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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고추, 생강, 젓갈....
홀로 서면 맵고, 짜고, 군내에 비리기까지
어디 사람의 입맛에 맞을까
찬바람이 문틈으로 새어드는 입동이 시작되면
서로서로 어우르고 버물어
면면이 이어온 맛과 빛을 입히고
한 민족의 얼 소(속 양념)를 채워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부터
허리 휘도록 이어온 김치를 담근다
 - 김장, 그 이상의 상념의 부분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간 하기 전 토종배추/멸치. 디포리, 표고버섯, 황태머리,다시마를 넣고 끓인 육수/속양념-무채, 갓, 고구마채,청각, 쪽파,미나리/육수, 찹살풀,생젓, 생새우, 새우젓과 마른 고추를 넣고 간고추,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양념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간 하기 전 토종배추/멸치. 디포리, 표고버섯, 황태머리,다시마를 넣고 끓인 육수/속양념-무채, 갓, 고구마채,청각, 쪽파,미나리/육수, 찹살풀,생젓, 생새우, 새우젓과 마른 고추를 넣고 간고추,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양념
ⓒ 염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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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이 비가 그치면 기온이 뚝 떨어져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다는 기상청의 보도다. 그래서일까 이번 주엔 위의 자작시의 일부처럼 면면이 이어온 우리의 문화 김장을 담그겠다는 주부들이 많다. 더구나 올해는 배추를 비롯한 김장 재료 가격이 하락하면서 직접 김장을 하겠다는 주부가 많다는 소식이다.

대한민국 주부들 다 공감하는 일이겠지만 겨우내 먹을 김장 앞에선 왠지 돌덩이 같은 중압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하기야 쉰이 넘은 나이로 해마다 치르는 김장이지만 김장철이 되면 일주일 전부터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어쩌랴. 요즘은 사다 먹는 김치도 맛과 품질 면에서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지만 귀신같이 산 김치인 줄 알고 젓가락 가는 횟수를 줄이는 남편의 까다로운 입맛도 입맛이지만 남의 손이 간 김치는 못 미더워 결국 내 손으로 직접 담가야 직성이 풀리는 내 성격도 문제는 문제다. 더구나 우리 남편, 재료 고르는 것부터 열과 성을 다한 솜씨 좋은 어머님의 손맛으로 길들여진 사람이라 웬만한 김치는 그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난 짜지 않으면서도 전라도 본연의 깊은 맛이 깃든 김치담그기에 주력해 왔다. 때론 대는 싱겁고 잎이 짠 김치가 되기도 하고, 절임배추를 사다 했더니 중국산 소금으로 간을 했는지 모르지만 대쪽 부분이 물러져 묵은김치로는 먹을 수 없어 버려야 했던 아픔까지... 몇 번의 실패 끝에 얻은 결론은 재료 구입부터 간하기 양념하기 어느 순서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이렇게 나름대로 체득하며 얻은 비법으로 담근 김치는 주변으로부터 김치가 짜지 않으면서도 맛있다는 호평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지면을 통해 특별한 방법으로 배추 절이기와 육수로 맛을 내는 짜지 않는 김치 담그기를 소개하고자 하는데 김장을 담그려고 계획하고 있는 주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대개 김장김치는 젓갈과 양념류의 선택에 따라 각 지방마다 맛이 다르다. 김치는 발효식품으로서 각종 유기산과 비타민, 무기질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신선한 맛과 젖산 발효에 의한 상쾌한 맛, 각종 향신료에 의한 독특한 맛, 젓갈류에 의한 감칠 맛 등을 낸다. 하지만 김치냉장고가 생기고부터 오래 보관하기 위해 짜게 담았던 김장 김치가 아닌 삼삼하면서도 아삭한 맛이 강조되는 김치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렇듯 현대인이 선호하는 짜지 않으면서 아삭한 질감이 느껴지는 김장을 담기 위해선 재료 구입부터 남달라야 한다. 먼저 발품을 들여 재래시장을 이용하거나 지인들이 직접 농사를 짓는 조선 배추를 산다면 이미 맛있는 김치 만들기에 50%정도 충족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토종 배추는 길이가 짤막한 것이 특징인데 대까지 달 뿐 아니라 씹히는 맛도 우수하다. 우선 배추가 달고 맛있다는 점을 들고 싶고 무르지 않고 단단해 아삭한 맛이 나기 때문인데 다행히 난 아파트 앞에 있는 식품점 아저씨가 직접 밭에서 기른 토종배추를 사 담갔다.

왼쪽 맨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갓김치와 무김치/완성된 배추김치/동치미
 왼쪽 맨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갓김치와 무김치/완성된 배추김치/동치미
ⓒ 염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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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중요한 것은 배추절임이다. 대부분 겨울 김장 배추는 다른 때와 달리 소금 간을 직접하지 않고 물간을 한 뒤 배추 사이사이에 소금을 뿌려 간한 뒤 위와 아래만 바뀌어 주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렇게 간을 하다보면 잎은 짜고 대는 뻣뻣하고 심심하다. 그래서 물에다 소금을 탄 간간한 물간에 배추를 담근 뒤 잎엔 소금을 전혀 하지 않고 대쪽 부분에만 사이사이에 소금을 뿌려 준다. 그리고 잎쪽 간이 되었다 할 때 배추에서 나온 간 물을 삼분의 이 정도를 버리고 배추 대를 아래로 가게 가지런히 세워 놓는다. 배추를 절일 때 중간에 물을 빼지 않고 두면 쓴 맛이 날 뿐 아니라 대와 잎 부분이 너무 짜진다. 4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 대를 구부려 보아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간이 베었을 때 건져서 두세 번 헹궈 물을 뺀다.

배추가 간이 되는 동안 조미료 대신 이용하는 육수와 찹쌀풀을 준비해둔다. 작은 배추 30포기 정도의 경우 큰 들통의 3분의 2정도의 물에 디포리(멸치 종류), 표고버섯, 황태머리, 마른 새우, 다시마를 적당히 넣고 팔팔 끓이다 낮은 불로 은근하게 끓여 육수를 우려 놓는다. 또 한 시간 정도 불린 찹쌀 1kg정도로 걸죽하게 풀을 쑤어 식혀 놓는다. 이 두 가지가 젓갈, 새우젓갈 등의 짠 맛을 융화시키는 역할과 김치의 감칠맛을 더해주는 것 같다.

특히 전라도의 경우 양념을 할 때 고춧가루만 사용하지 않고 갈은 고추(2근)도 함께 사용하는데 이 때 배추 30포기의 경우 새우젓, 생멸치젓(두 국자), 내린 젓국(큰 국자로 2국자). 마늘(3주먹 정도), 생강(큰 것 5개), 생새우(2키로그램), 배(3개), 양파(3개) 등을 첨가하여 갈아 고춧가루와 섞은 뒤 육수, 찹쌀풀, 매실액기스(5국자)를 넣어 양념소스를 만들어 개어놓는다.

이때 레시피의 양도 중요하지만 집집마다 젓갈의 짠 정도, 매실의 당도 등이 다르므로 맛을 보며 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개 이런 점을 생각하지 않고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하는데 입이 가장 간이나 맛을 내는 요리사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배추 사이사이 들어갈 속 양념으로 무채, 미나리, 호박고구마채(밤으로 대체해도 됨), 쪽파, 양파, 청각을 준비한다, 무채는 약간 소금 간 하여 씻어 건져 물기를 빼고 나머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앞에 언급한 양념 소스로 버무려 놓은 다음 배추 사이사이에 속을 넣으며 버무리면 된다. 그러나 조금은 번거롭지만 친정어머니에게서 배운 방법처럼 먼저 소스양념을 배추에 버무린 다음 속 양념을 배추 사이사이에 넣는 방법으로 김치를 담근다. 이 방법은 손이 두 번 가 시간도 많이 들고 힘은 들지만 양념이 고루 배어 맛이 깊다는 장점이 있다. 짜지 않으면서도 감칠맛 나는 촉촉한 김치를 담고 싶다면 이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속 양념으로 남은 돌산 갓은 소스에 젓국을 조금 더 넣고 버무린 뒤 그 아래 소금으로 약간만 절여 씻어 건져 물기를 빼고 양념소스로 버무려 바닥에 놓고 그 위에 갓김치를 얹어 보관하면 약간 보라색 물이 든 무김치가 된다. 갓 대신 위에 배추 김치를 얹어 보관해도 되는데 깍두기와는 또 다른 시원한 맛이 난다.

내친 김에 3주 전에 담근 동치미 담는 법도 곁들여 전한다. 동치미 무를 2단을 사 와 속 잎 몇 가닥을 남긴 뒤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뺀다. 그리고 소금 두 주먹을 넣어 항아리에 넣어 고르게 간을 한다. 하루가 지나면 위와 아래 것을 바꿔 고르게 간이 배도록 한 뒤 삼일이 되는 날 백운산 줄기에 있는 사또 약수를 떠와 붓는다. 약수가 아니라면 소금 조금 넣고 물을 끓여 식혀 부으면 된다. 그리고 마늘, 생강, 파뿌리, 찰밥, 청각을 멸치 우리는 봉지에 넣어 깊숙이 넣고 배 2개 4등분(껍질 까지 않고 씨부분 도려냄) 한 것과 홍고추, 청고추, 대추를 동동 띄우고 간을 본다. 국물 간이 싱거워도 안 되고 짜도 안 되므로 약간 간간하게 느껴진다 할 정도로 하면 익으면서 적당해진다. 일주일 쯤 되면 국물은 먹을 수 있을 만큼 익어 가는데 이 때 반 정도는 김치통에 담아 김치냉장고로 넣고 나머진 먹으면 점차 무까지 익어가 시원한 동치미가 된다.

겨우내 먹을 김장을 다 해서인지 맘과 몸이 홀가분하다. 눈이 내리는 날 살얼음 언 동치미 국물을 넣어 먹는 냉면을 생각하니 벌써 군침이 돈다.

덧붙이는 글 | 순천투데이에도 중북게재



태그:#김장김치 담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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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두 자녀를 둔 주부로 지방 신문 객원기자로 활동하다 남편 퇴임 후 땅끝 해남으로 귀촌해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교육, 의료, 맛집 탐방' 여행기사를 쓰고 있었는데월간 '시' 로 등단이후 첫 시집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를 내고 대밭 바람 소리와 그 속에 둥지를 둔 새 소리를 들으며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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