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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사실 편견이 있었다. 공장 아르바이트(아래 알바)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르포여서 편집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때론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하는 삶에 대한 모순, 받아들이기 힘든 모독감, 삶에 대한 치열함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을 줄 알았다. 황인규 시민기자의 '뿌리 없는 노동, 알바' 연재기사 말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편견이 깨졌다. 공장 안에서의 일상이 가감 없이 적혀 있었다. 때론 주먹을 쥐게 하는 이야기도, 때론 웃음 짓게 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의 새시공장 알바 이야기가 점점 재밌어지기 시작했는데, 5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단다. 공장을 그만둔 까닭이다.

공장을 그만두고 잠시 'B급 청부업자'로 살았단다. 비록 글을 쓸 때만. 하지만 몸으로 때우며 세상과 부딪힌다는 점에서는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알바와 청부업자가 비슷하단다. 좀 살벌하다고 했더니 걱정하지 말란다. 잠시 청부업자를 접고 <오마이뉴스>에 무협소설을 꾸준히 쓰겠단다.

어느덧 새시공장 알바생에서 무협소설 주인공이 된 황인규 시민기자를 이번 주 '찜! e시민기자'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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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규 시민기자
 황인규 시민기자
ⓒ 황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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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와 나는 동종업계 비정규직 알바"

- 알바 연재 기사 잘 봤다. 현재는 공장을 그만다고 했는데, 무슨 일을 하시나.
"학원 강사, 사보 제작, 지엄하신 기관장님의 권두언, 바쁘신 분의 출장보고서, 중학교 육성회장 아줌마 인사말, 음지에서 쓰면서도 양지를 지향하지 않아야 하는 글(그렇다고 댓글 다는 건 아니다) 등 글에 관한 B급청부업자다. 청부가 들어오면 살인도 해준다. 연쇄살인까지. 비록 글로 쓰긴 하지만.

그러나 B급은 B급, A급처럼 항상 의뢰가 줄서진 않는다. 그럴 때는 닥치는 대로 일한다. 청부업자가 청부가 없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땅콩을 까거나, 세상을 씹거나, 몸으로 때우거나. 그런 의미에서 킬러(살인청부업자)와 나는 동종업계의 비정규직 알바다."

- 밀도 있는 르포가 돋보였다. 어떻게 공장 알바를 연재로 쓰시게 됐나.
"청부가 끊겼다. 두 달 세 달 기다리는데 집사람의 사슴처럼 커다란 눈이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위험신호다. 의뢰인을 고를 순 있어도 마누라를 고를 순 없다. 그녀는 내 삶의 의뢰인이기 때문이다. 즉각 알바 현장에 나를 투입했다. 애초부터 의도를 가지고 알바를 시작한 건 아니다. 미리 기획하고 일을 했다면 좀 더 세심하게 취재를 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현장감이나 기록의 밀도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퇴근할 때면 지하철에서 쓰러지듯 자기를 반복, 보름이 지났을 무렵 르포(현장보고서)로 남기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날 이후 지하철에서 감기는 눈을 부릅뜨고 노동일기를 적었다."

- 그동안 꽤 오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써 왔는데, 눈에 띄지 않았다.
"주로 문화 관련 평이 대부분이었는데 괜히 평론가 흉내 낸답시고 어렵게 적었다. 현실적인 문제와 동떨어져 있고, 시사와 무관하다보니 대중들에겐 먼 외계 별나라 얘기로 들렸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 주제를 밀고 나가거나 현실과 밀접한 소재를 다루어 취재할 만한 여건이 안 됐다."

"부디 그의 행복한 노동이 계속되길 바란다"

- 공장 알바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일화가 있나.
"기사화 되지 못한 소재가 몇 개 더 있었다. 우선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다. 알바 기간 중 파키스탄과 베트남 출신 노동자 일곱 명이 열흘 정도 일했다. 그러나 야간작업에 투입되는 바람에 깊은 얘기를 나눌 기회를 갖지 못했다. 퇴근 전에 잠깐씩 말을 주고받긴 했지만, 심층취재로 보기엔 어려워 기사화시키지 않았다.

H사는 완성된 창틀을 현장에서 시공하는 시공부서가 따로 있다. 그들도 같은 회사 소속이지만, 현장이 달라 얘기를 나눌 기회는 거의 없다. 공장 안에서 조립부서와 시공부서 간의 의견대립이 수시로 발생했다. 즉 시공부서에선 조립을 튼튼히 해달라-즉 피스를 많이 박아달라-고 주문하지만, 공장에선 기한 내 물량을 맞추려면 완벽하게 만들 수가 없다. 질이냐 양이냐, 어느 조직에서나 맞부딪치는 딜레마에 직면하는 것이다. 조그만 공장이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 갑과 을 관계, 납기와 품질, 등 우리 사회의 첨예한 모순이 집약돼 있다.

끝으로 얼마전 친하게 지냈던 조현수(43·가명)-제3화 '누군가에겐 꿈의 직장' 편 주인공-씨와 며칠 전 통화했는데, 올 1월 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한다. 새해 들어 좋은 소식이다. 부디 그의 행복한 노동이 계속되길 바란다."

- 지금 무협소설을 연재하고 있는데, 원래 소설가가 꿈이었나.
"흔히 '문학 청년'이라고 하면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중반까지 이르는데 나의 경우는 전혀 아니다. 이십대는 사회과학을 전공했고 문학에 관심을 기울인 적도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군대에서 고참들의 연애편지를 대필한 적이 있다.

문학에 빠진 건 삼십대였다. 작고한 김남주 시인의 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난삽하고 현란한 사회과학적 이론이 단 한 줄의 문장으로 함축되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때는 제법 먹고살만한 월급쟁이였다. 그러니 돈 안 되는 문학에 발을 디딜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러다 IMF 당시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고 '한 방'에 갔다. 현실은 고달팠고 문학은 나를 조롱했다. 바닥으로 기는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 아이디가 특이한데 특별한 뜻이 있나.
"perdix('페르딕스'라고 읽는다)는 그리스 신화에서 '발명의 신'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이디를 발명한 게 아니라 발견한 탓에 발명은 한 건도 못했다."

<오마이뉴스> 독자들 건강 위해 '이것'을 준비했다

- 간단하게 앞으로의 계획을 좀 이야기해 달라.
"요즘 헤드라인 기사를 보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오마이뉴스> 독자들의 내장기관이 우리 사회의 평균치보다 매우 약하다는 설이 있다. 정신건강도 위험치에 도달했다는 보고서를 비밀리에 입수했다. 독자들의 건강을 위해 재밌는 콘텐츠가 하나쯤 있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무협지 연재를 건의했다.

무협소설 '무위도(無爲刀)'는 리얼무협(내가 만든 용어다)을 표방한다. 전음입밀이니(휴대폰 쓰냐), 공중을 날아다니는 능공허도니(스카이다이빙하냐), 역용술(틈만 나면 하는 성형수술)이니 하는 황당무계한 무공을 피하고, 실전에 근거해서 결투를 묘사하려고 한다.

앞으로의 계획? 작품은 작품으로만 얘기하겠다. 겉으로는 백성을 위한다면서 안으로 못살게 하는 관군, 표리부동한 명문정파, 숨어서 댓표(대나무 표창)를 날리는 어둠의 무리들을 주로 작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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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알바,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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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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