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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부로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가장 '뜨거운' 내용은 뭘까요? 바로 "편집 원칙이 뭐죠?"라는 질문입니다. 창간 10여년 동안 시민기자와 편집기자 사이에서 오간 편집에 대한 원칙을 연재 '땀나는 편집'을 통해 시민기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얼마 전, 미혼모 가정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만들어진 한 협동조합에 대한 기사가 들어왔습니다. 대표 인터뷰였는데요. 의미 있는 내용이라 잘 편집하고 싶은 욕심이 '불끈' 솟았죠. 그런데 이런, 기사에 인터뷰 날짜가 없네요. 이럴 때 필요한 건? 그동안 땀나는 편집을 꼼꼼히 읽었다면 잘 아실 텐데…. 맞습니다. 전화를 걸어 물었습니다.

"기자님, 기사 잘 봤는데요. 인터뷰 하신 날짜가 없어요."
"아 그거, 9월엔가 인터뷰한 건데요."
"(헐…) 왜 이렇게 늦게 쓰셨어요. 내용은 참 좋은데…. 보강 취재를 더 하시면 모를까, 지금 이 기사를 처리하는 좀 어려울 것 같네요. 3개월 동안 내용이 바뀐 것도 있을 것 같고…. 아, 그리고 지금 보니, 동영상도 전부 반팔 차림이에요. 지금은 겨울인데…. 아무래도 어렵겠어요. 다음에는 취재한 시점에 바로 올려주시면 좋겠어요. 흑흑."

이럴 때, 편집기자는 웁니다. 참 좋은 내용인데, 시의성을 제때 맞추지 않아 '킬'해야 하는 경우지요. 취재한 시민기자 입장에서도 허탈한 심정일 겁니다. 전화 통화를 해보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시의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데요. 기사에서 시의성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가령, 오전에 속보로 '다팔린백화점 붕괴'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모든 매체에서 현장 기사가 쏟아집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붕괴 소식을 전하는 기사를 쓴다면? "이게 뭔 뉴스냐"라는 말이 대번에 나올 겁니다.

네이버에서 '시의성'을 검색해 보니, 매스컴대사전에도 이렇게 나와 있네요.

때의 사정에 맞거나 시기에 적합한 성질. 언론에서는 뉴스 가치의 결정 요소의 하나로 어떤 사건에 대한 뉴스가 새롭고 시기적으로 뒤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시의성은 뉴스의 여러가지 결정요소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뉴스의 생명이다. 이러한 시의성은 속보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만약 뉴스의 보도가 지연되어 그 시의성을 잃게 되면 그것은 곧 뉴스로서의 가치를 잃게 된다.

일년 전 인터뷰 기사, 왜 생나무냐고요?

취재하고 나서 이렇게 기사가 빨리 써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현장기사의 생명은 '시의성' 잊지 마세요.
 취재하고 나서 이렇게 기사가 빨리 써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현장기사의 생명은 '시의성' 잊지 마세요.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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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일은 아니지만, 연초에 인터뷰 한 기사를 여름이나 가을에 올리는 시민기자도 있습니다.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경험상 100% 생나무 처리됩니다. 생나무 기사가 잉걸로 채택되는 기준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지금 시점에서 의미가 있나, 없나'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럼 취재한 지 좀 지난 기사는 다 생나무 처리되는 거냐?"고 물으시면, 그건 아닙니다. 취재한 지는 좀 오래됐지만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면, 이 기사가 어떤 점에서 지금도 유의미한 것인지 설명을 붙이고, 또 취재한 이후에 달라졌을 것 같은 내용을 취재원에게 다시 확인해 달라고 보강한 뒤 정식기사로 처리합니다.

사실 직업이 있는 시민기자가 취재하기도 힘든데, 그걸 즉각적으로 기사로 쓰라는 게 말이 쉽지 어려운 일이라는 거, 잘 압니다. 저 역시 편집기자지만, 가끔씩 기사도 쓰는데요. 업무 외적인 일이라 업무시간에 쓰기는 좀 그렇고… 해서 주로 퇴근 후에 짬짬히 기사를 쓰려고 하는데, 몸도 피곤하고, 살짝 귀찮기도 한 게 사실이죠. 여튼 그런저런 이유로 저도 1년에 한두 건 쓰기도 어렵더라구요. 시민기자 역시 저와 크게 다르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일단 쓰고 나면 남들이 알아주진 않아도 괜히 뿌듯하고… 그 맛에 기사 쓰는 거 맞죠? ^^ 

다시 강조하지만, 현장 기사는 시의성이 생명입니다. 냉정하고 차갑게 들리겠지만, 그때를 놓치면 의미가 없어지는 게 뉴스죠. 취재한 시점에서 바로 기사를 쓴다는 원칙 하나는 꼭 기억해주세요. 근데 뭐 인생이 계획대로 되나요? 어쩌다 보니, 시의성이 지나버렸다면?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한다, 버린 것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쓰다 보니 이별 공식같은 이유가 드는 건 왜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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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2021년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2017년 그림책 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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