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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사고에 대해서도 여지없이 인재란 수식어가 붙었다. 인재란 사람이 불어온 재난이란 뜻이다. 그런데 사람이 초래한 재난이라고 모두 같을 수는 없다. 우선 개인적 차원에서는 고의인가, 과실인가에 따라 그 심각성이 달라질 것이다. 법원이 과실 사건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항목이다. 그리고 과실 당사자의 사회적 위치와 사건의 사회적 맥락과 파장, 즉 사안의 심각성도 주요한 변수이다. 어떤 위치의 사람이 어떤 과정에서 이같은 재난을 초래했으며, 그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가도 복합적으로 따져야할 것이다.

네살바기가 단순히 불장난을 했다면, 대한민국을 다 태웠어도 무기징역을 운운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가장 눈에 띄면서 손쉬운 지탄의 대상은 세월호의 선박직 승무원이다. 23일 현재 구조된 15명중 7명은 이미 구속되고, 4명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신속한 수사 확대에서 여론이 가진 분노의 깊이를 가늠케한다. 물론 구체적인 죄명을 따지는 일은 수사기관에서, 유무죄와 그 책임의 무게는 법원에서 판단할 것이지만, 모든 국민들은 최소한의 책임 의식마저 저버린 그들의 행동에서 분노를 넘어선 수치와 절망을 느끼고 있다. 오죽하면 재판도 시작하기에 앞서 고의성이 입증된 경우에만 엄격하게 적용되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항목을 적용하자고 하겠는가?

그런데 이들이 거대한 '몸통의 깃털'에 불과하다면, 우리는 그 분노의 많은 부분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 정말 제대로 된 분노의 표적을 발견해서 쏟아 붓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에도 여지없이 깃털만 불사르고, 순간의 후련함을 느낀 뒤,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어리숙한 관용'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자녀와 그리고 손자, 손녀를 또 다른 대형 참사 앞에 여지없이 노출시킬 것이다.

이제 깃털에서 한꺼풀만 벗겨내면, 한 푼만 아낄 수 있어도 '알바 선장'을 채용하는 경영진이 버티고 있음을 쉽사리 알 수 있다. 운항 요건만 채운다면 최대 정원이 천여명에 이르는 여객선의 선장조차 일용직을 채용하는 경영진이 깃털의 1차적 배후라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에 대한 분노의 강도가 더 강해져야하는 것이 상식이다. 선장은 어쩌면 애초부터 직무 의식을 기대할 수 없는 한계를 내포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좌초 이후부터 그 모든 행적이 딱 알바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용서할 수는 없지만, 죄를 묻기에는 너무나 한심하다면, 그런 한심한 일을 기획하고 연출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로 인해 무엇인가 이득을 보았을 것이고, 그 사람이 몸통이 될 것이다. 직접 행위를 하지 않았어도 죄질이 더 나쁜 자를 '교사범'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한 차원 더 높은 분노가 쏟아져야한다. 왜냐하면 교사범을 잡지 못한다면 그 대리인은 언제든지 양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교사범에도 질적이 차이가 있다. 경영진은 이윤의 논리로 무장,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결국 시장의 승부를 수용하게 된다. 하지만 적지 않은 기업주는 소유의 원리에 따라 생존의 논리에 빠져 있을 수 밖에 없다. 결국 기업주가 경영주를 지배한다면 기업은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괴물'이 된다. 따라서 더 나쁜 배후가 있다면 더 많이 분노하고 반드시 색출해야한다. 일만 터지면 '휠체어를 타고 악어의 눈물'을 보이는 이들이 몇 년이 지나도 버젓히 살아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진화 정도가 아직 '늪지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세모'라는 이름을 들어본 세대는 참으로 질긴 자본의 생명력을 이번 사건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대형 사고에는 질 나쁜 교사범도 있지만, 저열한 방조범과 배후의 암묵적이거나 노골적인 공범도 있기 마련이다. 1995년 6월 29일 해질 무렵, 삼풍 백화점이 붕괴된 이후 수사과정에서 복마전처럼 얽히고 설킨 인허가 비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숱한 세월에 거쳐 백화점 건물을 서서히 균열시키고 붕괴했는지 실감케 했다. '건축 마피아', '해양 마피아', '법조 마피아', '사학 마피아'웬 놈의 마피아가 그리 많은지, 이번에 '해양 마피아' 하나라도 확실하게 잡아내야한다.

대형 사고가 터지면, 순식간에 주변인이 생긴다. 그리고 일부 주변인들은 그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사건에 드리우기 마련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많은 생명이 묻혀 신음하는 폐허를 밟고 다니며 '보석 부스러기'를 찾아 헤매다가 절도범으로 기소되면서, 국민들에게 분노와 허탈감을 주었다. 이제는 폐허 대신 가상공간에서 악플과 유언비어를 부지런히 양산하고 전파하는 주변인이 번지고 있다. 여기에 개인적 사욕까지 더해진 이들을 찾아 책임을 묻고, 사안이 중하다면 처벌해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들 모두의 배후에는 어쩌면 영원히 처벌할 수 없을지 모르는 는 몸통의 결합체가 자리 잡고 있다. 바로 '돈이 되면 무엇이든 한다'는 '탐욕이 만든 재앙의 시스템'이다. 국민 안전 행정망을 구축하자는 정치적 구호는 '돈의 논리' 앞에서 얼마나 무기력한지, 이번 사고를 통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수 없는 우연이 겹치고 겹친 듯 보이지만, 모두가 예외 없이 '탐욕의 논리'에 따라 정밀하게 설계되었음을 자인하게 된다. 기업은 물론 공직사회에, 각종 이권단체까지, 일용직에서 엘리트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그 설계에 개입하면서 수년동안 일사불란하게 착착 진행한 재앙의 과정이 세월호에 응축된 것이다. 그리고 '어른이 만든 세상에서, 어른이 시킨 대로 행동한 학생들'이 침몰하면서, 우리사회의 도덕과 신뢰를 갈아엎는 '거대한 멧돌'의 완성을 생생하게 목격한 것이다. 선박이 침몰하면서 구명 조끼를 입고,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 않고 부스에 잔뜩 웅크리며, 서로 손을 맞잡고 생명을 의지하던 아이들의 순수함을 눈앞에서 놓쳐 버리고 말았다. 대신 씻을 수 없는 국민의 상실감과 분노가 솟구쳐 이 거대한 괴물을 응시하고 있다. 어떻게 승부가 날지 또한 여전히 어른의 몫이다.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늘 생각해보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하지 않는 내용이다.]

* 수컷 말코손바닥사슴의 뿔은 외부 포식자에 맞서는 무기가 아니라 번식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무기다. 이런 싸움에 서는 뿔의 상대적인 크기가 중요하다. 돌연변이를 통해 큰 뿔을 가지게 된 수컷들은 경쟁자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므로 이런 돌연변이는 빨리 퍼져간다. 이런 돌연변이는 개별 말코손바닥사슴의 번식 적합성은 높이지만 종족 전체에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다. 뿔이 커지면 숲이 우거진 지역에서 기동력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잡아먹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개별 사슴에게는 큰 뿔이 이득이고, 집단에게는 작은 뿔이 유리하다. 수컷들의 뿔 경쟁에서는 상대적인 크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사슴이 뿔의 크기를 절반으로 줄인다면 개별 사슴들도 손해 보지 않고, 집단에게도 유리하다. 하지만 어떤 사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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