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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5주기를 앞두고 15일 오전 용산참사 당시 진압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현 사장으로 있는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유가족들이 김 사장의 퇴진과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 "용산참사 책임자가 공기업사장 웬말" 용산참사 5주기를 앞두고 15일 오전 용산참사 당시 진압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현 사장으로 있는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유가족들이 김 사장의 퇴진과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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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사장 김석기) 앞 주차장 바닥에는 살얼음이 가득했다. 지난 이틀동안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다른 곳은 멀쩡한데 주차장 바닥에만 살얼음이 얼었다. '김석기가 죽였다' '공기업사장 왠말이냐?' '김석기는 퇴진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살얼음 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국공항공사 마당에만 비가 왔습니까? 얼음이 왜 생겼습니까? 아침에 미리 물을 뿌려 우리가 앉지 못하도록 조치한 비겁한 행위입니다."

이원호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이 격앙된 목소리로 주차장 입구 쪽에 있는 한국공항공사 직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한국공항공사가 이날 예정된 기자회견을 방해하기 위해 주차장 바닥에 물을 뿌려 얼도록 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최찬섭 한국공항공사 홍보실 차장은 기자와 만나 "왜 (주차장 바닥) 물청소를 했는지 모르겠다, 계속 (이유를) 파악 중이다"고 해명했다.

이날 오전 11시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열린 '용산참사 5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의 '김석기 퇴진·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는 용산참사 유가족과 범국민추모위원회 회원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용산참사의 책임자 김석기(전 서울지방경찰청장) 한국공항공사 사장의 퇴진과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1시간 동안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용산참사, 언젠가 진실은 밝혀집니다"

용산참사 5주기를 앞두고 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김석기 사장의 퇴진과 처벌을 요구하던 한 참가자가 참사 당일의 악몽을 떠올리며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용산참사, 그 날의 폭력을 잊지 않았다 용산참사 5주기를 앞두고 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김석기 사장의 퇴진과 처벌을 요구하던 한 참가자가 참사 당일의 악몽을 떠올리며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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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진실은 밝혀집니다. 용산참사 책임자 김석기가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국민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용산참사 희생자 고 양회성씨의 부인 김영덕(59)씨는 "우리가 왜 이렇게 외쳐야 하는지 답답하다"며 "박근혜 정부의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임명은 유가족을 두 번, 세 번 울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석기 사장은 2009년 1월 20일 발생한 용산참사 당시 강제 진압을 지시한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다. 경찰이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에서 농성 중인 철거민들을 강제진압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졌다. "무리한 진압"이라는 비판을 받은 김 사장은 1달여 만에 자진 사퇴했고, 지난해 10월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다시 논란이 일었다.

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72)씨는 "김석기 사장이 (용산참사) 유가족에게 사과와 도리를 다 했다고 공사 직원들에게 말했다는데, 왜 쥐구멍으로 들어와 취임식을 했는지 궁금하다"며 "김석기 사장은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지용(23·전국학생행진)씨는 용산참사를 최근 교학사 역사교과서 왜곡 논란에 비유했다. 그는 "아픈 역사를 민중들의 기억 속에서 지우려고 하는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며 "역사를 바로 세우고 기억을 지속시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기륭전자 분합원도 함께 했다. 유흥희(45)씨는 "국가폭력에 의해 (용산참사 당시) 여섯 명이 죽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제대로 된 대화 테이블에 나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또 "용산참사·기륭전자 사건은 제대로 된 사과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억 속에서 잊히는 용산참사

용산참사 5주기를 앞두고 15일 오전 용산참사 당시 진압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현 사장으로 있는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유가족들이 김 사장의 퇴진과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 "용산참사 유족들에게 대못 박은 김석기" 용산참사 5주기를 앞두고 15일 오전 용산참사 당시 진압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현 사장으로 있는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유가족들이 김 사장의 퇴진과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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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이 끝난 뒤, 한국공항공사 입구와 김포공항 국내·국제선에서 1인 시위가 이어졌다. 1인 시위에 참가한 임두헌(28·사회진보연대)씨는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용산참사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유가족들만 힘들다"며 "많은 사람이 용산참사에 대해 알고 문제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의 1인 시위에 대해 관심을 두거나 유인물을 살펴보는 시민들은 거의 눈에 띠지 않았다. 1인 시위가 끝나고 난 뒤, 공항 한 편 의자에는 구겨진 유인물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용산참사 5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는 오는 16일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국가폭력 특별전 : 여기 사람이 있다. 함께 살자' 추모 상영회와 '국가폭력에 맞설 우리의 말들'을 주제로 국가폭력 토론회를 개최한다. 또 오후 7시 반에는 용산참사 현장에서 "용산참사 5주기 추모 촛불 기도회"가 열린다.

덧붙이는 글 | 안형준, 양태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19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공항공사, #용산참사, #김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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