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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일요일처럼> 책표지.
 <언제나 일요일처럼> 책표지.
ⓒ 필로소픽,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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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일요일에 주로 어떤 일들을 하시나요? 주중에 받는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가족들과 여가 생활을 보내시는 분들, 평소에는 만날 수 없는 친구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분들, 평일에는 시간 부족으로 할 수 없었던 취미생활을 즐기시는 분들 등 주말을 알차게 보내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수면 보충을 위해 하루 종일 침대에서 빈둥거리거나 집에 콕 틀어 박혀서 TV를 보시는 경우가 가장 많겠죠?

저는 보통 토요일에 도착하는 <오마이뉴스> 책사랑 서평단에서 보내준 책들을 읽거나 한 주 동안 읽었던 책들 중에서 서평을 쓸만한 책들을 골라 글을 쓰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휴일 오전은 거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고 글을 쓰다가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낮에 집 근처 도서관이나 대학 도서관에서 낮 시간을 보내고 집에 들어오곤 하죠.

이처럼 사람마다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요일은 주중에 누릴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만약 일주일 내내 일요일이라면 여러분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요? 오늘은 많은 분들에게 꿈만 같은 이야기를 제목으로 정한 한 게으름뱅이의 책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톰 호지킨슨의 <언제나 일요일처럼>입니다.

영국의 어느 즐거운 게으름뱅이가 쓴 게으름에 대한 찬미

저자 톰 호지킨슨은 게으름뱅이들의 사상을 공유하는 잡지 <아이들러(The Idler)>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의 잡지는 마감시간이 없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그는 주로 집 안에서 뒹굴며 원고를 쓰고 자신의 집을 개조해서 만든 술집에서 밤새 친구들과 어울리다 창밖으로 동이 트는 것을 바라보는 취미를 가지고 있답니다.

그런 그가 쓴 <언제나 일요일처럼>은 게으름을 찬양하는 아주 독특한 책 입니다. 24시간을 한 시간 단위로 쪼개서 그 시간에 어떻게 게으름을 피우면서 인생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보내기도 하고, 유명한 철학, 소설, 시, 역사서에서 게으름에 관련한 글들을 모아 놓은 도서 추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하며, 이 처럼 게으르면서도 훌륭하게 성공한 사람이 많다는 증거로도 쓰일 수 있는 책입니다.

"5분만... 5분만..."하면서 아침에 침대 속에서 빈둥거리기, 여유 있게 차 한 잔 마시기, 명상하기, 담배 피기, 친구들과 술 마시며 떠들썩하게 놀기, 그리고 섹스까지 24시간 동안 그 시간에 걸맞은 다양한 게으름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자료들을 인용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철학자들이나 사상가들도 많이 등장하지만 오스카 와일드, 마크 트웨인, 조지 오웰, H. D. 소로우와 같은 작가들이나,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구스타브 모로와 같은 화가들, 비틀즈의 존 레논과 같은 음악가들이나, <플레이보이> 창간자 휴 헤프너 등등 무수히 많은 유명인들 작품 속의 게으름에 대한 묘사나 그들 스스로가 얼마나 게으름뱅이였는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팍팍한 일중독 문화에 저항하는 게으름뱅이의 불손한 혁명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을 독특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많은 이들을 노예처럼 살게 만든 서구의 일중독 문화를 공격하는 혁명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직업을 통해서 인간의 사회화가 이루어진다는 주장에 저자는 이렇게 대꾸합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절대 믿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엄청난 금액의 복권에 당첨된 뒤에도 저임금의 공장 일을 계속하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케케묵은 미담 속에서가 아니라면 대부분 사람들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 AM 09:00 비참한 일의 세계 中. p.28.

산업사회 때문에 인류는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지만 받는 임금은 비슷하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규격화된 근무 시간을 맞추기 위해 게으름뱅이들에게는 필수적인 늦잠과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박탈당하고 출근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선술집에서 밤새 떠들며 술판을 벌이지도 못한다고 토로합니다.

게으름뱅이들이 빈둥대면서 시간을 보내기 탁월했던 커피숍은 '일의 능률'이라는 불쾌한 향기를 풍기는 현대식의 카페로 대체되었고, 아예 이곳에 노트북을 들고 나와서 일을 하는 직원들이나 점심을 여유롭게 먹을 수도 없어서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고 다시 일터로 뛰어가는 '인간 기계'들에게 연료를 재충전하는 주유소가 되고 말았다고 저자는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아마 저자가 권하는 빈둥거림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서는 직장을 포기하거나 근무시간에 부담이 없는 예술가나 프리랜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마지막 장 'AM 07:00 꿈꾸는 세상을 위하여'를 통해 진정한 게으름꾼들이라면 꼭 지켜야 할 덕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환상과 공상' 뿐만 아니라, 국세청, 요금 청구서, 관공서, 대출, 기저귀와 같이 현실에 실재하는 '현실 세계'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우리 모두 함께 사는 사회 속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하지 않고 너나 할 것 없이 빈둥거린다면 저자가 추구하는 즐거운 빈둥거림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 입니다. 아직 꿈과 현실을 하나로 모으기 익숙하지 않은 저에겐 일요일이 일주일에 단 하루 있는 게 오히려 더 달콤하고 즐겁다고 생각되네요.

아주 독특한 성격의 책이기에 옮긴이의 말조차 없는 단순히 원작의 번역에 그친 번역서는 다소 아쉽습니다. 책 속 여기저기 등장하는 게으름을 찬미하는 작품들을 책의 말미에 부록으로 모으는 등의 편집이 있었다면 더 인상적인 책으로 남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 <언제나 일요일처럼>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서평] <언제나 일요일처럼> (톰 호지킨슨 씀 / 남문희 옮김 / 필로소픽 / 2013.03 / 13,800 원)

이 글은 기자의 블로그(mimisbrunnr.tistory.com)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언제나 일요일처럼 - 떳떳하게 게으름을 즐기는 법

톰 호지킨슨 지음, 남문희 옮김, 필로소픽(2014)


태그:#톰 호지킨슨, #언제나 일요일처럼, #필로소픽, #게으름뱅이, #일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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