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심장이 뛴다>의 출연진

SBS <심장이 뛴다>의 출연진 ⓒ SBS


개편과 함께 폐지가 결정된 SBS <심장이 뛴다>는 태생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진짜 사나이>처럼 예능적인 재미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장이 뛴다>는 소방대원을 체험해야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콘셉트인데, 소방대원 활동은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대중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고독사, 자살하려는 사람, 행패를 부리는 취객의 모습을 봐야 한다. 웃음과 즐거움을 그 존재 목적으로 하는 예능으로서는 적합하지 않다. <심장이 뛴다>는 분명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소방차의 길을 터주는 '모세의 기적' 프로젝트를 해온 것은 칭찬할 만하다. 방송이 공익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심장이 뛴다>가 지니고 있는 태생적 그늘을 줄였기 때문이었다.

이미 우울하고, 슬프고, 안타깝고, 화나는 사건들이 벌어진 <심장이 뛴다> 속 상황은 시청자 입장에서 답답할 수밖에 없는데, '모세의 기적'은 안 좋은 일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희망을 담은 프로젝트였다. 밝았고, 활동적이었으며, 실제로 희망적인 사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심장이 뛴다>는 분명히 좋은 프로그램이다. 공익성이 강조됐으며,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소방대원들에 대한 존중과 존경심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 방송을 계속 유지해나가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예능임에도 시원한 즐거움과 웃음을 줄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방송을 계속 이어간다 해도 큰 인기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심장이 뛴다>를 예능이 아닌 교양으로 제작하면 어떨까. 이미 SBS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던 프로그램을 예능화 시킨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 반대의 경우, 예능으로 시작한 이 작품을 교양화 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충분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 게다가 <심장이 뛴다>가 교양 프로그램이 될 경우, 시청률에 대해 조금은 관대한 잣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심장이 뛴다>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이 아쉽고, 동시에 이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방송은 시청률로 평가받는 것이 맞지만, 그럼에도 시청률에 상관없이 방송될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도 있을 것이다.

<심장이 뛴다>가 어떤 방법으로든 계속 방송되어 사회의 그늘을 비추고, 그 그늘에서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수많은 소방공무원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게끔 해주길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지종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trjsee.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심장이 뛴다 전혜빈 폐지 소방 모세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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