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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6일째인 21일 오전 실종자 생존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 가운데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바다를 바라모며 슬픔에 잠겨 있다.
▲ '세월호 침몰' 6일째 애타는 가족들 '세월호 침몰사고' 6일째인 21일 오전 실종자 생존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 가운데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바다를 바라모며 슬픔에 잠겨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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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앞에서 나는 무기력증에 빠져들었다.

사고 이후 아침과 저녁, 어제와 오늘의 언론보도에는 생존자 구조 소식은 없고 차가운 주검들의 소식만 들려온다. 그런 와중에 전 국민을 해양학 박사라도 만들려는 듯 전문가들이 나와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사후약방문, 뒷북치기에 불과하다. 이런 와중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자괴감에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언론 보도를 통해서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이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뿐이다. 아무런 전문성도 없고, 게다가 진실성조차도 없다. 사고 초기 전원이 구조되었다는 오보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한 명의 희생자도 없게 하라'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점수를 따려던 속내는 속절없는 것이 돼 버렸다.

사고 이후, 생존자를 어떻게 구조할 것인가에 집중하기보다, 누구의 잘잘못인지를 밝히는 데 집중하고, 누구에게 이 책임의 올가미를 씌울 것이며, 자신들은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지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지금도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할까에만 여념이 없는 정치권의 모습과 인간의 주검 앞에서조차 그들을 조롱하는 사회현실을 보면서 환멸을 느낀다.

먼저,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그곳을 방문했다는 것만으로 당신들의 무능함이 면피될 것으로 생각하는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행보를 해야 표를 더 얻을까에 연연하지 말고, 김문수 경기도지사처럼 "내 지역구가 아니라서 힘이 없다"는 식의 허튼짓하지 말고 진정성을 가지고 현장봉사를 하려는 마음을 가진 정치인들은 없는가?

그러면서 국민의 머슴이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허튼소리로 국민에게 표를 구걸하는가? 그 많은 정치인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국민의 혈세로 떵떵거리며 살아가면서도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인들. 이번 세월호 참사조차도 표 구걸에 어떻게 이용할까 골몰하는 정치인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이런 대참사 앞에서 무능함의 극치를 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다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지난 대선 국기기관의 불법선거개입으로 대통령직에 앉았으면서도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 불법을 저지른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대선 당시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쏟아낸 공약들을 휴짓조각처럼 여기는 대통령. 간첩 조작질을 해대는 국정원 수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리조트 건물 붕괴로 대학생들이 죽자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고는 정작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은 어찌 이리도 무능할까.

미사여구만 늘어놓고 오로지 지지율만 믿고, 불리하면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밀리고 밀려야 겨우 사과나 하는 대통령을 어찌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법과 규정을 어기고 매뉴얼을 무시해 사고원인을 제공한 사람들과 침몰 과정에서 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사람들, 또 책임을 방기했거나 불법을 묵인한 사람 등 단계별로 책임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발 말대로 좀 해달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달라. 그 지위고하를 막론하고에 대통령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고의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일베충과 막말을 쏟아내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실종자들과 그 가족과 이번 사고 때문에 아파하는 이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막말을 하는 이들은 도대체 제정신인가 묻고 싶다.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은 실종자 가족 중에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이들이 있다'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유언비어를 날조했다. 일베충들은 실종자들을 '유족충'이라고 비하하고,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의 아들이라는 이는 실종자들의 행위가 미개하다며 훈수를 둔다.

이런 막말들은 실종자 가족에게만이 아니라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국민 모두에게 비수를 꽂는 일과 다르지 않다.

참담하다. 반백 년 이상을 이 나라에서 살아오면서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것이 이토록 부끄럽고, 통탄한 때는 없었다. 세월호의 침몰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미 대한민국은 침몰당하였는데, 그 위급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사고에도 이렇게 절절 매고 우왕좌왕하는 정부가 위급한 상황에서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선장처럼 다 버리고 저만 살겠다고 하지 않겠는가?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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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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