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체구와 예쁘장한 외모와는 상반되게 또랑또랑한 목소리와 때로는 눈물로 올림픽의 감동을 시청자들에게 전했던 안상미 해설위원. 그녀는 1998년 나가노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에서 이제는 10년차 베테랑 해설위원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녀는 소치올림픽을 빛낸 또다른 주역이기도 하다.

소치올림픽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안상미 해설위원은 이제 해설위원이라는 명함을 내려놓고 평범한 엄마로 돌아왔다. 그녀는 딸의 유치원 입학식을 대견스럽게 맞이하는 어쩔 수 없는 엄마였고, 전화인터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죄송하지만 시댁입니다, 나중에 전화 드릴께요"라며 양해를 구하는 어쩔 수 없는 며느리였다.

소탈하고 평범한 모습에 더욱 매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3월 초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그녀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상화 2연패 순간 감동"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좋은 해설의 비결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좋은 해설의 비결 ⓒ 안상미 제공


안상미 해설위원은 누구?
안상미 해설위원은 누구?
- 2014.01~ SBS Spoorts 쇼트트랙 해설위원
- 2010.04~ SBS쇼트트랙 해설위원, ESPN 쇼트트랙 해설위원
- 2001년 자코파네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쇼트트랙 3000m 금메달
- 2001년 자코파네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쇼트트랙 3000m 계주 금메달
- 2001년 자코파네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쇼트트랙 1000m 동메달
- 2000년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종합 2위
- 1999년 강원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3000m 계주 금메달
- 1998년 제 18회 나가노 동계올림픽 3000m 계주 금메달
- 먼저 소치올림픽 동안 시청자들과 함께 웃고 울며 진행했던 '감성진행' 잘 들었습니다. 적절한 코멘트와 매끄러운 진행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직접 올림픽 경기를 해본 분이라 감회가 남다르셨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선수로서 올림픽 무대에 선 기분과 해설위원으로서 올림픽 무대에 선 기분은?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운동을 했던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꿈의 무대입니다. 저도 선수로 올림픽 무대에 한 번 서 봤기에 그곳에서 느껴지는 열정과 감동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해설을 시작하면서 올림픽 해설을 해보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가 됐고, 그 목표를 이루게 돼 설레고 기쁘기도 했어요. 하지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던 게 사실입니다."

- 선수들과 친한 것 같던데 선수들 입장에서는 대선배여서 어려워하진 않았을까요?
"워낙 나이 차이가 나다 보니 선수들이 어려워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선수들 훈련할 때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주 찾아가려고 노력했어요. 무엇보다 제가 선수생활을 할 때(대학 재학 당시) 꼬맹이 선수(중학생)였던 조해리 선수가 있어서 다른 선수들과 연결도 조금 쉽게 됐던 것 같아요."

- 소치올림픽에서 재미있었던 일화가 있으면 소개해주시죠.
"올림픽 중계에만 집중하다 보니 재미있었던 일보다 힘들었던 게 더 생각나네요. 음식 적응을 참 잘하는 편인데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먹기 힘들었고, 올림픽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올림픽 내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상화 선수의 올림픽 2연패 장면을 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인 것 같습니다."

- 이번 올림픽을 통해 안상미 해설위원을 알게 된 사람이 적지 않은데, 해설한 지 벌써 10년이 돼 간다면서요? 오랫동안 많은 경기를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제가 해설한 지 얼마 안 됐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경력 10년 차가 됐습니다. 2003년 세계선수권대회 때가 해설 데뷔였어요. 당시 전이경 선배가 일이 있어 못할 때마다 대신 마이크를 잡았고 국내대회 중계도 여러 번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해설을 한 것은 2010년부터고요. 지금껏 중계하면서 이번 소치올림픽의 여자 500m 결승과 계주 결승 경기에서 받았던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선수시절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 1998년 나가노올림픽 계주 결승전 스타트 라인에 섰을 때입니다. 그때 얼마나 떨렸는지 그렇게까지 다리가 후들거리는 느낌은 제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예요."(1998년 그녀를 떨게 했던 그날, 안 위원은 노련함과 신중함을 무기로 제18회 나가노 올림픽 3000m 계주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다.)

"쇼트트랙, 이제 '메달밭' 아니다... 스포츠 과학화 필요"

소치올림픽 해설위원 안상미씨  금메달의 영광을 안은 여자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안 위원

▲ 소치올림픽 해설위원 안상미씨 금메달의 영광을 안은 여자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안 위원 ⓒ 안상미 제공


- 소치에 계신 동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걸 알고 계신가요?
"경기가 끝나고 IBC(방송센터 SBS사무실)로 돌아오니 사무실에 계시던 분들이 모두 제가 실시간 검색어 1위라고 하셨어요. '메달은 선수들이 땄는데 왜 내가 실시간 검색어 1위냐'며 얼떨떨하긴 했지만, 좋은 일로 1위를 하니 기분은 좋았습니다.

올림픽 중계 준비하면서 걱정도 많이 되고 스트레스도 엄청났어요. 그런데 국민들이 좋게 들어주셨다니 힘들었던 순간들이 기억에서 모두 사라지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실시간 검색어 1위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웃음)"

- 소치올림픽에서 남자 쇼트트랙 선수들이 부진했던 원인은 실력 저하일까요? 아니면 다른 나라 선수들의 기량 향상일까요? 일각에서는 한국의 유능한 코치진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오늘의 부진이 예상됐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제 쇼트트랙은 국가대표가 되면 무조건 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이 아니게 됐어요. 세계 여러 나라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졌어요. 중계에서도 늘 얘기했듯이 상향 평준화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유능한 코치들이 세계로 나가 기술이 전파된 것도 물론 있지요.

하지만, 스포츠가 과학화되면서 선수들 개개인에 맞는 훈련시스템이 도입되고 기술 분석으로 많은 나라의 수준이 향상된 게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제대로 된 스포츠과학화가 이뤄져 훈련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심리와 개개인별 체력관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합니다."

- 전북은 전주 출신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아랑 선수로 인해 축제분위기인데, 김 선수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김아랑 선수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좋은 체격을 가지고 있고 나름의 욕심도 가지고 있어요. 그렇기에 지난 시즌에 비해 이번 시즌에 시니어무대(만 15세 이상 선수) 첫 데뷔임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치올림픽에서는 2013월드컵대회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둬 본인 스스로도 아쉬움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번 올림픽에 만족하지 말고 이것을 경험으로 삼아 4년 뒤 평창에서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본인 스스로가 마음을 다잡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스포츠강사 자르면 결국 부모가 부담 떠안게 돼"

- 안상미 해설위원은 초등학교 체육시간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자연스럽게 선수생활을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학교 체육과 엘리트 체육은 무엇이 다른가요?
"저는 엘리트 체육의 모태가 되는 게 바로 학교 체육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체육 없이 엘리트 체육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거든요. 부모들이 책임지고 엘리트 체육을 키우라는 말이나 같습니다.

저 역시 학교 체육을 통해 선수로 키워질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달리기를 곧잘 하고 체육시간에 늘 눈에 띄던 저를 학교 체육부장 선생님이 눈여겨보시고 학교 롤러부에 입회시켰죠. 그것을 통해 선수로 키워질 수 있었고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런 만큼 학교체육 없이 엘리트체육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 체육의 중요성을 체육인으로서, 그리고 자녀교육을 하는 엄마 입장으로서 정리해주신다면?
"신체활동이 아이들의 뇌를 발달시킨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저 역시 초등학교 시절 운동을 하며 공부를 할 때 더 집중이 잘 되던 기억이 납니다. 꼭 선수가 아니더라도 여러 종목의 운동을 배우는 것은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제 아이에게 여러 종목의 운동을 가르칠 생각이고요. 그렇지만 그에 앞서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면 더 좋겠죠."

- 요즘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대량 감원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혹시 알고 계신가요? 전북에서는 310명의 스포츠강사가 일하고 있었는데 160명이 감원됐습니다. 감원률로는 전국 1위입니다. 게다가 감원 대상이 아닌 나머지 150명은 3개월 계약 신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스포츠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고, 심지어 외국으로 유학을 가더라도 한 가지 이상 운동을 할 줄 아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해요. 그래서 부모들이 나서서 운동을 가르치는 마당에 스포츠강사 감원은 시대에 뒤처지는 일이라 여겨집니다.

운동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부모들은 많은데, 스포츠강사를 감원하면 결국 그 부담을 부모들이 다 떠안으라는 얘기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아이들이 건강해야 우리나라의 미래도 밝다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쇼트트랙, 4년에 한 번 즐기지 마세요"

올림픽 무대를 기다리며 배기완캐스터와 함께한 안상미 해설위원

▲ 올림픽 무대를 기다리며 배기완캐스터와 함께한 안상미 해설위원 ⓒ 안상미 제공


- 해설위원 안상미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시합이 없을 때는 주로 뭘 하고 지내시나요?
"저도 한 아이의 엄마이기에 한동안 떨어져 지내던 아이에게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3월 14일부터 16일까지 세계선수권대회중계가 끝난 뒤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어요. 그걸 마지막으로 2013-2014 시즌이 끝납니다. 시즌이 끝나간다는 게 후련하면서도 아쉽네요."

- 소치올림픽 전과 후, 달라진 게 있나요?
"제 개인적으로 달라진 건 전혀 없어요. 다만 지인들에게서 올림픽중계 잘 들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트위터의 팔로워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 그리고 제 해설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게 달라졌다면 달라진 걸가요?(웃음)"

- 마지막으로 쇼트트랙을 사랑해주시는 국민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올림픽 이후 쇼트트랙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이 늘었어요. 선수들도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그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진 게 사실이고요. 하지만 매번 그랬듯이 시즌이 끝나고 나면 서서히 잊혀질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잠시 잊으시더라도 다시 찬바람이 불면 '쇼트트랙 시즌이 돌아오는구나' 하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매 시즌 월드컵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를 중계하니까 조금만 관심 가지고 찾아봐주셨으면 해요. 4년에 한 번만 즐기는 게 아니라 매년 겨울 스릴 넘치는 쇼트트랙 경기를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전화와 메일로 귀찮게 질문을 쏟아내는 기자에게 시종일관 편안하고 사려 깊은 자세로 인터뷰에 응한 안상미 해설위원. 그런 그녀는 사람됨도 금메달감이었다. 바쁜 시간을 내준 안상미 해설위원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하며, 다음 시즌 그 다음 시즌 계속해서 안상미 해설위원의 중계를 들을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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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전북교육신문에 게재한 기사입니다.
안상미 쇼트트랙 해설위원 SBS 나가노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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