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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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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의 설치 방향을 두고 정부와 여당, 야당과 시민단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정부와 여야 모두 금소원 설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상태다. 금소원이 금융기관의 영업행위 감독 등 소비자보호 업무를 전담하는 안이다. 금소원 설립은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수차례 언급한 금융 분야 주요 공약으로 꼽힌다.

또한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부터 지난해 5만여 명의 투자자에게 금전적 피해를 끼친 동양그룹 사태, 카드사 대량 정보유출 사태와 그로 인한 2차 피해까지 각종 금융사고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금소원의 독립성 여부이다. 정부와 여당은 금융위 산하에 금소원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 쪽은 금융위원회와는 분리된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로 설립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소원 설립 방향이 이해당사자들의 권한 유지나 자리 만들기 등으로 변질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본연의 목적이 희석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현재 정부·여당 방안은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 금융위 밑에 둬야 한다는 쪽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야당의 논리대로라면 금소원은 무시무시한 권력만 갖고 견제는 받지 않게 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금소원은 집행기구로 금융회사들에 여러 제재와 조사를 할 수 있는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이를 금융위가 견제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금융에 대해서 가장 전문적인 금융위 산하에 금소원을 두고 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위 "권한만 생기는 금소원, 금융위가 견제해야"

김기준 민병두 이종걸 이학영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공동 주최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 토론회가 지난 3월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모피아 개혁과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 필요성'을 주제로 열리고 있다.
 김기준 민병두 이종걸 이학영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공동 주최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 토론회가 지난 3월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모피아 개혁과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 필요성'을 주제로 열리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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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감원도 금융위 소관인 만큼 이대로면 금융위가 금감원·금소원이라는 '두 개의 떡'을 손에 쥔다는 게 야당 시각이다. 게다가 금감원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금감원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위 입장에서는 금소원을 자기들 밑에 둬야 (인사) 자리도 많아지고 힘이 세지니 금소원 독립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융소비자 단체는 "금소원이 금융위와 독립되지 않는다면 없는 게 낫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들은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을, 별도의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가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각각 총괄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기웅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책팀 부장은 "금소원의 핵심은 금융위로부터의 독립"이라며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에 대한 부분을 금융위가 다 개입하다보니 감독 부분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금융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금융정책과, 금융사들을 견제해야 하는 감독 기능은 상충되기 때문에 분리되는 게 맞다"며 "금융위가 현재 금감원의 인사권, 예산 등을 다 쥐고 있으니 금감원의 감독 기능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소원에는 소비자를 대변할 만한 인물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위나 기재부 출신들이 금소원에 내려온다면 금융소비자 보호는 물 건너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민병두·이학영·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참여연대·금융소비자연맹·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금융위가 주장하는 것처럼 금융위가 금소원을 지배하는 모델은 결국 금융위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확대시켜 관치금융을 강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금융소비자보호기구는 금융소비자를 위한 것이어야지 금융위와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를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면서 "금융위에게 금소원의 지휘·총괄 기능을 맡긴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태그:#금융소비자보호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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