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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부로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가장 '뜨거운' 내용은 뭘까요? 바로 "편집 원칙이 뭐죠?"라는 질문입니다. 창간 10여년 동안 시민기자와 편집기자 사이에서 오간 편집에 대한 원칙을 연재 '땀나는 편집'을 통해 시민기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 기사의 삽화는 조재철 시민기자님의 재능기부로 이뤄졌습니다. [편집자말]
<오마이뉴스> 편집기자의 하루는 일반 직장인들(오전 9시~오후 6시)에 비해 한 시간 먼저 시작합니다. 밤 늦게까지 업데이트해야 하는 인터넷 신문의 특성상 늦게 출근하는 편집기자도 있지만, 반대로 다소 이른 오전 8시에 사무실 문을 여는 편집기자도 있습니다.

오전 8시에 출근한 편집기자가 제일 먼저 하는 업무는 뭘까요? 바로 스포츠 및 국제 기사 그리고 시의성 있는 사회 기사를 우선 검토하는 일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전날 경기 결과를 전하는 스포츠 기사를 가장 먼저 확인합니다.

아시겠지만, 오마이뉴스 편집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들어온 시민기자 기사는 그날 검토하고 오후 8시 이후에 들어온 기사는 다음날 출근해 처리합니다. 그런데 시민기자들이 쓰는 스포츠 기사는 경기가 끝난 늦은 오후에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시의성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중요한 경기의 경우,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기사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오후 10시까지 근무하는 편집기자도 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편집부는 이미 나온 언론보도 내용을 복사, 붙이기 한 기사는 정식 기사로 처리하지 않습니다.
 편집부는 이미 나온 언론보도 내용을 복사, 붙이기 한 기사는 정식 기사로 처리하지 않습니다.
ⓒ 조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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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지라 포털에는 실시간으로 경기 결과가 뿌려지는 데 반해 <오마이뉴스> 지면에는 조금 나중에 기사화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경기 결과에 초점을 맞춘 내용보다는 데이터를 통한 분석 기사, 주장성 기사(홍명보호 전술에 대한 비판 등), 기획기사 등을 좀 더 '귀하게' 다룹니다. 애초 포털의 속보성을 따라잡을 수 없다면 <오마이뉴스>만의 차별화된 스포츠 기사를 보여주자는 거지요.

여기서 객관식 문제! 다음 중 편집기자들이 정식기사로 채택하지 않는 스포츠 기사는 뭘까요?

①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보고 기사를 작성한 경우.
② 지상파 중계방송 및 위성 생중계를 보고 기사를 작성한 경우.
③ 경기장에 가지도 않고, 중계방송도 시청하지 않은 채 언론 보도를 모아서 기사를 작성한 경우.
④ 외신 스포츠 기사의 경우, 출처를 밝히고 인용보도 하는 경우.

정답은? 다들 아시죠? ③번, ③번입니다. 직·간접적으로 경기를 보지 않고 작성한 기사는 정식기사로 채택하지 않습니다. '직접 취재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민기자가 모든 스포츠 현장에서 직접 취재할 수는 없죠. 편집부가 그걸 무리하게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그래서 편집부는 텔레비전 시청이나 인터넷을 통한 경기 중계 등 간접적인 취재도 허용합니다. 그러나 이미 나온 언론보도를 취합하는 것을 간접 취재의 범위로 보진 않습니다. 그것은 기사도용이며 짜깁기죠. 안타깝게도 이런 식으로 작성된 기사는 정식기사로 처리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 잘~ 써야지요. ^^ 중요한 건 포인트, 주제입니다! '누가 몇 대 몇으로 이겼다'를 제목으로, 그 앞에 [속보]라고 말머리 붙여서 전송하는 것보다는 그날 경기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선수를 주제로 글을 푼다든지, 그 팀이 이런 경기 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등 누가 봐도 그럴 듯한 '포인트'를 잡아 글을 쓰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스포츠 기사가 꼭 딱딱할 필요 있나요? '다시 만난 한일전, 우리 가족은 이렇게 봤다' 등의 사는이야기로 풀어도 좋습니다. '가격 파괴'만 능사가 아닙니다. 기사 내용 파괴, 기사 형식 파괴. 내가 읽고 싶은 스포츠 뉴스 기사, 오마이뉴스에서 한 번 도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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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땀나는 편집, #스포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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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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