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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총회자료 총회에서 받은 자료들
▲ 학부모총회자료 총회에서 받은 자료들
ⓒ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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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3월 말, 이 때가 되면 모든 학교에서는 학부형 총회를 연다.

학부모 총회는 학교 설명회, 경찰서에서 나온 분의 학교폭력 예방교육, 학부모 회장 선출 후 각자의 교실로 가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 학교에서는 매년 정성스럽게 학부모 총회를 준비하고 있지만, 학부모 입장에서 가장 큰 관심은 담임선생님과의 시간이므로 나 역시 듣는 둥 마는 둥 학교 설명회를 들었다.

학교 설명회를 마칠 즈음 전년도 학부모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한다고 한다. 사실 수년째 학부모총회에 참석했지만 이상하게도 학부모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던 기억도 별로 없고 회장을 뽑았던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교장선생님의 감사패 전달이 끝나고 전 회장님의 소감 말씀이 이어졌다. 그 분은 2년 연속 회장을 역임했고 그분의 아이는 올해 졸업하였다고 한다. 2년간 학부모회의 업적이 스크린을 통해 보여졌다. 아버지 캠프, 여러 봉사활동에 대한 교육청의 표창등, 저런 사업들을 언제 했나 싶은 느낌들이 스쳐갔다. 내가 관심이 없어 몰랐나보다. 그 때까지도 내일이면 잊혀질 잠시의 풍경 이상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학부모회의 활동을 보아 왔지만 과연 학부모회가 필요할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가 졸업한 초등학교의 전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이 휴지를 함부로 쓰기 때문에 화장실에 휴지를 비치할 수 없다고 하셨다. 어떤 선생님들은 사고 위험을 이유로 1,2학년 아이들에게 휴식는 시간을 주지 않는 분들도 계셨다.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으며 손들고 화장실 가는 것만 가능했고 점심시간에 운동장 사용도 금지하셨다.

지금 아이가 다니고 있는 중학교는 작년까지 색깔을 규제했다. 원색의 신발과 외투는 입을 수 없었다. 빨강, 파랑, 원색들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파릇파릇한 21세기의 청소년들은 원색의 복장을 하면 벌점을 받아야 하는걸까? 다행히 작년에야 어떤 학부형의 건의가 받아들여져 색깔 규제는 풀렸다고 하나 여전히 두발규제는 존재하고 있다. 나는 이런 것들의 고민과 건의가 학부모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지만 학부모회에서 홍보를 안해서인지 모르나 이런 일을 했던 학부모회는 본적이 없다. 

전 회장이 소감을 말하고 있는 가운데 너무나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전 회장은 학부모회의 연계성이 중요하며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역량 있는 분이 학부모회일을 맡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며, 다음 하실 분이 계시면 손들어 보라고 한다.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본인들이 이런 사업들을 해왔다고 이야기 하면서, 학교 선생님들과 생전 처음 보는 수백명의 학부모들이 있는 곳에서 임원을 하고 싶은 사람은 손들고 나오라고 하는 것이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그러자 본인이 추천을 하겠다면서 회장 부회장 감사까지 추천하고 박수로 동의를 얻었다. 그들은 모두 임원이 되었다. 선출된 회장은 어떤 자격인지 모르겠으나 학부형 자리가 아니라 내빈석과 같은 곳에 이미  앉아 있었다. 순간 나는 발끈했다. 이게 뭐지?

마이크를 이어 받은 선생님께서 학부모 총회를 마친다며 각자 교실로 이동하여 담임선생님과의 자리를 가지라고 하셨다. 모두가 일어나 교실로 갈 때 나는 벌떡 일어나 교장선생님께 갔다. 이 상황의 부당함에 대한 항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교장선생님, 지금 이 학부모 총회가 정당한 것입니까? 일반적으로 반모임이 이루어져 회의를 하면서 반대표가 뽑히고 그들이 학년 대표를 뽑고 회장이 뽑혀야 하지 않습니까? 1학년 학부형들이 학교나 다른 학부형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식의 선출은 1학년 학부형들이 소외되는 것이지 않습니까? 이런 분외기에서 한 사람이 회장 부회장 감사
를 추천하고 박수를쳐서 통과시키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

"그렇지 않습니다. 1학년 학부형이 회장만 안 될 뿐이지 얼마든지 학급대표가 되어 학부모회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 이렇게 합니다. 이렇게 해야 사업의 연계성이 확보되고 일이 되는 겁니다."

두 세마디 더 오갔지만 입장차이는 분명했다.

집에 와서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깨달았다. 아이가 졸업헀던 초등학교에서는 각반에서 반대표가 선출되고 그들이 모여 학년대표를 뽑고 그 중에서 회장, 부회장이 뽑히는 형식이었지만, 여기 중학교에서는 작년에도 재년에도 전체 학부모 회의에서 수백명의 학부형이 회장을 뽑았고 그건 차이는 있을 수 있는데, 올해는 발끈해서 교장 선생니께 쫓아가 따져 물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중학교의 이 방식은 어찌 보면 직선제가 아닌가?

이것이 더 합리적 일진데 내가 발끈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마이크를 잡고 학부형 회의를 주관한 사람은 현중학교 학부형이 아니었다. 졸업한 학부형이 전회장 자격으로 감사패를 받으러 왔던 사람인 것이다. 그런 분이 감사패 받고 소감을 말하면서 지난 업적을 홍보 하고, 학부모 총회의 사회자의 입장이 되어 회장을 추천하고 박수쳐 통과시키고 다른 모든 임원을 뽑은 것이다. 마치 체육관 선거와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나 보다.

생각해보니 그 전에는 선생님이 사회를 보고 임원을 추천하라고 하면 어떤 학부모가 손을 들고, 1인 후보가 되면 굳이 투표 없이 박수로 선출하겠다는 동의를 얻어 회장이 선출되었던 기억이 살아났다. 물론 학교일을 열심히 하던 엄마들끼리 하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것을 안다. 그들이 아니면 일 할 사람도 없고 다른 학부모들은 사실 학부모회에 대해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학부모 임원 선출에 대해서도 풍경처럼 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내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러게 딴지 걸거면 당신이 해라. 그 순간 당신이 이의를 제기해서 학부모 임원이 뽑히지 않는다면 당신이 책임질 건가? 당신이 1년 사업을 할건가? 나서서 일할 것도 아니면 가만히 있어라"

나도 변명할 것이 있다. 그러면 다른 나라 사람이 와서 내가 일을 잘 해봐서 아는데 대통령은 이렇게 뽑는 것이야 라며 선거관리 위원회 역할을 한다면, 내가 대통령을 하지 않는다고 입다물고 가만히 있을 일일까? 당장 대통령이 뽑히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 안되는 대통령이 뽑힌다 하더라도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우리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 일했던 임원들끼 다음 해에도 그들이 하길 원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한다해도 정당한 룰을 지켜 회장을 뽑는다면 아마도 나는 작년처럼 학부모총회의 임원선출을 풍경으로 삼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들은 룰을 지키지 않았다.

누군가는 또 내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학부모회의 일을 도와준 적도 없고 가만히 있었으면서 학부모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만들려고 노력도 한 적이 없으면서 어느 날 갑자기 임원이, 선출의 잘못된 방식만 물고 늘어지니 당신은 튀고자 하는 것이지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니야?"

나는 또 변명을 한다. 나는 그 거대한 학부모 회의 제도와 그들의 활동의 흐름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바꿀 능력이 없다. 지속적이면 부단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이건 나의 타고난 본성을 내가 인정하는 바이지 결코 합리화가 아니다. 어렸을 적 나는 나의 능력이 탁월한 줄 알았고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했었다. 뛰어들어 소리를 지르다가 금새 열정이 식어버리고 잊어버린다.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부당한 일이 벌어질 때 침묵하지 않고 말할 수는 있는 사람이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 펼쳐질 때 분노 할 수 있고 '꿱'하고 소리는 지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냥 교장선생님이 '이게 맞아요'라고 할 때 내 생각이 동의 못한다면 '아닌데요'정도는 말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얼마나 오만하면 얼마나 학부형들을 우습게 보면 학부형도 아닌 전회장이 학부모회의를 주관하고 임원 추천을 하는 것일까? 최소한 예의가 있다면 짜고치는 고스톱도 정당한 절차는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뭐가 귀찮아서 어떤 권위가 누르고 있다고 잘못된 선거에 우리가 침묵해야한 하나? 선거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욕먹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인가? 나는 변명한다. 내가 고칠 수 있고 투사가 되어야만 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잘못이라고 느꼈을 때 하는, 작은 발언이 잘못된 것을 고치를 시작이며, 우리 사회가 이런 발언을 비난하지 않아야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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