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리세 지역의 꽃 재배지 모습
 리세 지역의 꽃 재배지 모습
ⓒ 장혜경

관련사진보기


2014년에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 참가해 꽁꽁 언 얼음 위에서 스피드를 즐기던 쌍둥이 형제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봄정원에 메달을 들고 찾아왔다. 올해 봄정원 쾨컨호프(Keukenhof, 3월 20일~5월 18일)의 홍보대사는 다름 아닌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트에서 오렌지 바람을 일으킨 뮬더 형제다.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것들에는 튤립과 풍차, 나막신 등이 있는데, 스피드 스케이트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해마다 다른 나라의 문화 체험을 테마로 행사를 진행했던 쾨컨호프에서 올해 국가 테마를 자국인 네덜란드로 정했다. 이유는 2014년 세계적인 나라로 부상한 네덜란드를 축하하기 위해서다. 동계올림픽에서 다수의 메달을 따는 등 쾌거를 올린 것과 더불어 최근엔 핵안보 정상회담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렸다. 또 4월 27일은 네덜란드에서 처음 맞는 '왕의 날'이기도 하다. 때문에 올해 쾨컨호프는 네덜란드의 전통적인 행사를 마련해 세계 곳곳에서 찾아오는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 쾨컨호프(Keukenhof, 3월 20일~5월 18일)의 홍보대사인 뮬터 형제
 올해 쾨컨호프(Keukenhof, 3월 20일~5월 18일)의 홍보대사인 뮬터 형제
ⓒ 장혜경

관련사진보기


65년 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세상 사람들에게 봄꽃의 향연을 보여줬던 쾨컨호프. 한 해에 딱 두 달간만 문을 여는 이곳 관람객의 75%가 외국인들이다. 한 해 약 80~90만 관람객이 이곳을 찾는데, 쾨컨호프의 매력은 무엇일까?

쾨컨호프가 1년에 딱 두 달만 문을 여는 이유

네덜란드 남홀란드(zuid holland)지방은 꽃 재배지로 유명하다. 특히 쾨컨호프가 있는 리세(Lisse)지역에는 이맘때면 알록달록한 색을 지닌 꽃밭이 펼쳐진다. 보는 사람들에게 봄의 신비를 선사하는 꽃밭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쾨컨호프 정원을 장식하는 꽃들은 튤립, 수선화, 히아신스, 백합 등의 구근식물들이다. 쾨컨호프측은 개장을 하지 않는 나머지 기간 동안 700만 구근을 관리한 뒤 꽃이 개화하기 시작하는 3월 중순부터 만개하는 5월 중순까지 8주 동안 관람객들에게 공개한다.

실속 없는 일은 결코 하지 않는 사람들로 유명한 네덜란드 사람들이 1년에 단 두 달 동안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려고 32헥타르나 되는 방대한 공간을 관리한다니... 아무래도 관광객들에게 보이기 위해서만 이곳을 아름답게 꾸미진 않을 터. 그렇다면 어떤 이유가 있을까?

리세 지역의 꽃 재배지 모습
 리세 지역의 꽃 재배지 모습
ⓒ 장혜경

관련사진보기


리세 지역의 꽃 재배지 모습
 리세 지역의 꽃 재배지 모습
ⓒ 장혜경

관련사진보기


쾨컨호프 정원은 네덜란드 화훼산업에 꼭 필요한 곳이다. 이곳에 판매할 구근을 전시하기도 하고, 전 세계에서 날아온 바이어들은 이곳에서 구근을 고른다. 결국 전시장과 판매장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쾨컨호프를 꾸려가는 운영의 주체는 전 세계로 구근을 수출하고 있는 100개의 생산업체들이다.

매년 쾨컨호프 정원의 테마가 정해지면 정원 디자이너의 디자인에 따라 생산업체들이 구근을 직접 심고 관리한다. 더불어 30여명의 정원 관리자들은 관람객들을 맞는 8주 동안 정원의 상태를 점검하고 꽃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관리한다.

사실 서유럽 중 가장 먼저 튤립이 전해진 곳은 따로 있다. 벨기에 안트베르펜에는 16세기에 튤립이 전해졌다. 하지만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꽃으로 튤립이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는 1949년 리세지역에 만들어진 쾨컨호프 덕이라고 할 수 있다.

화훼 수출 1위 될 수 있었던 건 쾨컨호프 덕

네덜란드의 상징 중 하나로 알려진 나막신
 네덜란드의 상징 중 하나로 알려진 나막신
ⓒ 장혜경

관련사진보기


리세 시장에 의해 화훼 생산과 수출의 근거지 마련을 위한 프로젝트로 시작된 쾨컨호프는 생산자들 조합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쾨컨호프가 세계 화훼 수출 1위 국가로 자리매김하는데 전초기지가 된 셈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꽃 축제가 진행되지만, 형형색색의 색깔과 외형을 갖춘 튤립들을 다 볼 수 있는 곳은 쾨컨호프 뿐이다. 해마다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 개량 튤립들 역시 이곳에서 제일 처음 만날 수 있다. 자연에선 결코 만들 수 없는 색깔인 검정색 튤립도 이곳에 오면 볼 수 있다.

15세기 쾨컨호프는 사냥터의 한 부분이었는데, 이 지역 백작의 주방에 야채를 제공하기 위해 이곳에서 허브를 길렀다고 한다. 쾨컨호프(Keuken 주방 +hof 뜰)란 이름도 이 사연에서 유래된 것이다.

백작이 죽은 뒤 부유한 상인들이 이곳을 산 뒤 쾨컨호프 성을 지어 살았다. 이후 19세기에 주인이 바뀌면서 새롭게 조경을 했고 주변 건물 공사도 했다고 한다. 그 후 1949년 리세 시장은 이곳을 네덜란드 화훼산업의 근거지로 삼기 위해 대대적인 정원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인들에게 수천 종의 구근들이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원으로 유지·관리되고 있다.

튤립을 주제로 한 옷과 조명, 건축물들

쾨컨호프의 풍차
 쾨컨호프의 풍차
ⓒ 장혜경

관련사진보기


2014년 행사의 테마 중 또 하나는 '튤립 디자인'이다. 네덜란드가 세계 속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하는 산업 중 한 분야가 디자인인데, 이에 따라 튤립을 주제로 한 옷과 조명, 건축물 등이 디자이너들의 손에 의해 거듭나고 있다. 이제 쾨컨호프는 구근을 생산해 수출하는 근거지를 넘어 디자인 수출을 위한 전략지로도 활용될 모양이다. 

닐균 옐리(Nilgun Yerli, 네덜란드 국적의 터키인으로 네덜란드에서 알려진 작가)의 글에 이런 대목이 있다.

"네덜란드의 전통적인 것은 무엇일까? 튤립은 터키 꽃이고 델프트 블루는 중국의 도자기 기술이며 심지어 국가(國歌)도 프랑스의 군가에서 유래되었으며 네덜란드 왕가도 독일의 한 주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결국 네덜란드에서 가장 전통적이고 자랑스러운 것은 이 모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네덜란드 사람들이다."

'네덜란드' 하면 튤립을 떠올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쾨컨호프는 꼭 한 번은 다녀가야 할 곳이 아닐까. 8개월 동안 수백만 개의 구근을 테마별로 디자인 해 심고 관리한 후 꽃이 피기 시작하는 3월부터 지는 5월까지 봄꽃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며 손님을 맞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봄 정원, 쾨컨호프.

해마다 쾨컨호프를 찾지만 늘 감탄하는 이유는 꽃을 통해 새로운 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신에게 선물 받지 못했다면 스스로 만들어서라도 살아야 했던 네덜란드 사람들의 의지와 노력 때문이 아닐까.


태그:#쾨컨호프, #네덜란드, #튤립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