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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안성의 한 카페에서 김수정 양을 만났다. 아직 수줍은 고3 소녀같은 그녀의 외모와 달리 자신의 삶을 디자인해가는 능력은 대단했다. 현재 중앙대 실내환경디자인과에 재학 중이다.
▲ 김수정 양 지난 3일, 안성의 한 카페에서 김수정 양을 만났다. 아직 수줍은 고3 소녀같은 그녀의 외모와 달리 자신의 삶을 디자인해가는 능력은 대단했다. 현재 중앙대 실내환경디자인과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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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여고생이 소위 명문대라는 중앙대에 진학했다는 이유만으로 김수정(20·중앙대 실내환경디자인과) 양을 만난 건 아니다. 지난해 말에 김양이 중앙대에 합격했을 때, 학교(안성 두원공업고등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분명히 '가문의 영광'이라 했다. 자신은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으로 설명하기에 뭔가가 있지 않았을까. 3일, 안성 시내의 한 카페에서 김양을 만난 이유다.

김양의 선전, 그 뒤에 있었던 것은?

김양이 중학교 3학년 말에 가족이 서울에서 안성으로 이사했다. 김양이 평소 가고 싶어했던 고등학교가 서울에 있다는 상황 말고는 집안 식구에게 모두 필요한 이사였다. 안성에서 서울로 통학할까를 고민하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이에 김양의 부모님은 안성에도 그런 학교가 있을 거라 믿고 부지런히 탐색한 결과, 안성 두원공업고등학교를 발견해 냈다. 인문계 고교를 가도 충분히 해 볼 만한 성적의 딸에게 공고를 추천한 게다. 그 이유? 바로 김양이 디자인과를 가고 싶어했고, 다행히 안성에도 그런 공고가 있었다.

"저의 부모님은 단지 해당 고교를 찾아내셨을 뿐 최종 결정은 제가 했습니다. 제가 그토록 원하던 디자인과가 있었으니까요. 지금도 부모님은 저에게 있어서 든든한 지원군이죠. 호호호호"

김양이 올해에 경험했다는 프리마켓 현장이다. 인터넷을 통해 거래해오던 사람들이 임의로 시간과 장소를 정해 임시 장을 만드는 프리마켓. 김양이 간 이곳은 이태원의 어느 계단이었다. 일명 계단장터라고 불리는 여기에서 김양은 자신의 작품을 팔아 24만원의 매상을 올렸다고 했다.
▲ 프리마켓 현장 김양이 올해에 경험했다는 프리마켓 현장이다. 인터넷을 통해 거래해오던 사람들이 임의로 시간과 장소를 정해 임시 장을 만드는 프리마켓. 김양이 간 이곳은 이태원의 어느 계단이었다. 일명 계단장터라고 불리는 여기에서 김양은 자신의 작품을 팔아 24만원의 매상을 올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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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김양의 고교 시절 내내 김양의 활동을 지원해준 부모님이었다. 여느 집처럼 공부에 대한 닦달하기보다 김양의 자유로운 활동에 대해 칭찬해주었다고 했다. 자유로운 활동? 그건 김양이 물건 재료를 사기 위해 동대문 시장을 가고, 공부보다 스티커와 메모지 제작에 열중해도 그저 흐뭇하게 지켜보는 일이었다.

대학에 간 지금도 김양이 직접 만들거나 리메이크한 물건을 보면서 "잘했다"와 "못했다"를 평가해주는 부모님이라고 했다. 김양의 자유로움과 창작의 근간이 어디서부터 나오는지 엿볼 수 있었다.

고교생활 어땠기에...

김양은 자신의 고교 시절을 한마디로 "재미있었다"고 표현했다. 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했고, 경험하고 싶은 것을 경험하고 살았으니까. 어릴 때부터 만들고 그리는 걸 좋아했던 김양은 공고에 진학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다양하게 경험하는 걸 아끼지 않았다.

우선 자신이 직접 도안한 캐릭터를 가지고 메모지와 스티커를 제작해 팔았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메모지와 스티커에 도안해서 인쇄업자에게 맡기면 하나의 상품이 나온다. 그걸 자신의 블로그 (http://kimsoul94.blog.me/)와 지인들을 통해 판매하는 일이었다.

서울 동대문 시장 등에 가서 저렴한 옷을 사곤 했다. 그 옷을 집으로 가져와 자신만의 캐릭터나 디자인을 가미해서 리메이크하는 일도 자주 했다. 덕분에 동대문 시장에서 주로 거래하는 단골가게도 생겼다. 자신만의 정보력과 노하우도 생겼다.

김양이 직접 도안해서 만든 메모지다. 김양이 도안해서 인쇄업자에게 맡겨 상품으로 만든 메모지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파는 형식이라고 했다.
▲ 김양의 메모지 김양이 직접 도안해서 만든 메모지다. 김양이 도안해서 인쇄업자에게 맡겨 상품으로 만든 메모지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파는 형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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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양이 직접 만든 캐릭터를 스티커로 제작해 블로그를 통해 판매했다고 했다. 이러한 일들을 고교시절 디자인과 친구와 함께 해냈다.
▲ 스티커 캐릭터 김수정양이 직접 만든 캐릭터를 스티커로 제작해 블로그를 통해 판매했다고 했다. 이러한 일들을 고교시절 디자인과 친구와 함께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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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가보고 싶은 각종 디자인 관련 박람회나 박물관을 친구들과 함께 다니곤 했다. 거기가 서울이든 어디든 마다치 않고 말이다. 그 시절 가본 어느 '리빙 박람회'에서의 강렬한 느낌이 지금의 '실내 환경디자인'과로 인도했으리라.

집에선 인터넷을 통해 관련 다큐멘터리를 애청하며 간접경험을 쌓았다고 했다. 또한 인터넷 블로그에 있는 다른 사람의 작품을 통해 비교 평가해보고, 디자인 감각도 익혔다. 고교 시절, 김양은 자신이 경험해보고 싶은 것은 보류하지 않았다고 했다. 패션디자인으로 유명한 외국 등이 아닌 자신의 일상에서 깨알 같은 경험을 놓치지 않았으니 더 대견해 보였다.

지금도 김양의 디자인 세계는 계속된다

김양의 재산목록 1호가 '개인수첩'이라 했다. 거기엔 경험해보고 싶은 항목, 실행할 계획, 디자인 아이디어, 구매해야 할 관련 재료 등이 적혀있었다. 김양은 생각나면 그때마다 꼭 메모해놓고 실행한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작가들이 가지던 훌륭한 습관"이라며 절로 칭찬이 나왔다.

대학을 다니는 요즘도 김양의 활동은 쉼이 없다. 카드홀더를 리메이크해 블로그 판매를 하고 있다. 팔찌의 재료를 사서, 김양 스타일의 팔찌를 만들어 팔고 있다. 친구랑 SNS를 통해 서로의 작품사진을 주고받으며 서로 피드백해주는 걸 게을리하지 않는다.

대학에 들어와서 경험했던 프리마켓의 경험도 소중했다. 프리마켓이라 하면 인터넷상의 사람들이 임의로 시간과 장소를 정해 오프라인에서 만나 상품을 사고파는 장터를 말한다. 김양이 가본 곳은 이태원의 계단장터였다. 계단에서 임시로 이뤄지는 장터라고 해서 계단 장터라고 했다.

김양이 직접 도안한 걸로 리메이크한 카드홀더다. 프리마켓 이태원 계단장터에서 내놓고 팔았다. 이 날 매상만 24만원이라고 했다.
▲ 카드홀더 김양이 직접 도안한 걸로 리메이크한 카드홀더다. 프리마켓 이태원 계단장터에서 내놓고 팔았다. 이 날 매상만 24만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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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이 직접 만든다는 팔찌다. 재료를 구입해 직접 만들어서 블로그와 지인을 통해 판다고 했다. 이 모든 건 자신의 용돈과 학비, 그리고 물건 구입에 재투자한다고 했다.
▲ 팔찌 김양이 직접 만든다는 팔찌다. 재료를 구입해 직접 만들어서 블로그와 지인을 통해 판다고 했다. 이 모든 건 자신의 용돈과 학비, 그리고 물건 구입에 재투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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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이 소중히 여긴다는 개인수첩이다. 여기엔 자신의 아이디어, 하고 싶은 계획, 경험하고 싶은 목록, 구매해야할 재료 등 자신의 디자인 세계를 메모한 것들이 가득했다. 김양은 생각나면 그때마다 메모해서 실천한다고 했다.
▲ 김양의 개인수첩 김양이 소중히 여긴다는 개인수첩이다. 여기엔 자신의 아이디어, 하고 싶은 계획, 경험하고 싶은 목록, 구매해야할 재료 등 자신의 디자인 세계를 메모한 것들이 가득했다. 김양은 생각나면 그때마다 메모해서 실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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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김양은 인터넷상에서 닉네임으로만 주고받던 사람들도 만났고, 초면의 사람도 만났다. 이날 매상만 24만 원 정도였다. 김양은 생전처음으로 자신의 작품으로 고소득을 올려보는 경험을 했다. 자신이 오프라인에서 판매를 더 잘하고 재미있어 한다는 것도 이날 알았다고 했다.

장차 핸드메이드 작가, 일러스트 작가, 실내 환경디자이너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는 김양의 꿈에 믿음이 가는 건 나만의 생각이 아닐 듯하다. 주변에서 김양의 캐릭터는 깔끔하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그 방면 블로그 세계에선 이미 '김크리('김크리스탈'의 줄임말)'로 유명한 김양이 앞으로 자신의 삶과 세상을 어떻게 디자인해 나갈 지 궁금해진다.


태그:#교육, #자율, #디자인, #김수정,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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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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