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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라 민주주의여!'란 주제로 열린 이 날 행사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오월 영령에 대한 묵념,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 합창, 추모음악 공연 등으로 약 1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다.
 '깨어나라 민주주의여!'란 주제로 열린 이 날 행사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오월 영령에 대한 묵념,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 합창, 추모음악 공연 등으로 약 1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다.
ⓒ 구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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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18 아이가, 민주화 운동..."

주말이면 나들이 나온 가족과 연인들로 북적이는 2·28 기념공원(대구 중구),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공원 입구에 펼쳐져 있는 현수막을 보고는 "아빠, 저게 뭐야?" 라고 묻는다. 아버지는 투박한 대구 사투리로 그 날 광주에서 있었던 일 딸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오늘(일) 오후 6시 2·28 기념공원에선 5월 광주를 추모하는 기념식이 열렸다. 행사장 주변에는 5·18 관련 단체 회원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기념식을 지켜봤다. 특히 본 행사에 앞서 오후 1시부터 진행된 5·18민중항쟁 사진전은 일반 시민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주윤정(40)씨는 초등학교 4학년인 딸 김다나 양과 딸의 친구인 김두나 양과 함께 사진전을 관람하며 "오늘은 국가가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날"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얘들이 어려서 알아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역사와 민주주의를 가르쳐주고 싶어서 오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2.28 기념공원(대구 중구) 입구, 5.18민중항쟁 34주년 기념 및 정신계승 문화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2.28 기념공원(대구 중구) 입구, 5.18민중항쟁 34주년 기념 및 정신계승 문화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 구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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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중항쟁 사진전 작품 중 하나. '양복 입은 교수가 눈에 뛴다'는 사진 설명이 붙어 있다.
 5.18민중항쟁 사진전 작품 중 하나. '양복 입은 교수가 눈에 뛴다'는 사진 설명이 붙어 있다.
ⓒ 5.18 기념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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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라 민주주의여!'란 주제로 약 200여 명의 시민과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 날 행사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오월 영령에 대한 묵념,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 합창, 추모음악 공연 등으로 약 1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다.

추모식을 주최한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는 세월호 참사 때문에 평소보다 소박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지부장인 이상술씨의 기념사에서 세월호 참사를 두고 나타난 정부의 무능을 규탄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5·18 정신의 훼손과 방관으로 비롯된 것으로 성찰과 반성에 의한 친일, 독재 역사청산"을 강조했다.

80년 대구에선 무슨 일이?

이날 만났던 5·18구속부상자회 회원들은 하나 같이 "그날 광주로 인해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들 대부분은 광주 민주화 운동 진상규명, 비상계엄 철폐, 전두환 군부독재 퇴진을 요구하며 학생 운동에 참여했던 분들이다. 군부 정권에 의한 구타, 고문 피해자들도 상당하다. 그날의 '동지', 그날의 '영웅'들이 해마다 5월에 모여 광주를 방문하고 대구에서 5·18 민주화 운동 추모식을 주최한다. 

현재 5·18구속부상자회 사무처장인 변대근씨는 80년 당시 계명대학교 학생대표였다. 2011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5월 14일 계명대학교 학생 500여 명이 대구백화점 앞에서 연좌시위를 하던 중 골목마다 지키고 있던 군인들에게 잔인하게 진압 당했다.

전경이 아닌 포항에 있던 해병대가 경찰복장을 하고 진압을 해서 많이 다쳤다고 한다. 200여 명 정도가 50사단 연병장에 끌려갔고 군인들은 학생들을 좁은 실내에 몰아넣은 뒤 최루탄을 터트리고 심한 구타를 했다. 소식을 들은 경북대와 영남대, 그리고 계명대 후발대 학생들이 시내로 나오면서 시위는 점점 과격해졌다.

주윤정(40)씨가 초등학교 4학년인 딸 김다나양과 딸의 친구인 김두나양과 함께 5.18민중항쟁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다.
 주윤정(40)씨가 초등학교 4학년인 딸 김다나양과 딸의 친구인 김두나양과 함께 5.18민중항쟁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다.
ⓒ 구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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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각자의 길로 흩어져 어떤 이는 대학 교수가 되었고 어떤 이는 대구지역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 중 한 명인 김기수씨는 경북대 지리학과 80학번으로 학생 운동에 열심이었다. 한때는 금속노조 지부장을 지내다 현재는 지역에서 협동조합운동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30년이 넘게 흘렀다. 대구 한번 바꿔보자고 다들 열심히 했는데 대구는 아직도 그대로 인 것 같아 부끄럽다"고 지난 시간을 회고했다. 

그럼에도 김기수씨를 포함한 5·18구속부상자회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그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그 중 하나로, 2014년 6월 8일 오후 1시 대백 광장(대구 중구)에서 '민주주의 청소년 골든벨'을 개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 벌어지는 역사 왜곡에 맞서기 위해서다. 고교생 50개 팀이 2인 1조 벌이는 퀴즈쇼인데, 올해 두 번째이다. 시험 문제 위주의  '죽은' 역사교육이 아닌 학교 밖 현장에서 벌어지는 '살아 있는' 역사교육을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편지는 개인의 기록이다. 수신자를 한정함으로써 폐쇄적이다. 하지만 이 개인들의 기록이 모여 역사가 된다. 오늘 대구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혹은 선배가 후배에게 광주를 이야기하면서 5·18 정신은 '역사'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이어지고 있다.


태그:# 5·18 민주화 운동,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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