 행복하고, 인디 밴드와 강연자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것도 행복합니다. 그리고 오신 분들도 1만 원을 내고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해요. 우리가 놀려고 만든 것인데 그 시스템으로 나눔도 하고 소아암 인식도 확대하고, 세상이 저절로 아름다워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 오종철은 '꿈동산 중계업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윗세대들이 부동산의 가치를 남겨줬는데 저는 앞으로 후세들에게 꿈의 가치를 더 전해주고 싶다"며 "한 사람의 꿈을 중계해주는 꿈동산 중계업자가 꿈"이라고 전했다.

 개그맨 오종철이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기 없는 개그맨이었던 오종철, 이제는 국내 유일의 소통테이너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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