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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구와 기반시설이 집중된 도시에서 재해가 점차 대형화되고 빈번해지는 추세다. 게다가 기후변화에 따른 태풍·폭우·폭염으로 인해 인명 및 재산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자연재해 피해액이 1970년대보다 약 8.6배 증가했다. 재산피해가 급증한 반면 자연재해에 따른 인명피해는 줄었다. 하지만 대형 재해가 발생했을 때 인명피해가 급증할 우려는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간(1912~2008년) 6대 도시(서울·인천·강릉·대구·목포·부산)의 평균기온이 1.7℃ 상승했고 강수량은 19% 증가했다. 해수면은 43년간(1964~2008) 8㎝ 가량 높아졌다. 최근 10년간(1999~2008년) 우리나라에서 일평균 100㎜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리는 빈도는 385회로 1970~80년대 222회에 비해 약 1.7배로 늘어났다.

이번 세미나에서 최막중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은 기조발표를 통해 신도 개발 시 재해 취약성 등을 평가해 홍수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최막중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은 기조발표를 통해 신도 개발 시 재해 취약성 등을 평가해 홍수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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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국토연구원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국민행복과 국토발전, 생활·안전·미래국토 세미나'를 지난 8일 개최했다. 이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시대에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재해취약지역을 정밀 조사해 관리하고, 각 도시별 방재계획을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도시의 재해유형별 저감대책 시급히 구축해야"

첫 번째 발표에 나선 국토연구원 국가도시방재연구센터 이병재 책임연구원은 '기후변화 및 재해에 안전한 도시구현 방안'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각 도시의 특성별로 재해저감형 도시방재계획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해저감형 도시방재계획은 사전 예방적 대책으로 해당 지역 및 시설의 피해저감뿐 아니라 주변지역에 미치는 재해영향도 감소시키는 기법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기후변화 속도는 전반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강수량은 증가했지만 강수일수는 적어지는 경향을 보이는 등 강수강도가 세지고 평균기온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재해규모가 대형화 돼 가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토지이용, 기반시설 활용 등에 있어 사전 예방적 종합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 도시의 재해유형별 재해저감대책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재 책임연구위원은 도시특성을 고려한 방재지구를 세분화하고 재해취약성과 연계해 방재지구의 지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병재 책임연구위원은 도시특성을 고려한 방재지구를 세분화하고 재해취약성과 연계해 방재지구의 지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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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후변화에 따른 폭우·홍수·산사태·폭염·해수면상승·해일 등 자연재해에 취약한 지역에 대해 도시방재계획 대책을 통한 종합적인 재해저감이 필요한 지구로 지정하면 다양한 재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기상청은 오는 2050년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3.2℃, 강수량은 15.6%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집중호우 일수가 증가하고 강한 태풍의 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도시 지역의 불투수 면적 증가, 지하공간의 활용 증대, 저지대 개발 등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안전성은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역 일대 저지대·불투수 비율 높아 침수 취약"

여름철 도심 침수피해 저감을 위해 빗물저류 장치마련 등 대책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서울 강남역 주변은 2000년 이후 총 4회의 침수피해를 입었다. 주요 침수구역인 강남역은 지형적으로 저지대로 분류된다. 또 이 일대에는 주거지역과 함께 강남대로 및 서초역~교대역 주변에 상업지역이 밀집해 있어 상주·유동인구의 비중이 높다.

이 책임연구원은 "강남역 주변은 상대적으로 저지대일 뿐 아니라 불투수 비율 또한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단시간의 폭우로 최대유출량이 증가하게 되면 하수도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폭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건축 대지 및 도로 주차장 등의 표면을 포장할 때 빗물이 잘 스며드는 투수성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폭우에 취약한 시설물에 대한 사전 현황 파악 및 대피로 확보를 통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어 그는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재해별 방재도시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재해 영향 범위를 검토해야 한다"며 "재해 위험지역 내의 도시공원, 공공시설 등의 기반시설이 재해저감기능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게 하는 건축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도시 재해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도시 기본계획에 있어 기초조사 항목에 '재해취약성 분석'을 추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재해 현상 중 폭염과 가뭄은 주로 시민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폭우와 해수면 상승은 기반시설, 건축물, 시민 모두에게 피해가 발생한다. 폭설은 기반시설과 건축물에 주로 피해를 입히며 시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재해와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한 도로환경 조성해야"

김준기 책임연구원은 교통사고의 34% 가량이 도로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환경개선을 통해 교통사고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기 책임연구원은 교통사고의 34% 가량이 도로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환경개선을 통해 교통사고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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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 국토인프라본부 김준기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OECD와 비교하면 자동차 1만대 당 사망자수는 2.4명으로 OECD 평균인 1.2명보다 많다"며 "교통사고는 차량·도로환경·운전자 세 가지 요인 중 하나 이상에 문제가 있을 경우 발생하는데 이중 도로환경에 의한 교통사고가 34%에 달한다"고 말했다.

교통안전정책 및 안전시설 개선으로 2001년에서 2012년까지 우리나라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연평균 1.38%씩 감소했다. 하지만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일반국도에서 비교적 많이 발생(고속도로의 약 4.8배)하고 있어 도로정책 차원에서 교통사고 저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어 김 책임연구원은 "도로환경 중 자연재해로 인한 결빙·낙석·침수 등의 발생 구간은 도로의 안전성을 저해하고 있다"며 "따라서 잠재적 결빙, 낙석·침수 등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구간을 함께 고려해 도로위험 취약구간을 선정하고 사고예방을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빙·낙석 위험구간을 반영한 객관적 기준 마련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발생 피해 기록에 관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며 실제조사를 통한 과학적 계량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도로안전성 평가·분석기법 개발을 통해 위험 지역에 대한 선택과 투자가 가능해 진다. 또 도로의 안전도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법을 마련할 수 있고, 도로시설계량사업의 체계적 추진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국내 도로교통 안전사업에서 적용하는 지침은 해당시설의 설치 기준만을 정하고 있다"며 "도로위험성의 객관적 정량화 및 사업에 따른 교통사고 감소효과에 대한 예측이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2010년 도로안전편람 발간을 통해 도로안전성 향상 사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기본체계를 마련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유형별 도로안전성을 과학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없어 사전 예방적 사업에 대한 계획수립에 어려움이 있다.

"기후변화 등 미래 위험 대비해 지역회복력 강화 필요"

국토연구원 하수정 책임연구위원은 '지역회복력(regional resilience)을 고려한 새로운 지역정책 방향'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변화, 고령화 시대로의 진입, 경제성장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래 위험요소에 대비한 세계경제의 회복력 강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성장위주의 발전정책 및 전략은 재난이나 위기를 맞았을 때 딛고 일어설 지역의 회복력을 미리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에서 재해가 발생했을 때 외부 충격 정도가 상이하고 이에 적응하고 복원하는 정도도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지역의 회복력 강화가 지역발전 정책의 목표가 돼야한다는 게 하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기후변화 영향이 높아지더라도 지역의 회복력이 뛰어나면 재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만큼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기후변화 적응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그는 "과거 재난이나 위험을 불가피한 결과로 보던 환경결정론에서 정치·사회·경제적 조건들에 의해 피해가 달라 질 수 있다는 회복력 및 적응력이라는 개념이 제시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에서 '지역회복력'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생활·안전·미래국토 세미나, #국토연구원, #국토발전, #기후변화, #재난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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