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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세월호 사건 발생 당일이었던 지난 16일,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체육관을 찾은 장관이 구급 약품이 놓여 있던 상에서 컵라면을 먹어 구설에 오른 일이 있었습니다. 논란은 작지 않았습니다.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주장과 '그저 밥을 먹었을 뿐인데 가혹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죠.

그리고 어제, 사건 발생 정확히 일 주일이 되던 날. '대통령의 입'이라 불리는 청와대 대변인이 아래와 같은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알려집니다(관련 기사 : "라면에 계란 넣어 먹은 것도 아니고..." 청와대 대변인의 '서남수 장관 감싸기').

"(서남수 장관이)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 쭈그려 앉아서 먹은 건데 팔걸이 의자 때문에, 또 그게 국민 정서상 문제가 돼서 그런 것이다."

'라면' 먹은 건 차라리 이해해도...

저는 저 말이 무슨 말인지 솔직히 아직도 백 퍼센트 이해는 못 하겠습니다. 저 말을 고스란히 뒤집으면, '컵라면이니까 괜찮고, 의자에 팔걸이만 없었어도 문제가 아닌데, 국민 정서가 문제'라는 말이 되잖습니까.

제 이 말이 고작 '말 비틀기 장난'에 불과해 보이는 분들도 계시겠죠. 그러나 저 말이 정확히 무슨 소리인지는, 민병욱 대변인 본인조차도 말을 비틀거나 돌리지 않고는 설명이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이 '계란 발언'에 대해 문제의 발단이 된 '라면 사건'보다 더 분노합니다. 대변인의 발언은 '계란 발언'으로 불리고 있으나, 그가 하려던 말은 계란도 팔걸이도 아닌 '국민 정서'죠. 그렇습니다. 그는 서남수 장관이 정말 지금 받고 있는 비난만큼의 잘못을 해서가 아니라, 그의 행동이 '국민 정서'에 어긋나기 때문에 비난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그냥 생각만 해도 될 것을 굳이 밝힌 이유는 뭔지나 묻고 싶군요. 저래 놓고 보도를 자제해 달라니, 모든 언론이, 알 권리를 지닌 국민보다 권력을 더 두려워한다고 생각한 걸까요?

물론 대변인의 생각엔 일리가 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이 오열하는 공간에 가서 구급약품마저 밀어버리고 씩씩하게 라면을 잡수시는 장관님 모습은 국민 정서에 '심히' 어긋납니다. 그러나 대변인의 저 발언엔 대중이 분노하는 이유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어요. 정말 정서에 어긋나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것일까요? 정서상 문제가 되는 건 B급영화나 걸그룹 섹시 댄스에나 할 말입니다. 정말로, 팔걸이만 없었어도 이런 논쟁이 없었을까요?

대변인이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

전 사실, 서남수 장관이 분명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은 맞으나 죄에 비해 비난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적절하다는 덴 동의하면서도, '좀 어디 안 보이는 데 가서 드시지…'하는 생각이었죠.대변인이 '계란을 넣은 것도 아니고' 어쩌고 하며 횡설수설 하고 싶었던 말도 사실은 제가 생각했던 그 말인지도 모릅니다. 크게 보면 대변인과 저는 생각이 같은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분노합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물으신다면, 누리터에 오래전부터 떠도는 이 우스갯소리를 들려드리고 싶군요. '아이들이 그럴 수도 있죠'란 말은 그 아이 부모가 해서는 안 되고, '손님은 왕이다'란 소리는 손님이 해서는 안 된다고. '저 양반도 일 터지고 얼마나 피곤했겠어'같은 소리는 국민이 할 말이지 대변인이 할 이야기는 아닙니다. 비록 그것이, 비공식 발언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실종자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던 행동과, 그들 앞에서 라면을 먹는 행동, 이 모든 논란이 결국 '국민 정서랑 안 맞아서'라는 대변인의 '개인 생각'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바로, 공감력 부재입니다.

그들의 슬픔에 깊이 공감한다면 어떻게 기념사진을 찍을 생각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반은 쓰러져 있고 나머지 반은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그 한 가운데서 라면을 먹는 장관은 또 어떻고요. 대변인의 발언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념사진 공무원'과 '라면 장관'에 대해 대중들이 왜 분노하는지, '공감'했다면, 저런 실언도 없었을 겁니다.

공감은 소통의 전제입니다. 소통은 '우리'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사람의 기본이고요. 우린 그들에게 무슨 소통을, 어떠한 공감을 기대해야 할까요?


태그:#세월호, #민병욱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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