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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와 관련, 새누리당이 선거운동 중단을 당 지침으로 정했지만(파란색 네모캄 참조) 태안지역 후보들은 여전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새누리당 홈페이지 세월호 참사와 관련, 새누리당이 선거운동 중단을 당 지침으로 정했지만(파란색 네모캄 참조) 태안지역 후보들은 여전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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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악수를 청하던 손에 휴대폰을 황급히 닫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관련 뉴스를 읽다가 '공유하기' 버튼을 클릭하려던 찰나였습니다. 얼떨결에 맞잡은 손에는 명함이 쥐어졌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한마디.

"새누리당 이기형입니다."

그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서산태안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지역 정치인입니다. 새누리당 성완종 국회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2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자 최근 서산태안 지역은 재선거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몇 발자국 옮기자 이번에도 똑같이 명함을 주며, 악수를 청하는 손이 길을 가로막습니다. 명함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새누리당 태안군의회 의원후보 이용희"

두 장의 명함을 손에 쥐고 교육장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대강당 앞 쪽에서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시도하는 이가 눈에 띕니다. 곧장 스마트폰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접속해 예비후보자 명단을 살폈습니다. 익숙한 얼굴 옆으로 신상정보가 적혀 있습니다. 

"새누리당 태안군 가선거구 예비후보자 송낙문"

바로 어제(22일) 오후 2시 즈음, 민방위교육을 받기 위해 충남 태안군청 대강당을 찾았을 때 겪은 일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새누리당이 중앙당 지침으로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요즘, 온 국민이 대외활동을 자제할 정도로 사회적 분위기는 그야말로 침통합니다. 하지만 여야가 사회분위기를 감안해 '선거운동을 중단한다'는 약속과 달리 6·4지방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자들은 여전히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민정서와 동 떨어진 행보입니다.

비단 충남 태안군의 문제만은 아닌 듯합니다. 연일 언론보도를 통해 곳곳에서 약속을 어기고 선거운동을 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런 식이면 "왜 지키지도 못할 선거운동 중단을 지침으로 정했는지" 되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23일 충남 태안군선거관리위원회에 전화해 당과 후보의 엇박자 행보에 관한 선거법 위반 혐의가 없는지 물었습니다. 답변은 이렇습니다.

"선거운동 중단은 당 차원에서 자기들끼리 약속한 것이라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적용 법률도 없습니다. 요 며칠 같은 질문이 하루에도 수십통 걸려오는데, 선관위에서 제재할 방법은 없습니다."

선거법 저촉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통의 문의전화가 걸려 온다는 것을 보니 불편함을 느끼는 시민이 상당수 되는 듯합니다.

지난 22일 충남 태안군청 대강당에서 실시된 민방위 교육현장에서 6.4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명함과 악수를 하는 등 새누리당의 지침과는 어긋난 선거운동을 했다.
▲ 민방위 교육장 찾은 후보들 지난 22일 충남 태안군청 대강당에서 실시된 민방위 교육현장에서 6.4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명함과 악수를 하는 등 새누리당의 지침과는 어긋난 선거운동을 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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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경험한 태안 출마자, 세월호 참사 잊지 말아야

혹자는 '선거철인데 그까짓 명함 좀 돌리는 거 어떻냐?'고 반박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 가는 말입니다. 오랫동안 선거준비를 했던 후보자들로서는 하루하루가 천금과도 같은 시간일 것입니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도 아까운 선거운동 기간입니다.

하지만 출마자는 '국민의 대변자'를 자처한 이들입니다. 국민이 기뻐할 일들과 고통 받는 이들의 아픔을 덜어주겠다고 나선 이들입니다. 고로 출마자들에게 '이치에 맞는 일'이란 오로지 '민심을 따르는 것'일 듯합니다. 국민은 '당선만 목적을 둔 후보'가 아닌 '당신을 위해 일해 줄 후보'가 필요합니다.

물론 당은 당대로 후보는 후보대로 쏟아지는 비난에 할 말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여야의 섣부른 선거운동 중단 선언이 오히려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고 국민들의 화를 돋우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즉, 여야의 선거운동 중단 선언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잇따른 고위직 공무원과 정치권 인사들의 어긋한 언행에 국민들의 공분이 높아져 사회 전반에 불신이 팽배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때문에 사소한(?) 약속으로 치부할 수도 있는 '여야의 선거운동 중단 헛구호'가 국민들의 분노를 키우는 또 다른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입니다.

따라서 여야가 '선거운동 중단'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지침을 어겼을 때 얻게 되는 불이익을 명확히 하는 확실한 입장정리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판은 더욱 혼탁해질 것이고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급격히 높아질 것입니다.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할 시기입니다.  

끝으로 태안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에게 당부 드립니다. 태안지역은 2007년 기름유출사고와 2013년 해병대캠프 참사를 겪은 지역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태안의 아픔을 위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123만 자원봉사자가 있었기에 태안은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또,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아픔을 겪은 유가족들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부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나몰라 하지 마십시오.

덧붙이는 글 | 정대희 기자는 2014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지방선거특별취재팀에서 활동합니다



태그:#새누리당, #6.4지방선거, #선거운동 중단,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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