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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극장의 모습
 안네극장의 모습
ⓒ 안네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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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새로운 상징이 될 안네극장이 문을 열었다.

이날 안네극장 1100석은 극장 개관을 축하하는 이들과 초연을 관람하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 안네극장은 <안네의 일기> 판권을 가진, 스위스 바즐에 있는 안네 프랑크 재단의 후원으로 지어졌다.

<안네의 일기>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연극 <안네>는 네덜란드 극작가인 레온 더 빈터르(Leon de Winter)와 제시카 두르란체르(Jessica Durlacher)가 극본을 썼다. 또 네덜란드에서 4년간 장기 공연을 하는 등 성공은 거둔 뮤지컬 <솔다트 반 오랑여>(Soldaat van Oranje: 2차 대전 당시 네덜란드 왕국의 군인들을 일컫는 말로 2차 대전 당시 상황을 뮤지컬로 연출한 작품이며 2010년 작품 공연을 위해 지어진 공연장의 스케일과 특수 무대 장치가 네덜란드에서 화제가 되었다)의 총감독인 테우 부르만스(Theu Boermans)가 총 지휘를 맡았다.

연극은 12살 생일을 맞은 안네가 아버지로 부터 일기장을 받는 날부터 시작해 독일군에 의해 숨어 살던 집이 발각돼 수용소에 끌려가 죽음을 맞는 안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안네가 살았던 비밀의 집을 그대로 재현하고 360도로 회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각각의 배우들이 연기를 시작하는 시점에 집을 회전시켜 관객들이 연기하는 배우를 정면에서 볼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었다. 또 2차 대전 당시 기록 영상들을 이용한 특수효과로 시대적 배경을 충분히 설명해준다.

안네극장, 암스테르담 또 하나의 아이콘 될까

건물 뒤편에 만든 안네의 집은 무대에서 360도 회전하도록 제작되었다.
 건물 뒤편에 만든 안네의 집은 무대에서 360도 회전하도록 제작되었다.
ⓒ 안네프랑크의 하우스 웹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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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원작인 <안네의 일기> 속 주인공들의 성격과 특성들을 일기에 남겨진 모습 그대로 잘 표현했다. 특히 <안네의 일기>엔 기록돼 있지만 초판에서 삭제됐던, 사춘기 시절 안네의 성적 호기심도 잘 그려냈다. 억압의 시간 속에서 사춘기를 겪어야 했던 소녀의 모습은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이미 70개국에 번역 출간되어 약 3500만 명의 독자를 만난 <안네의 일기>는 2차 대전 당시 유대인 소녀가 히틀러 나치 정권의 박해를 피해 아버지가 운영 중이던 사무실 뒤편에 만든 비밀 집에서 가족, 친분 있는 사람들과 숨어 살면서 쓴 일기를 토대로 했다.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는 전쟁이 끝난 뒤 딸의 일기를 책으로 출판했다.

책 출간 후 안네의 이야기는 전 세계에 알려졌고, 한 해 약 130만 명의 사람들이 <안네의 일기> 속에 등장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안네의 집'을 찾는다.

안네 극장이 5월에 문을 연 것은 5월에 있는 네덜란드의 국경일과도 연관이 깊다. 네덜란드에도 한국의 현충일과 광복절 개념의 국경일이 있다. 네덜란드가 2차 대전이란 잔혹한 전쟁 역사 속에서 힘겨워 하다가 자유를 되찾은 날이 5월 5일이다. 그리고 후대에 자유를 선사한 선열과 목숨을 바친 국군들을 추모하는 날은 그 전날인 5월 4일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5월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되짚어보는 달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충일 개념을 갖고 있는 5월 4일엔 암스테르담 위령탑 앞에 왕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모여 후손들에게 전쟁의 기억을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날 오후 8시부터 2분간 침묵을 하는데, 이는 결코 일어나서도 재현돼서도 안 될 인류 역사의 오점을 각인하는 시간이다. 네덜란드 방송사들은 해마다 현충일 2분간의 침묵의 필요성을 열심히 알린다.

안네의 이야기를 품은 암스테르담은 이곳을 찾는 많은 세계인들에게 자유와 인권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새로 생긴 안네극장은 암스테르담의 또 하나의 아이콘이라 표현하기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안네의 일기 속 주인공들을 만나고 싶다면...

숨어 살던 집이 히틀러 나치정권에 발각되어 끌어가는 장면. 이날 이후 안네는 더 이상 일기를 쓸 수 없게 된다.
 숨어 살던 집이 히틀러 나치정권에 발각되어 끌어가는 장면. 이날 이후 안네는 더 이상 일기를 쓸 수 없게 된다.
ⓒ 안네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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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극장에서의 공연은 네덜란드어로 진행되며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는 번역기를 통해 들을 수 있다. 곧 일본어와 중국어로도 연극을 보며 번역기를 통해 대사를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극장측 설명이다.

한편 네덜란드 내에서 안네극장에 대한 평가는 다양했다. 요즘 대다수 극장이 그러하듯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저녁을 함께 하면서 공연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곳이기에 추모와 기념의 의의가 퇴색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반면 가족과 함께 암스테르담 안네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전쟁과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젊은 세대들이 더 쉽게 역사를 접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안네극장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공연을 한다. 안네공연의 성공 여부는 네덜란드에서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암스테르담을 찾아 안네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보기 원하는 관객들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안네극장을 운영하는 안네 프랑크 재단은 안네의 집을 찾아 길게 늘어선 줄이 안네의 일기 속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는 안네극장으로도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안네극장에선 생기 가득한 사춘기 안네가 쓴 2년 동안의 일기 속 삶을 보다 또렷하게 듣고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한다는 것,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것은 망각의 기재를 가지고 있는 인간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더욱 또렷한 기억을 남길 장치들이 필요하다. 안네극장이 이곳을 찾는 전 세계인들에게 전쟁의 부조리를 각인시키고 깊은 감동을 남겨주는 장소가 되길 기대한다.

안네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안네> 중 안네가 일기를 쓰는 장면
 안네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안네> 중 안네가 일기를 쓰는 장면
ⓒ 안네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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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안네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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