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 존> 포스터

영화 <돈 존> 포스터 ⓒ ㈜미디어데이


<인셉션>, <다크 나이트 라이즈>, <프리미엄 러쉬> 등을 통해 할리우드 완소남으로 인기를 끌며 국내 관객들에게 '조토끼'라는 앙증맞은 별명까지 부여받은 배우가 매일 야동을 보는 영화. 조셉 고든 레빗의 신작 <돈 존>이 지난 9일 개봉돼 현재 상영 중이다.

작업의 천재라는 별명답게 클럽에서 친구들과 여자들의 외모에 점수를 주며 헌팅에 열을 올리는 돈 존(조셉 고든 레빗)에게는 남들에게 쉽게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야동 중독. 주인공이 단순히 야동을 감상하기만 할 것이라는 순진한 추측은 하지말자. 영화의 시작부터 집구석에 처박혀 노트북 화면 속 벌거벗은 포르노 스타들을 홀로 바라보고 있는 주인공은 거친 숨소리와 들썩이는 어깨로 당신을 당황하게 할 것이다.

긴장들 하시라...이 영화, 시작부터 도발적이다

미리 말하지만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 좌석에 앉는다면 상영시간 동안 상당히 여러 번 주인공의 자위행위를 감상하게 된다. 할리우드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며 완소남으로 일컬어지는 꽃미남 배우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과 주연까지 맡은 영화가 이런 소재라니 믿어지는가. 단언컨대 <돈 존>은 올해 상반기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들 가운데 가장 독특한 아이템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볼까말까 걱정하거나 관람 계획을 접을 필요는 없다. 주인공의 행위가 <악마를 보았다>에 등장하는 변태처럼 극도로 혐오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오히려 이 영화는 흥겹고 유쾌하다. 또한 남성은 물론 여성관객들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한 교훈을 전달하고 있으니 필히 관람을 추천할 만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돈 존> 스틸컷

영화 <돈 존> 스틸컷 ⓒ ㈜미디어데이


사실 중독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매일 홀로 사정하는 이 남자의 야동 사랑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현실의 성관계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것 때문에 매번 클럽에서 새로운 여자들을 만나면서도 결국 그의 욕구를 해소시켜 주는 것은 야동밖에 없으니 말이다. 야동을 너무 많이 보다가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현실의 성관계가 지루해서 그렇게 된 것인지 혼돈을 줄 정도로 그의 중독은 심각하다.

하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야동 사랑이 중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직장에 열심히 다니고 헬스클럽에서 몸도 만들며 일주일을 보낸 후 성당에서 고해성사를 반복하는 그는 담배나 마약 같은 것만 중독이라고 생각한다. 클럽에서 10점 만점의 여자를 만나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다고 들뜬 이후에도 일상적으로 야동을 보며 자위를 할 뿐이다. 

주인공이 첫눈에 반하며 사랑에 빠진 여자 바바라(스칼렛 요한슨)는 우연히 이 사실을 알고 그가 야동을 봤다는 자체만으로도 경악한다. 아마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더라도 많은 여자들은 비슷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더럽고 한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여자 앞에서 주인공은 친구가 보낸 메일을 잘못 열었다면서 발뺌한다. 거기에 야동 보는 남자들은 애인이 없는 찌질한 놈들이라는 말을 하며 사태를 수습하려는 굴욕적인 모습까지 보인다.

이제 주인공은 갈등하기 시작한다. 중독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으니 당연히 야동 보는 행위를 끊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겼는데 그게 안됐던 거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남자들이 재활치료를 하는 것 마냥 피나는 노력으로 야동을 끊어야 하는지, 그렇게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내용이 아니다.

왜냐면 주인공은 야동을 끊어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단념하며 갈등을 시원하게 해소하는 배포를 지녔기 때문이다. 여자 친구가 싫어하면 안 들키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주인공은 오늘도 인터넷 창을 열어 야동의 바다를 항해하는데 여념이 없다. 한 손으로 노를 젓는 그의 어깨는 여전히 힘차게 요동친다.

특이하고 경쾌한 로맨스 코미디, 묘하게 설득력 있네...

 영화 <돈 존> 스틸컷

영화 <돈 존> 스틸컷 ⓒ ㈜미디어데이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조셉 고든 레빗은 앞서 여러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상대방을 손쉽게 판단하는 세태를 꼬집고 관계를 풀어가는 방법을 고민'해보고자 이 작품을 기획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소 평범한 주제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야동 중독이라는 다소 쌈마이 느낌이 드는 특별한 소재 덕분이다.

비슷한 소재로 개봉했던 스티브 맥퀸 감독의 <셰임>이라는 영화가 있다. 섹스 중독에 사로잡힌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점점 증세가 발전되는 주인공의 모습과 내면의 갈등을 통해 폭발하는 에너지가 화면 가득 넘치며 깊은 인상을 전달한다. 당시 이 작품은 베니스국제영화제를 비롯한 다수의 시상식에 후보로 오르거나 수상의 영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반면 조셉 고든 레빗의 <돈 존>은 심각하고 무거운 느낌의 <셰임>과 비교했을 때 훨씬 가볍고 경쾌하며 오락성이 강하다. 편집과 연출은 군더더기 없고 속도감 있는 전개와 유머들은 확실히 대중적이다. 소재 자체도 생각해 보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익숙한 문제들이 아닌가. 그러나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가 문제다.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는 남자의 야동 관람이 고쳐져야 하는 행위라고 비난하다가 갈등을 키워간다. 이후 전개되는 상황들은 상대를 이해하려는 자세와 배려가 없다면 관계의 발전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남자가 야동 보는 것을 조금은 인정해 달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물론 영화 속 야동 중독이 하나의 은유로서 사용됐겠지만 직설적으로 이해하면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도발적이다. 여성 관객들을 상대로 도발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영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자들이 야동을 보는 것과 여자들이 로맨스 영화를 보는 행위가 서로 다른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측면에서 다를 것이 없다는 주인공의 지적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동안 할리우드 로맨스 영화들은 남녀가 만나 사랑을 키우는 과정에서 주로 남성의 희생과 헌신을 강조해 온 경향이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처럼 느껴지는 남성의 목소리를 낼 필요는 있다고 본다. 과연 야동 중독을 극복하게 만드는 궁극의 사랑이 존재하는 것일까. 남자들은 자신의 배우자나 애인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왜 야동을 보는 것일까. 궁금하면 이 영화를 보라.

돈 존 스칼렛 요한슨 조셉 고든-레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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