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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 편집부로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가장 '뜨거운' 내용은 뭘까요? 바로 "편집 원칙이 뭐죠?"라는 질문입니다. 창간 10여년 동안 시민기자와 편집기자 사이에서 오간 편집에 대한 원칙을 연재 '땀나는 편집'을 통해 시민기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 기사의 삽화는 조재철 시민기자님의 재능기부로 이뤄졌습니다. [편집자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였다가 지금은 오마이뉴스의 편집기자가 된 D기자의 소싯적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가 시민기자때 보낸 생나무를 검토하던 편집기자 A. 사는이야기 형식이긴 했지만 다툼이 있는 뉴스를 다루었기에 반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A 기자가 D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D기자님, 이 기사는 이런저런 이유로 반론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
"아, 그건 제가 하기 좀 그런데… 그럼 그냥 생나무로 두세요."

이럴 때 편집기자는 잠시 '멘붕'에 빠집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내가 무슨 말을 잘못했나?'하는 자책모드부터 '반론만 받으면 좋은 기사가 되는데… 좀 더 설득해야겠다'는 집착 모드까지 온갖 생각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입니다. 좋은 기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시민기자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 시민기자와 편집기자 간의 '밀당(밀고 당기기)'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편집기자는 왜 기사의 수정·보완을 요청할까요?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가기 위함입니다. 이를 위해 전화통화는 필수죠.
 편집기자는 왜 기사의 수정·보완을 요청할까요?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가기 위함입니다. 이를 위해 전화통화는 필수죠.
ⓒ 조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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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F&Q에 따르면, '오마이뉴스 편집부는 시민기자에게 기사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특히 표현이 과하거나 한쪽의 입장만 반영됐을 때는 꼭 기사를 수정해야 합니다. 이는 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 과정인 동시에 명예훼손 등의 위험으로부터 시민기자를 보호하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편집부가 아니라 콜센터에 취직한 줄 알았어요"

편집기자는 왜 기사의 수정·보완을 요청할까요?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가기 위함입니다. 이를 위해 전화통화는 필수죠. 입사 후 "편집기자가 아니라 콜센터에 취직한 줄 알았다"는 한 편집기자의 과장 섞인 농담을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을 정도로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들은 전화를 많이 합니다.

왜냐고요? 기사의 가장 기본원칙인 육하 원칙(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가운데 빠진 내용이 있다면 이를 확인하고, 양쪽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한쪽 주장만을 담은 기사라면 반론 보강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기사쓰기 훈련이 되지 않은 시민기자들은 기사 작성이 서툰 탓에 충분히 알고 있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이를 글로 풀어내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그렇기에 때로는 편집기자가 전화로 내용을 확인하고 기사 내용을 보강합니다. 또 예민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기사는 보도 후에 있을 유·불리한 파장에 대해서도 시민기자에 미리 귀띔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편집기자가 시민기자들에게 전화를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간혹 이런 과정에서 작은 오해들이 생기기도 해서 마음 불편한 일도 적지 않습니다. 편집부가 갑이냐, 왜 그렇게 불친절하게 전화를 거냐, 취조하냐, 일개 편집기자 말고 데스크와 통화하겠다 등등 당장 생각나는 정도가 이 정도? ^^;

아시다시피 시민기자와 편집기자는 '기사'를 통해 처음 만납니다. 기사만 보고 판단이 잘 안 서면 편집기자는 전화를 합니다. 단언컨대, 이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오마이뉴스>만의 편집 시스템입니다. 그 글을 쓴 시민기자를 좀 더 알고자 하는 관심의 표현인 거죠. 그 관심을 몰라줄 땐 참 속상하답니다. 짝사랑의 아픔, 느낌 아시잖아요. 

다 좋은데, 편집기자가 기사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는 전화만 한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기사를 너무 뜸하게 쓰는 시민기자에게는 "기사 좀 쓰시라"고, 처음 기사를 쓴 시민기자들이나 처음 톱 기사를 쓰신 분들에겐 "기사 너무 잘 봤다"고 부러 친한 척하는 전화도 합니다.

콜센터처럼 파티션도 없는 공개된 자리에 앉아 얼굴도 모르는 분에게 친한 척 하기가 생각보다 좀 낯 간지럽기도 한데요. 그래도 맞장구 쳐주는 단 한 명의 시민기자를 위해 편집기자들은 오늘도 전화기를 든다는 사실~. 휴대폰에 <오마이뉴스> 대표번호 733-5505(혹은 376-8635)가 뜨면 긴장하지 마세요. 제 심장이 더 두근두근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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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2021년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2017년 그림책 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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