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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부로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가장 '뜨거운' 내용은 뭘까요? 바로 "편집 원칙이 뭐죠?"라는 질문입니다. 창간 10여년 동안 시민기자와 편집기자 사이에서 오간 편집에 대한 원칙을 연재 '땀나는 편집'을 통해 시민기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인권보도준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처음 들어 보시나요? 이런 말하기 좀 낯 뜨겁지만 사실 저도 인권보도준칙이 뭔지, 찾아봐야 했습니다. 인권보도준칙은 지난 2011년 9월 국가인권위원회와 기자협회가 '일상적 보도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아울러 '다름'과 '차이'가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하며 제정, 권고한 사항입니다(자세한 내용은 인권보도준칙 전문을 참고해주세요). 시민기자가 쓰는 기사라고 다를 리 없습니다.

전문 내용을 찬찬히 살펴 보니, 뜨끔한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최근 처리했던 기사 제목이 필름처럼 스쳐지나갑니다. 그리고 최근 있었던 다음의 사례도요.

"제목이 '편부모라고 전전긍긍하지 마세요'? 편부모의 편, 자는 치우칠 편(偏)자를 쓴다고, 한부모라고 쓴 지 좀 되지 않았나? 고쳐줘."
"처녀작, 이 표현 말인데…. 이건 좀 문제 있는 표현, 알잖아? 다른 말로 바꿔 써야 할 것 같은데… '첫 작품' 뭐 이런 걸로 바꿔줘."

'편집기자'라고 하면 "아, 오탈자 잡는 그런 일 하는 거야?"라는 소리를 어렵지 않게 듣는데요. 그런 일뿐만 아니라, 적절한 표현과 그렇지 않은 표현 등도 '매의 눈'으로 걸러내야 합니다. 이를테면 '눈먼 돈', '절름발이', '눈 뜬 장님', '꿀 먹은 벙어리' 같은 말은 장애를 비하하는 것으로 쓰지 않아야 할 표현입니다. 노숙자도 '노숙인'으로 순화해서 쓰자고 합니다. 모르셨죠?

무심코 쓴 '처녀작', 순화해서 써야하는 이유

성소수자를 '동성애자'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주민 성소수자 인권 보호 준칙'을 어긴 사례라고 하네요. 더, 주의하고 신경쓰겠습니다.
 성소수자를 '동성애자'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주민 성소수자 인권 보호 준칙'을 어긴 사례라고 하네요. 더, 주의하고 신경쓰겠습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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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주영 기자가 지난달 관련 내용을 기사화했는데요. 기사 '사회지도층·내연녀' 표현은 인권침해... 왜?에 따르면, 미등록 외국인을 '불법 체류자'라고 지칭하거나 성소수자를 '동성애자'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주민 성소수자 인권 보호 준칙'을 어긴 사례라고 하네요.

여기서 돌발 퀴즈 하나, 다음 중 순화해서 써야 할 말이 들어있는 문장이 아닌 것은?

① 최근 다판다백화점에서는 연말을 맞아, 최고급 SUV 신차 잘달려를 경품으로 내걸고 소비자 맞이에 나섰다.
② 고인의 미망인은 어렵게 생활하는 이웃들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③ 그 작가의 처녀작은 정말, 압권이었지.
④ 엄마, 내 살색 스타킹 어디있어?

정답은 ①번. ①은 '사은품→경품'으로, '고객→소비자'로 쓸 것을 권장하고 있으니, 맞는 표현입니다. ② '미망인'은 '남편과 함께 죽어야 할 것을, 아직 죽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란 뜻으로 대표적인 가부장적인 표현이죠. 유족이나 고인의 아내 등으로 순화해 써야 합니다. ③ '처녀작'은 처음으로 지었거나 발표한 작품을 이르는 말인데 성차별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첫 작품' 등으로 역시 순화해서 써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④ '살색'은 인종차별을 내포한 표현으로 '살구색'으로 순화해 써야 한다는 사실, 이건 이미 아시죠? 7살짜리 우리 딸아이도 '살구색' 크레파스 달라고 합니다.

위에서 열거한 표현들은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말들, 조금만 생각하면 달리 쓸 수 있습니다.


인권보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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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2021년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2017년 그림책 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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