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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무용이 섞인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점점 빠져든다.
 음악과 무용이 섞인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점점 빠져든다.
ⓒ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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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무용이 섞인다. 무용수의 움직임에 점점 빠져든다. 상상의 세계는 양 날개를 펼치고 끝도 없이 펼쳐진다. 잠시 꿈을 꾼 것 같기도, 지금껏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도시 어딘가로 여행을 다녀온 것 같기도 하다. 국립무용단의 <회오리(VORTEX)>에 휘말린 기분이 딱 그렇다.

국립무용단은 창단 52년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안무가와의 협업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그 특별한 모험을 함께한 파트너는 테로 사리넨(Tero Saarinen),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무용수이자 안무가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1년 카롤린 칼송 안무의 <블루 레이디>에서 여자 솔로인 작품을 남자 무용수가 추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립무용단과 그와의 협업은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워크숍을 통해 <회오리>라는 작품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번 무대는 작품을 관람하는 이들에게 그 자체로 흥미로운 경험이 된다.
 이번 무대는 작품을 관람하는 이들에게 그 자체로 흥미로운 경험이 된다.
ⓒ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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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천천히 오르면서 작품에 대한 호기심은 더해갔고, 이를 반영하듯 관객들은 몸을 무대 방향으로 기울였다. 무용수 송설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공 속에 무언가를 끌어당기듯 하더니 이내 감싸고, 몸부림치듯 하더니 껴안는다. 이번 무대를 위해 '비빙'이 전곡 새로 작곡한 음악이 무대 왼편에서 라이브로 연주되는 가운데, 노란색 댄스 플로어와 세련된 조명 연출은 무대 위 무용수들만 제외하고 모든 것이 잠시 멈추기라도 한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무대에서 무용수들은 등퇴장이 따로 없이 공연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ㄷ자형 단 위에 앉아 있거나 걸어 다니다 안무에 참여한다. 또 무용수들이 빨간 채를 직접 들고 단을 타악기삼아 치면서 내는 소리와 의상 안에 숨겨진 마이크를 통해 그들의 움직임과 숨소리마저도 음악으로 활용하는 시도는 음악과 안무의 경계를 허문다. 특히, 부채를 형상화한 의상의 주름 날개를 펼쳤다 접는 과정에서 나는 바람소리를 음악에 활용한 시도는 신선함을 넘어 작품을 관람하는 이들에게 그 자체로 흥미로운 경험이 된다.

노란색 댄스 플로어와 세련된 조명 연출은 작품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노란색 댄스 플로어와 세련된 조명 연출은 작품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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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은 위험 부담을 동반한다. 그러나 모험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회오리>는 국립무용단의 기존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면모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무대라는 점에서 매우 반갑고, 관람객으로서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해하려들수록 멀어지겠으나 느끼려한다면 충분히 빠져들고 남을 매우 묘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지선의 공연樂서, #문화공감, #국립무용단 , #회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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