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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전쟁을 아시나요? 밀양 할매, 할배들이 지팡이 들고 뛰어든 싸움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월 1일부터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싸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대학가 등 전국 곳곳에 '안녕 대자보'가 나붙는 하 수상한 박근혜 정부 1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시민기자와 상근 기자로 현장 리포트팀을 구성해 안녕치 못한, 아니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밀양의 생생한 육성과 현장 상황을 기획 보도하고 있습니다. [편집자말]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이 공사방해를 위해 콘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대형트럭을 막아서고 있다.
▲ 트럭 출입 막은 주민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이 공사방해를 위해 콘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대형트럭을 막아서고 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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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낮 12시부터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에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상황'이란 현장에서 송전탑 건설 등이 실시되는 것을 뜻하는 주민들의 용어입니다. 현장에 도착하자 고답마을 저수지 인근 도로변에 컨테이너 두 동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송전탑 건설 공사를 위해 시공업체가 가져다 놓은 것입니다.

도로에는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이 앉아있습니다. 그 뒤로는 컨테이너를 옮길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대형 트럭이 세워져 있습니다. 도로에는 경찰차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소위 '닭장차'라고 불리는 경찰버스가 약 10여 대 보입니다. 주인을 알 수 없는 승용차와 승합차들도 한쪽 도로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컨테이너에 다가가자 반대 주민으로 보이는 할매가 깔려 있습니다. 119 구조대원이 곁에서 응급치료를 합니다. 바로 옆에 또 다른 할매가 실신해서 쓰러져 있습니다. 의식이 없습니다. 구조대원이 급히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향합니다.

"쥐새X도 모르게 컨테이너 가져다 놔... 어데다 철탑 세울라꼬"

6일 밀양시 산내면 고답마을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주민이 콘테이너에 깔려 있다.
▲ 콘테이너에 깔린 주민 6일 밀양시 산내면 고답마을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주민이 콘테이너에 깔려 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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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주저앉은 할매 한 분이 "뭐할라꼬 이기(컨테이너) 갖다 노았노, 철탑 세우라꼬, x만도 못한 X끼"라고 말하자 이곳저곳에서 한전과 경찰을 원망하는 욕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때 저 멀리 트럭 뒤에서 사진을 찍던 중년 남성에게 할매 한 명이 다가 갑니다. "니는 뭐꼬, 뭐할라꼬 사진 찍노, 한전 놈인가, 한전 놈이다, 한전 놈…." 할매들이 모여듭니다.

중년 남성은 "한백입니다. 한백. 한전 아이고"라고 합니다. 한백은 송전탑 건설을 맡은 시공사입니다. 격양된 주민이 '한백' 직원의 멱살을 잡습니다. 그 순간 '한백' 직원이 말합니다. "이기도 찍어주이소, 이기도 보도해 주이소"라며, 기자를 부릅니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듭니다. 할매·할배들은 도로와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한전 놈'과 '갱찰'(경찰)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습니다. 잠시 도로변에 놓인 컨테이너를 옮기겠다고 열댓 명이 힘을 써 보지만 역부족입니다.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그때 저 멀리 저수지 방향에서 할매들이 가방을 메고 걸어옵니다. 점심 도시락이라고 합니다. 도로에 주저앉아 할매들이 점심식사를 합니다. 한 할매가 가방에서 점심 도시락을 꺼내며 말합니다.

"쥐새X도 모르게 컨테이너 가져다 놓아서 밥도 문먹고(못먹고) 나왔다카이. X눔의 시키, 한전 눔. 어데다 철탑을 세울라꼬"

송전탑 반대 주민이 경찰 진압에 저항하고 있다.
▲ 도로에 주저앉은 주민 송전탑 반대 주민이 경찰 진압에 저항하고 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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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도로에 밥상이 차려집니다. 그런데 앞쪽과 뒤쪽 경찰들이 분주합니다. 아마도 진압작전을 펼치려는 것 같습니다. 한 경찰관이 대형 트럭 기사에게 다가가 말합니다. "작전이 실행되면 차 빼세요."

지휘관으로 보이는 경찰이 도로에 주저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할매들에게 다가옵니다. "할머니 길을 비켜주세요." 할매들이 답합니다. "밥 먹을 땐 X도 안 거드린다카이!"

몇 차례 경고 메시지를 하던 지휘관이 진압 신호를 보내자 경찰들이 둥글게 둘러쌉니다. 반대주민들의 처절한 몸무림이 시작됩니다. 곳곳에서 저항하는 할매들과 경찰들이 얽히고설켜 아수라장이 됩니다. 경찰 여럿이 할매들의 팔과 다리를 잡고 도로 밖으로 들어냅니다. 손과 발을 휘두르며 저항하는 할배들도 대여섯 명의 경찰의 진압에 목청껏 소리만 지릅니다.

"비키라, 느그들 한전 눔들 편이가. 왜 붙는데, 놓아라, 놓아라카이!"

경찰 차량 아래로 들어간 할매 "내는 오늘 여기서..."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이 경찰 진압 과정에서 콘크리트 바닥에 쓰러진 모습
▲ 쓰러진 주민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이 경찰 진압 과정에서 콘크리트 바닥에 쓰러진 모습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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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할매와 할배들의 아우성이 울려 퍼집니다. 악다구니를 써보지만 건장한 경찰관들의 힘을 뿌리 칠 수는 없습니다. 경찰버스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여경들까지 동원됩니다. 경찰병력이 할매·할배들을 압도할 정도입니다. 경찰의 수적 우세는 할매·할배들의 모습을 제대로 촬영할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기를 쓰며, 분주하게 움직여 보이지만 버겁습니다.

경찰이 도로에서 할매와 할매들을 하나둘 빼내자 대형 트럭이 움직입니다. 도로 한 쪽에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생깁니다. 하지만 워낙에 차가 커서 그런지 도로에 앉은 할매들이 부딪힐 정도입니다.

도로 가운데에서는 여전히 서너 명의 할매들이 경찰에 둘러싸여 식사를 합니다. 트럭이 움직이자 바퀴가 할머니를 위협합니다. 부딪힐 것 같습니다. 하지만 트럭은 계속 움직입니다. 사고 직전 상황까지 발생합니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자 경찰들이 할매들의 팔과 다리 등을 잡고 들어올려 도로 옆으로 옮깁니다. 할매들이 악을 씁니다.

트럭이 현장을 빠져 나가고 경찰버스도 잇따라 현장을 벗어나려고 하자 한 할매가 경찰버스 밑으로 들어갑니다.

"내를 죽이고 갈라면 가라. 이게 무신 갱우(경우)고. 경찰은 한전 놈들 편이가. 내는 오늘 여기서 고마 팍 죽어 삘란다."

끌어내려는 경찰과 뿌리치는 할매가 치열하게 치고받고 싸움을 합니다.

할매와 할배들이 필사적으로 몸부림 치고 울부짖으며 저항했지만, 진압 작전이 실시된 지 약 30분 만에 상황은 정리됩니다. 힘의 한계입니다. 그때 "밑에서도 '상황'이 벌어졌다"는 말이 들려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트럭이 보입니다. 앞서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현장을 벗어난 차량입니다. 또다시 상황이 발생합니다. 또 다른 할매와 할배들이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저항합니다. 경찰의 진압에 맞서 손과 발을 휘두르며 몸부림을 칩니다. 진압을 하던 여경이 말합니다. "채증, 채증, 채증해!" 할매들이 맞받아칩니다. "그래 고마 찍어 삐라, 찍어. 찍어서 내 고발해카이!" 채증을 외치는 경찰과 할매들의 아우성이 뒤섞여 시골마을에 울려 퍼집니다.

흐느끼는 할매 "뭐할라꼬 갱찰이 공사를 도와주는기고"

송전탑 건설 반대주민이 경찰버스 밑으로 들어가 저항하고 있다.
▲ 경찰버스 밑 주민 송전탑 건설 반대주민이 경찰버스 밑으로 들어가 저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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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역시 할매·할배들의 힘은 역부족입니다. 앞서 벌어진 것보다 일찍 상황이 종료됩니다.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은 경찰의 도움으로 무사히 도로변 공터에 컨테이너를 내려놨습니다. 경찰에 둘러싸여 할매가 흐느껴 울며 말합니다.

"철탑 안된다카이, 뭐할라꼬 갱찰이 공사를 도와주는기고. 아이고, 한전 눔들이 사람 죽이 삘라고 하네."

위험천만한 상황도 벌어질 뻔했습니다. 경찰의 진압에 무기력하게 밀려난 한 할배가 휘발유통을 트럭에 싣고 왔습니다. "갱찰 서장 오라카이, 밀양 갱찰 서장 와 이기(컨테이너) 빼라고 카라, 갱찰 서장 안 오삐면 내 여기서 죽어 삔다. 갱찰 서장온나!"

울부짖는 할배를 흐느끼던 할매들이 막아섭니다. 경찰이 말합니다. "서장이 와서 뭐 한다카여. 안 옵니도. 흥분하지 마이소. 진정 하이소."

경찰 진입에 저항하는 주민
▲ 경찰 진입에 저항하는 주민 경찰 진입에 저항하는 주민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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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상황도 발생했습니다.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주민 윤아무개씨가 땅에 머리를 부딪히면서 부상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구급차는 보이지 않습니다. 주민은 우두커니 도로에 앉아 먼 산을 바라봅니다.

지나가는 경찰에게 윤아무개씨의 어머니인 최아무개 할매가 말합니다. "느그들 땜에 내 아들 머리랑 어깨 다쳤다. 아 뱅원 데꾸가 엑스레이 사진 찍어주고 온나." 사복경찰을 붙잡고 소리칩니다. 사복경찰은 할매를 뿌리칩니다. 순간, 할매의 손에 길게 상처가 납니다. 피가 흐릅니다. 마치 칼에 베인 것 같습니다. 움푹 패인 상처가 7~8센티미터 정도는 되는 듯합니다. 할머니는 바로 주민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합니다.

'상황'은 지금까지도... 2명 연행-6명 병원 후송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이 들것에 실려가는 모습
▲ 실려가는 주민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이 들것에 실려가는 모습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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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송전탑 반대주민들과 경찰 사이에 충돌은 계속됩니다. 오후 4시 36분에는 경찰 수백 명이 증원 배치되고, 오후 5시에는 주민들이 현장에 갇히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얼마지나지 않은 오후 5시 18분, 주민 두 명(윤아무개·정아무개씨)이 김해와 밀양경찰서로 연행됩니다.

오후 5시 27분, '상황'은 더 커집니다. 경찰이 400~500명가량 배치됩니다. 현장에는 경찰 차량이 20대 정도 있습니다. 밀양송전탑 반대대책위에 따르면 오후 5시 55분서부터 경찰차가 고답마을로 올라가는 도중 충돌이 발생했고, 주민들을 밀치며 채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날 오후 6시 30분 현재 응급실로 후송된 주민은 총 6명입니다. 지금도 '상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태그:#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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