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스산한 바람이 겨울을 재촉하는 12월 어느 날, 자그마한 체구에 안경너머로 항상 미소를 머금은 듯한 눈매가 매력적인 남자, 김중희 선생님(경남 진주중앙고 교사)을 만났다. 포크송이 흘러나오는 목로주점 분위기의 경남 진주시 하대동 한 막걸리집이다.

특유의 친화력과 부드러움으로 교사들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학생들과도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동료이자 선생님으로, 아는 이들은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것을 주저 하지 않는다. 최근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로 마음고생이 심한 그를 만나 보았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성공이 아니라, 함께 살면서 행복한 자신을 만들어 가는 길이 성공이다."
"법외노조 위기 벗어난 전교조 이제부터 시작이다. 새로운 교육의 희망을 보여주고 함께 갈 교육의 길을 제시해야…"

자그마한 체구에 안경너머에 항상 미소를 머금은 듯한 눈매가 매력적인 남자, 김중희 선생님(경남 진주중앙고 교사)
 자그마한 체구에 안경너머에 항상 미소를 머금은 듯한 눈매가 매력적인 남자, 김중희 선생님(경남 진주중앙고 교사)
ⓒ 진주같이

관련사진보기


- 선생님 고향이 이쪽이 아니라면서요?
"고향은 경북 성주예요, 사범대를 졸업하고 첫 발령을 받을 때 경남을 지원했죠. 처음 간 학교가 합천의 삼가고등학교였어요.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은 진주에 살죠."

- 어떻게 사범대를 가시고 교직을 길을 가시게 되셨지요?
"교사의 꿈 그런 것은 없었어요. 아버님이 교직에 계셨는데 사표 쓰시고 사업에 뛰어 드셨다가 완전 실패 하셨어요. 당시 돈 걱정 없이 대학 갈 수 있는 곳이 국립사범대였고 경북대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도 굉장히 훌륭한 선생님이셨고 저도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 교사는 단순한 직업이라고 보기 힘들지 않을까요?
"저도 가르침을 주는 일은 단순한 직업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교사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순수함이 있어야 됩니다. 뛰어난 능력보다도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품성이 있어야 하죠. 또 교사로서 역할을 위해 많은 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교육이라는 것이 아이들을 읽을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니까요."

- 전교조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거죠?
"전 대학때에도 학생운동과도 전혀 관계가 없었고 처음부터 전교조에 참여한 것도 아니었어요. 89년 동료들이 교단에서 내몰리고 해직되는 것을 보며 많이 분노했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해직교사 원상복귀 서명운동을 주도 했는데 91년 진주남중에 있을 때 전교조 사무실을 처음 찾았습니다. 탄압이 거세지니 오히려 저항도 컸어요. 활동을 시작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가리질 않고 최선을 다 했었습니다."

- 전교조가 권력으로부터 탄압 받고 공격 받으며 국민들에게 '빨갱이'라는 이미지로 호도된 측면이 있지만 처음의 참교육에 대한 정신 자체를 잃었다는 비판이 있는데?
"합법화와 함께 조합원이 대거 늘면서 노조로서 단체교섭이나 정치투쟁이 우선시 되는 모습을 이해는 할 수 있지만 교육 문제에 집중했어야 했어요. 교육감 직선제로 선거에 과몰입된 현실도 있었구요. 실제 교육을 바꾸고 학교를 바꾸는 문제가 뒤로 밀려 버린 것이 전교조를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어요. 반성할 부분은 반성을 하고 지금부터라도 전교조가 처음 깃발을 들었던 그 참교육이라는 슬로건에 맞는 교육개혁과 학교현장을 조금씩 바꾸어 내는 실천을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 전교조 법외노조 싸움이 왜 일어났다고 보시는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 하십니까?
"해직자는 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시행령을 가지고 오직 전교조만 문제를 제기해 법외노조로 만들려는 어처구니 없는 짓은 전교조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현 정부의 확실한 의사 표현이라고 봐야죠. 그런데 사실 그에 대한 대응에 내부적으로 고민이 없지 않았어요. 문제가 된 해직교사 9명을 그냥 형식적으로 내보내고 어떤 방식으로든 전교조에서 책임지면서 조직을 지키자는 의견도 있었어요.

정부의 의도된 싸움판에 장단을 맞추는 것이 호도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고 싸움에 임하는 전교조 내부적인 역량의 문제도 있다는 거죠. 그러나 전체 조합원의 선택은 분명했습니다. 이 땅의 교육을 위해, 전교조를 위해 헌신해 온 9명의 해직교사를 잃는다는 것은 곧 우리 자신과 전교조를 부정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현 정부의 전교조 무력화시도를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법원의 판결도 있고 시민단체나 국제사회의 압력등으로 지금은 한 고비를 넘기고 있지만 단순히 법외노조의 문제가 아니라 이번을 계기로 전교조가 국민들에게 우리 교육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참교육의 열망이 가득한 선생님들의 실천하는 조직으로 신뢰를 얻어가야 합니다."

- 야학도 하시고 다른 활동도 많이 하신다고?
"야학은 2008년부터 여성장애인단체에서 검정고시반을 개설하는데 선생님을 구하지 못하고 있길래 제가 학교 선생님들하고 함께 시작했었죠. 그리고 2010년에 전교조 사업의 하나로 교육네트워크라는 모임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전교조와 별개로 '교육사랑방'이란 이름으로 진주에서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직업과 계층에 관계없이 모여서 토론하고 의논하는 소모임을 하고 있어요. 매월 2회 꾸준히 만나고 있습니다."

- 대학입시 위주의 현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과 교육 개혁에 대한 주장이 많습니다.
"지금의 과도한 입시교육으로는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가 없는 것이 맞습니다. 학벌이 존재하고 학력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가치기준으로 인정되는 현실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듯이 교육제도 역시 단시간에 해결을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대학을 줄이고 서열을 파괴하고 기술 전문직이 우대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겠죠. 당장은 현재 입시의 평가 방식을 개혁적으로 바꾸는 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무조건 점수따기식의 현재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봐요. 물론 대학에 꼭 가야한다는 인식이 점차 변할 수 있는 우리사회의 제도적 변화도 필요합니다."

- 한 가정의 남편으로 아버지로서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아내도 교사였죠. 오래전 여러 가지 이유로 사표를 냈어요. 당시 해직교사가 주위에 너무 많아 미안하기도 했고 아내가 또 음악교사보다는 연주를 좋아하기도 했고 애들이 연년생이다보니 계속된 휴직도 부담이 되고 했죠. 진주시향 창립 멤버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소나무팝스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공연을 많이 한답니다. 아내가 예술가라서 그런지 정말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얘기하거나 크게 나무란 적이 없어요. 오히려 제가 가끔 고리타분하게 잔소리를 하는 편이죠. 

저희 집 가훈이 '자주독립'이예요. 웃기죠. 하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거죠. 당연히 그것엔 남녀의 차별도 있을 수 없어요. 가정이란 공간도 함께 만들어가고 서로 존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퇴임 후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지?
"교사라는 직업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마음대로 못해 억울할 때가 많았어요. 일단 좀 자유로워지면 좋을 것 같아요. 마음껏 얘기도 하고 글도 쓰고 '진주같이' 활동도 열심히 해야겠죠. 제가 술을 참 좋아해요. 어쩌면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하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생각중인데 회원제 술집을 하나 만들어 얘기도 하고 시낭송, 연극, 노래등을 하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건 어떨까 해요. 재미있지 않겠어요?"

자신이 훌륭한 교사는 아니지만 적어도 아이들에게 불리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는 교사 김중희. 자신이 지키지 못하는 것을 학생들에게 강요할 수 없다고 말하는 선생님. 그는 아이들에게 교실에서 '행복'을 이야기 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삶이 자체가 '행복'이 되어야 한다고, 무엇이 되고 어떻게 보여지고 돈을 얼마를 버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말이다.

선생님은 인터뷰를 끝내며 '진주같이'도 그러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민들의 실질적인 삶에 가치를 높여주고 윤기를 줄 수 있는 정치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정치란 것이 시민들의 희망이고 행복을 만들어 가는 그들 삶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고.   

덧붙이는 글 | 생활정치 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http://jinjunews.tistory.com/36



태그:#김중희, #진주같이, #생활정치, #전교조
댓글4

생활정치 시민네트워크로 서울이 아닌 우리 지역의 정치와 문화, 경제, 생활을 고민하고 실천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