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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km! 14~16일 3일간 금강답사를 진행한 거리이다. 걷지 않고 자전거로 진행한 답사이기에 가능한 거리였다. '금강을 지키는 사람들'의 참여자들이 4월부터 답사를 한번 해보자고 제안하고 뒤늦게 실행에 옮긴 답사였다.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소수정예 인원으로 구성하여 시작하게 된 이번 답사는 첫날부터 난관에 부딪쳐야만 했다. 악천후 속에 전북 군산에서 첫 출발을 하게 된 답사단은 추위와 싸우며 45km 이상을 자전거로 이동했다. 다행이 둘째 날과 셋째 날은 맑은 날씨로 답사단에게 난관을 하나 제거해주었다.

첫날은 악천후 때문인지 자전거도로를 타면서 만난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둘째 날은 약 35명에 그쳤다. 셋째 날에도 대전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30여 명의 이용객을 확인한 것이 전부였다. 금강과는 다르게 갑천으로 접어들자 일일이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고 있었다. 도시를 끼고 형성된 하천과, 도시가 거의 없는 금강과의 차이를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자전거를 위한 시설이지만 거의 이용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 잡초만 무성한 자전거 거치대 자전거를 위한 시설이지만 거의 이용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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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주변에는 대전을 제외하고 부여, 공주, 청주, 논산 등의 도시가 형성되었지만, 많은 인구가 모인 대전의 도시하천과 소규모 도시 주변의 금강과는 눈으로도 이용현황의 현격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가공간이 부족한 도시에서는 하천이 일정하게 이런 기능을 담당하면서, 많은 시민들이 하천에서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4대강 모든 것들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자전거도로만큼은 잘한 일'이라는 사람들의 말을 그동안은 믿었다. 하지만 실제 3일간의 답사를 마친 지금 이 말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금강에 굳이 자전거도로를 만들어야 했던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갑천에서 환경연합 회원과 함께
▲ 금강현장 답사 마지막날 갑천에서 환경연합 회원과 함께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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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답사에서 느낀 것은 보이지 않는 새들의 존재였다. 금강의 대표적인 종인 큰고니(천연기념물 201호)는 지금쯤 금강에 도착해서 겨울 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큰고니가 찾아오는 웅포대교 하류의 하중도에서 큰고니를 만날 수는 없었다. 백조라고 알려진 큰고니는 전 세계에서도 멸종위기에 처한 종으로 금강에는 약 150~200여 마리 내외가 월동한다. 세계적으로 귀한 종이기에 금강에 찾아오는 큰고니는 더없이 소중한 존재이다.

웅포대교 아래 하중도에 매년 찾아왔던 큰고니을 찾을 수 없었다.
▲ 큰고니가 찾아오는 웅포대교 하중도 웅포대교 아래 하중도에 매년 찾아왔던 큰고니을 찾을 수 없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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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의 장남평야(연기군)를 찾아왔던 5000마리의 쇠기러기와 큰기러기(멸종위기종 2급)무리도 아직 만날 수 없었다. 큰기러기는 2012년 겨울 500여 마리를 확인했다. 4대강 사업 전에 비해 1/10 수준으로 준 것이다. 올해도 아직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기에 찾아오지 않을까 불안했다.

매년 장남평야에 약 5,000마리의 기러기떼가 찾아왔었다.
▲ 장남평야를 찾았던 기러기떼 매년 장남평야에 약 5,000마리의 기러기떼가 찾아왔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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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필자가 처음 새를 보기 시작했던 1996년부터 꾸준히 금강을 찾을 때마다 반겨주었던 황오리를 찾을 수 없는 아쉬움이 가장 컸다. 금강을 중심으로 이남에서는 거의 관찰되지 않는 황오리는 매년 금강에 200~500마리 내외가 찾아 월동했다. 장남평야를 중심으로 매년 200~250마리 정도가 찾아왔고, 부여와 강경의 들에 250~300마리 정도가 꾸준히 찾아왔지만 그 모습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아직 이른 늦가을이라 관찰이 어려울 수 있지만, 작년에 합강리와 강경에서 황오리를 보지 못한 기억을 더듬는다면 올해도 불안한 전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생명들은 자전거도로나 금강정비사업으로 피해를 보고 있었다. 본래 초지로 사람 접근이 거의 없던 합강리에 자전거도로가 생기면서, 터전을 빼앗긴 고라니는 연신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편안한 휴식처가 사람을 경계하면서 긴장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곳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고라니가 자전거도로에 사람들과 자전거가 오는지 경계하고 있다.
▲ 자전거도로 옆에서 주변을 경계중인 고라니 고라니가 자전거도로에 사람들과 자전거가 오는지 경계하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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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금강정비사업 이후 새들은 갈 곳을 잃어가고 있다. 낮은 물의 하천과 넓은 농경지를 토대로 살아가는 겨울철 수금류들에게 수심이 깊어진 금강은 그야말로 죽음의 하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누구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고 있다. 새들의 생명이 사라진다면 금강에서는 결국 사람도 사라지게 될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전거를 타며 새들을 만나고 지역 주민과 만나지 못한다면, 금강자전거길은 반쪽짜리다. 주민이 가꾸고, 새들과 생명이 넘치는 금강이 될 수 있는 조치들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본다.


태그:#금강자전거도로, #금강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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