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제가 해온 선택에 후회나 아쉬움은 없지만 앞으로 선택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은 있어요.

"그간 제가 해온 선택에 후회나 아쉬움은 없지만 앞으로 선택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은 있어요. ⓒ 영화사 하늘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영화 <밤의 여왕>으로 난생 처음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장을 낸 김민정은 의외로 유쾌했다. 영화를 찍으며 느꼈던 밝은 에너지가 김민정에게도 긍정 기운으로 작용한 모양이다. 영화 이야기에 열을 올리며 김민정은 한창 자신이 맡은 희주 역을 설명하기에 바빴다.

물론 걱정은 있다. 김민정은 "아직까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는 어색한 게 사실"이라며 본인의 부족한 부분 역시 언급하기도 했다. 7살 때부터 연기에 입문해 수많은 역할을 소화했던 그녀에게도 여전히 연기는 새롭고 떨리는 그 무엇이었다.

운명인 줄 알았던 배우의 삶..."어릴 때부터 열정적"

최근 김민정은 심경의 변화를 겪었다. 인생의 팔할을 배우로, 연예인으로 살면서 스스로 생각해왔던 몇 가지에 대해 다른 자세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밤의 여왕>을 통해 만났지만 짧다면 짧았을 인터뷰를 통해 그녀가 생각하는 연기관과 인생관 역시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가끔 인식하고 떠올려요. 돌아보면 어린 나이에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죠. 제가 직접 말하기엔 좀 우습지만 부모님이 그렇게 극성스럽지도 않았고, 연기에 대해 주변에서 제게 그렇게 가르치려 하지도 않았는데 혼자 열정적이었어요(웃음).

지금도 기억에 나는 게 어릴 때 세트 촬영이 있으면 두 신 전에 먼저 세트에 들어가서 연습했어요. 그러다 함께 온 엄마에게 '몰입이 안 되니 들어오지 마세요'라고 하기도 했어요. 그러면 또 엄마는 저 멀리 가시곤 했죠. 제가 왜 그랬을까요?(웃음)

언제부터 연기에 대해 심각해졌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남다르게 했던 건 사실이에요. 왜 그런 느낌 있잖아요. 마치 운명인 것 같은 느낌? 스스로 선택받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연기를 했던 거 같아요."

오히려 다행이었을지 모른다. 고단하고 빡빡했을 연기자 생활은 자칫 어린 나이에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민정은 그것을 스스로 좋아하는 일로 바꿔 생각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긴 대기 시간도 어린 김민정에게는 마치 운명인듯 무던하게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김민정은 "이젠 전보다 자유로워진 마음"이라고 터놓았다. 다소 무겁고 진지하게만 느껴졌던 연기에 대해 조금은 초연해질 수 있었다는 말이다. 김민정은 "예전까지 운명이라고만 느꼈다면 이젠 스스로 선택하고 자유롭게 나아갈 마음을 갖게 됐다"며 향후 행보가 다소 달라질 수 있음을 언급했다.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은 <음란서생>, <버스 정류장>


영화 <밤의 여왕> 여주인공 희주 역을 맡은 김민정

▲ 영화 <밤의 여왕> 여주인공 희주 역을 맡은 김민정 ⓒ (주)영화사 아이비젼


그렇게 무던히 전진하며 소화했던 작품들을 얼추 들어도 약 40편 가까이 된다. TV와 영화, 단막극 등을 오가며 소화했던 작품 목록은 그것 자체로 김민정이 지나쳐 온 삶의 흔적이었다. 이중에 소중하지 않은 작품이 없겠지만 그래도 물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애정을 느끼고 터닝 포인트가 됐던 작품은 무엇인지 말이다. 김민정은 망설임 없이 두 작품을 꼽았다.

"터닝 포인트라면 <음란서생>인 거 같아요. 이 작품이 제겐 여러 의미를 주는데 솔직하게 말해 사람들이 절 여자로 보기 시작했던 작품 같아요. 그때 들었던 말 중 가장 좋았던 게 '벗지 않고도 섹시하다'라는 말이었어요. 여자 입장에선 최고의 칭찬 아닐까요? 내 자신에게도 그렇고 배우 생활에서도 전환점이 된 작품이죠.

또 하나 <버스 정류장>이 있어요. 제가 너무도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굉장히 애착이 가는 이유가 이 작품을 들어갈 때 주변에서 다 말렸거든요. 잘 안될 거라면서요. 그래도 전 너무 좋더라고요. 그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고, 감독님도 너무 좋았고요. 팬 분들이나 기자 분을 만날 때 이 작품을 좋아한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영화는 흥행 못했는데(웃음)."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진짜 느낌 가는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머리를 많이 안 쓰려 했죠. 특히 희주가 신혼집을 꾸리고 남편과 아기자기하게 지내는 부분은 일상의 내 모습을 보인 거예요."

"<밤의 여왕>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진짜 느낌 가는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머리를 많이 안 쓰려 했죠. 특히 희주가 신혼집을 꾸리고 남편과 아기자기하게 지내는 부분은 일상의 내 모습을 보인 거예요." ⓒ 영화사 하늘


깊은 감성 연기에서 코믹을 넘나들며 김민정은 스스로를 다지는 노하우를 나름 갖고 있었다. "결국 혼을 쓰는 게 배우의 일인데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며 김민정은 조심스럽게 자신이 갖고 있는 취미를 언급했다.

"이 일을 오래해서 든 생각일 수도 있지만 몸과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봐요. 제 입장에서는 산을 타거나 명상을 하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다른 분들은 또 그분들 나름의 방법이 있겠지만, 일을 해나갈 때 제게 명상이 큰 도움이 돼요. 죽을 때까지 자신을 다스리는 게 숙명인 거 같아요.

음악도 참 좋아해요. 제가 연기하는 사람이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시간을 내서 봐야하는 반면 음악은 조금 더 가까이에 있잖아요. 음악은 항상 틀어놓는 편이에요. 근데 요즘은 솔직히 명상 음악을 많이 듣긴 해요. 최근에 참 좋았던 음악이 기타리스트 박주원님의 음악이었어요. 그분 음악에 제가 노래도 불러보고 싶어요(웃음). 또 지금 생각나는 건 바우(BAU)라는 아티스트인데 그중에 'Cape Verdean Melancholy'라는 앨범을 좋아해요. 진짜 한번 들어보세요(웃음)."  

김민정 밤의 여왕 버스 정류장 천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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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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